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무죄 판결에 부쳐

어느 시민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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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hansa84)등록 2015.01.22 17:21
대법원이 이석기 의원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는 유죄,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즉, 2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내란음모 판결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내란선동 부분과 관련해서도 3명의 대법관은 '무죄'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근 신은미씨 강제 추방과 황선씨 구속 사실에서 보이듯, 그리고 법무부가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사실에서 드러나듯, 정권 차원의 공안정국을 향한 질주가 시작되고 종편에 의한 종북몰이 및 사상검증의 광기가 휘감고 있는 지금의 세태에서 그나마 상식적인 판결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정도 판결에 '다행스러움'을 느껴야 하는 지금의 세태가 개탄스럽지 않은가? 불과 8년 전만 해도 한국사회는 누구나 아무렇게 떠들 수 있고 대통령도 마음껏 비판·조롱할 수 있는 사회였지 않은가?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이석기 의원의 합정동 모임을 사실상 내란음모로 규정하고, RO가 실재하는 조직인 것으로 인정하여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지 않았던가. 상식적으로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든 위헌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의 허구성, 자의성, 편파성, 정치성은 대법원의 오늘 판결로 인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하기야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경국대전까지 들고 나와 이른바 '관습헌법'을 운운하며 위헌 결정을 내려버리고, '입법'과정을 거친 적이 전혀 없음에도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에 악용된 '국방경비법이라는 헛도깨비'를 '법'으로 판시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뒤흔든 헌법재판소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헌법재판소라는 권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채 그것이 '6월항쟁의 산물'이라는 점에만 도취되어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던 우리 스스로를 반성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이는 주권자가 주권을 내팽개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은 비록 '내란음모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여러 해 동안 언론은 그의 사건을 '내란음모 의혹 사건'이라 보도하지 않고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전 판결'하여 보도함으로써 그의 이름은 '내란음모의 대명사'처럼 통했다. 또한 통합진보당은 이미 해산되었고, 이로 인해 이 땅의 진보세력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극우 혹은 수구세력은 진보당 혜산을 계기로 진보세력이 '참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고 훈계했지만, 이는 진보세력을 길들이려는 그들의 얄팍한 수사에 불과하다.

정작 참된 보수로 거듭나야 할 존재는 누구인가? '냉전'과 '식민' 질서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그래서 냉전과 식민 질서를 어떻게든 온존시켜 국가권력과 자본을 독식하려는 한국의 우파는, '보수'가 아닌 '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려는 패'들에 불과할 따름이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함께 살지 않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냉전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매장시키는 저 수법은 차라리 측은하기까지 하다. '권력의 맛', '돈 맛'에 중독된 저들의 담론에 주권자인 우리는 속지 말아야 한다.

비록 대법원이 오늘의 세태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안겨주었지만 그럼에도 주권자인 우리는 끊임없이 분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같은 슬픈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권은 눈 뜨고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시민'적 자각과 '각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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