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중독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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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sscc1963)등록 2015.01.11 15:59
※ 사진 테두리선은 넣지 마세요! 자동   영화 중독?

  영화 중독?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시도 때도 없이 영화를 보러가는 필자의 뒷모습에 아내가 등딱지처럼 붙여놓았던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필자가 의도적으로 그 말을 떠올렸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적으로 보면 영화를 보는 중에 생뚱맞게 "영화를 본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란 질문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영화상영 시간 내내 그 질문을 붙잡고 씨름한 결과였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지만 대신에 스크린에 투영된 대상들과 사건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부둥켜안고 유유히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강물에 내 자신을 그저 내 맡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체적인 사고가 아니라 영화가 말하는 것을 듣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보고, 영화가 자극하는 대로 반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관객으로서 나는 왜 그저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며 반응한 것일까?

  엄밀한 의미에서 쌍방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묻고 말하고 반응을 표현할 수 있는 텔레비전과 달리 영화라는 것은 원래부터 적극적인 참여가 허락되지 않은 예술장르이긴 하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나를 잠시 잊고 혹은 주장하지 않고 스크린이 말하는 것을 보고 듣고 또 수용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이다. 그 공간은 은밀하고, 또 다수가 있다 해도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나 혼자만의 공간이다. 상영시간 동안에는 누구에 의해서 결코 간섭받지 않는다. 영화를 자주 본다는 것은 이런 시간의 반복을 즐긴다는 말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편, 중독은 반복되는 행위에서 주체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된 상태 혹은 심리적인 의존관계에서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긍정적인 것이라면 습관이라고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중독이라고 표현한다. 알콜중독, 약물중독, 관계중독, 섹스중독 등등. 만일 '영화중독'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중독이라 함은 문자 그대로 이해할 경우엔 영화의존적인 태도나 삶을 일컫는다. 현실이 아닌 세계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현실 도피적이다. 또한 사고의 수동성을 즐기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본다. 영화가 전해주는 이미지에 만족한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완제품, 인스턴트식품을 즐기는 것과 같다. 재미만을 추구한다. 그리고 영화의 스토리가 주는 즉시적인 오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를 즐겨보는 일이 결국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영화감상이 아니라 '영화중독'이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주인공은 병석(최민수 분)은 영화에 중독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에게 영화는 더 이상 삶과 구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시네마 파라디스>에 나오는 토토는 마찬가지로 헐리우드 키드이지만 결코 영화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다. 영화 속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반복적으로 영화를 보더라도 결코 중독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이다. 그에게 영화는 삶의 일부분이지만 그에게 영화는 추억이며 역사이다.

  영화를 즐겨 보면서 영화에 중독 혹은 영화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영화감상의 태도가 필요하다. 영화는 하나의 매체일 뿐이다. 그 안에는 메시지가 들어있고, 정보를 담고 있고, 또 현실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영화를 보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며, 배우는 것이며, 공감하는 것이고,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종교적인 경험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될 때 영화는 중독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 되며 거룩한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된다.

  영화 안에서 나를 보고 또 나의 꿈과 미래를 볼 수 있다 해도, 영화는 결코 나 자신을 보여주진 않는다. 스크린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 더욱 많다. 그것은 관객들이 오직 주체적인 감상의 태도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의미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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