또 산이 다가왔네요

정월대보름날의 소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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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organ)등록 2015.03.06 19:56
며칠 전 장.노년 서예동아리 수업을 갔는데 매주 오던 어르신이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눈을 붉히며 눈물이 글썽이신다. 당분간 못 나오게 되었다면서 그동안 준비하려고 했던 작품도 중단해야 된다고 하신다. 위암수술을 2번 받으셔서 다시 재발하셨나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당신이 아플때는 아파도 붓을 잡으면 진통효과가 있기 때문에 붓을 놓지는 않는데 할머니가 지난 번에 수술한 허리가 다시 아프셔서 서울에 입원을 하셨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장기 입원일 것 같아 병원근처에 방도 알아봐야 하고 간병인을 두겠지만은 당신이 아플때는 붓을 잡았지만 이번에는 서울에 있어야 하니깐 못 잡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칠순이 중반을 지났는데 왜 이리 막바지 고개가 힘겨운지...하면서 한숨을 쉬면서 눈을 붉히셨다. 덩달아 나도 눈시울이 젖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목숨의 고개는 목숨이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이렇게 사람의 애장을 태우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먹먹하게 하나보다.

어제 정월대보름날에는 몇 년전 개인전 오프닝때 입었던 연보라빛 한복을 꺼내 입고 출근했다. 정월대보름날에는 우리 기관에서 부럼을 천개쯤 봉지에 나누어 담아 나눠드리고, 평생교육각반과 동아리 46개 반들의 대항 윷놀이 대회도 펼치고 투호놀이, 제기차기, 떡메치기, 입춘방 나누기 등을 헸다.

나는 큰 붓을 들고 강당에 설치하는 대형현수막의 메인글씨와 더불어 각 부대행사장의 글씨를 휘호하고 입춘방도 다양하게 쓰고 떡메치기에서  인절미를 만들면서 윷놀이하느라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인절미 하나씩 입에 넣어드리고 정신없이 보냈다.

그렇게 어르신들에게 정을 나누다 보니 친정엄마보다는 젊고 큰 언니보다는 나이가 많은 수십년 지기인 수필가선생님께 안부멜을 보내고 싶어졌다. 찾아가고 싶지만 청주를 떠나 두 시간거리에 있는 제천과 충주의 경계선 있는 곳에 낙향해서 전원귀촌생활을 하는 그 분이 있는 곳은 여러 고개가 있는 산골이라 겨울에는 찾아가기 힘들다.

이런 저런 애환과 더불어 좋은 일도 미주알 고주알 마치 친정엄마에게 하듯이 반 수다 비슷하게 안부를 드렸더니 금새 답이 왔다. 살아있는 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내용의 '시'한편과 함께.... 칠순에 접어 드는 그 분의 멜 가운데 한 귀절이 마음을 짜안하게 울리고 또 먹먹하게 한다.

"또 산이 다가왔네요. 그래서 보고싶지만 꽃 피는 봄에라도 우리 만나자고 할 수가 없어요. 여름쯤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편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으로 곧 올라가는데 나을 수 가 있다고 하지만 ..당분간 경황이 없을 것 같아요"

그 분은 청주에 살면서도 늘 투병을 하셨다. 아니 청주에 살기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폐수술을 하느라 사춘기때도 학교를 못 다니시고 독학을 하셨다. 독학끝에 수필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일가견을 이루어 그 흔한 졸업장 하나 없어도 지역에서도 널리 알려주시는 분이다.

산골로 들어가서 한동안 좀 좋아지나 싶었지만 곧 암이란 친구가 찾아와서 수술을 받으시고 수술받고 얼마안되어서 다시 손에 흙을 묻히며 꿋꿋하세 사시면서 두번째 세 번째 책을 내셨다. 그리고 올해도 다시 책을 출판하는데 지원하는 지역작가로 선정된 것을 보고 나도 덩달아 기뻤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일을 거름하여 다시 산이 그 분앞에 나타났다. 우리가 산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산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 같은..병고를 산이라 표현한 그 분의 표현은 뭔가 마음에 숙연함을 주는 것 같다. 인생살이가 등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지만...

힘든 일이 산이라고 하면 나는 올해 산 하나를 내 앞에 놓는 것을 계획을 하고 있다. 3년만에 6번째 개인전을 계획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사는 곳에서만 펼쳐서 전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내 작품들을 보따리 보따리 사서 내 작품을 보러 찾아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 아픈 사람들이 있는 치료감호소 등을 찾아 순회전시를 할 계획이다.

경제력과 체력, 시간적 여력이 더 있다면 소록도도 찾아가고 싶고 북한도 찾아가서 전시하고 싶다. 내 글을 읽고 마음에 위안을 받을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나 가고 싶다.마치 산을 찾아가듯이....어차피 넘아야 할 고개이고 산이라면 나는 붓 한자루를 지팡이 삼아 넘는다.

살만큼 살았는데도 아직도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이제는 고만 넘고 싶은 산인데 산 스스로가  봄 보다 먼저 찾아와서 손잡는데 담담한 자세로 맞이하는 분들,..
정월대보름 달님에게 빌었다. 그 분들도 나의 붓이 지팡이 되듯이 나름의 마음지팡이 하나씩 잘 챙겨 무사히 고개넘고 산넘고 그렇게 같이 올해도 잘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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