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구단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 그리고 크라우드펀딩

우리에게 친숙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민구단 격인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의 이야기.

검토 완료

황인범(wadizhib)등록 2015.01.20 20:29
스포츠에 있어서 팬의 역할은 무엇일까? 거대 자본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팬들이 직접 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United of Manchester, 이하 FC 맨체스터)>의 사례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꽤나 알려져있다. 그런데 최근, <FC 맨체스터>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팬 및 시민들의 힘을 모아 다목적홀 및 축구장 설립을 위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모금하여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자료: CROWDFUNDER

축구 협동조합,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United of Manchester)>

축구 팬들 사이에서 <FC맨체스터>의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FC 맨체스터>는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팬들이 모여 별도로 설립한 구단이기 때문이다.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미국의 거대 자본가인 말콤 글레이저가 인수하게 되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몇몇 팬들은 구단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했다고 느끼게 된다. 가령, 방송국의 사정에 맞춰 경기 시작 시간이 변경되거나, 티켓 가격을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하는 등 축구 팬들의 편의나 즐거움 보다는 자본의 논리를 기반으로 구단이 운영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료: FC MANCHESTER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바탕으로, 팬들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춘 <FC 맨체스터>를 설립하게 된다. 실제로 <FC 맨체스터>의 약관에는 '모든 회비는 구단 운영을 비롯하여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투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FC 맨체스터>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성인 기준 1년에 12파운드(한화 약 2만 원)를 납부해야 하는데, 회원은 티켓 구매 시 우선권 부여, 구단 기념 상품 제공 등의 혜택과 더불어 구단 이사 선출 등과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축구장 시설 구축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진행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설립된  <FC 맨체스터>가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여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다목적홀 및 축구장 시설을 만들 자금을 모금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FC 맨체스터>가 다목적홀 및 축구장을 설립할 모스턴(Moston) 지역은 맨체스터에서도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FC 맨체스터>의 축구장 설립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FC 맨체스터>는 팀 자체가 회원, 즉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협동조합인 만큼, 스포츠를 통해 지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구단의 발전까지 이룰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목적홀은 지역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지역행사, 회의, 트레이닝 등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될 계획이다. 특히 다목적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은 지역주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밖에도 청소년 축구, 여성 축구 관련 행사를 비롯하여 맨체스터 지역 노숙자 또는 취약 계층을 위한 의류 모으기 행사 등 반드시 축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지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를 비롯하여 이 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모스턴 주니어 축구 클럽(Moston Juniors Football Club), 맨체스터 시 정부, 맨체스터 컬리지, 지역내 NGO 등 다양한 단체들이 협력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건축 중인 다목적홀 및 축구장 모습                       자료: CROWDFUNDER

56일 동안 51,395파운드 (한화 8천 430만 원)을 모금한 <FC 맨체스터>의 저력 

<FC맨체스터>의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약 일주일만에 목표 금액 26,000파운드(한화 약 4천 270만 원)의 반 이상인 14,000파운드(한화 약 2천 300만 원)를 모금하면서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 56일 동안 679명의 후원자들로부터 목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51,395파운드(한화 8천 430만 원)를 모금했다.

자료: CROWDFUNDER

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보상품 제공형으로 진행되었는데, 보상 내용은 금액에 따라 웹페이지에 이름 게시, 경기장에서 이름 호명, 감사 카드 발송, 식사 제공, 축구장 투어, 벤치에서 경기 관람, 훈련 관람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자료: FC MANCHESTER

<FC맨체스터>의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10년을 함께해온 3천명이 넘는 구단주와 그들이 축구와 커뮤니티에 쏟아온 열정과 노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팬들이 구단주가 되는 FC맨체스터의 철학'과 '개인이 모여 큰 임팩트가 만들어지는 크라우드펀딩' 각각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FC맨체스터>의 프로젝트는 평범한 개인들이 모였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지 다시금 되살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은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의 류지은 연구원이 보내온 글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