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에 대한 과도한 잣대를 거두자

[주장] 그럼 새누리당은 어떤 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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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kdh2966)등록 2014.12.24 14:00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 헌법재판소의 주요한 쟁점 하나가 당의 지도그룹에 대한 해석이다. 8명의 재판관들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 이석기를 겨냥해 과거 민혁당 핵심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이들로 인한 당의 장악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명실공히 주사정당이 되었다고 해석했다. 대체 언제쯤 김영환의 정치적 생명력이 사라지는 것일까.

정의당과 노동당으로 갈라지는 진보정당의 갈길찾기로 인해 통합진보당의 정파구성이 훨씬 심플해진 느낌을 갖게는 했으나 그렇다고 마치 진보당의 지도그룹과 이념이 그렇게 단일하게 정리됐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의 강퍅한 정당에 대한 인식틀을 그대로 되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알다시피 새누리당은 현재 친박근혜 계열의 인사들이 당정청을 장악하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 당내의 권력분점을 이루고 있던 친이계열의 정치인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고 당명 역시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명실공히 박근혜의 지도력이 있는 그대로 관철되는 정당으로 재탄생했다.

나는 이 지점에 주목하면서, 새누리당의 지도그룹을 해석해 보려한다.

1991년 통일민주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의 3당 합당으로 보수-수구 대연합이 성사되면서 4당 연립구조가 깨지고 민주자유당이 창당하면서, 여당 내에는 매우 상이한 권력분점 현상이 일어났다. YS는 여당 내에서 민주계열을 형성하고, JP는 유신인맥과 충청연고, 노태우는 유신과 신군부의 인맥을 잇는 민정당 계열을 유지하면서 각기 당권-대권을 향한 도전을 시도했다.

결국 YS의 당권-대권 승리로 인해, 민주자유당 내에서 민주화운동 그룹인 통일민주계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JP계열과 노태우의 민정당 라인이 '꽤 오랫동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했다. 1997년 DJP연합으로 민자당의 한 줄기를 이뤘던 JP가 DJ를 선택하면서 신한국당(민자당의 후신)내 통일민주계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졌고, 이 현상은 1997년의 수평적 정권교체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다시 대권을 잡은 것은 통일민주계의 흐름을 잇는 인사들이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한나라당(신한국당의 후신)의 핵심들은 누가봐도 YS와의 연고가 강했으며, 가치를 중심으로 놓고보면 영남민주화 운동의 상징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국정운영만 잘했다면 박근혜로 대표되는 과거 민정당 계열의 부상이라는 '역진'을 훌륭하게 막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1992년~97년, 2007년~12년 집권여당의 지도그룹은 이렇듯 영남민주화 운동세력을 기반으로 한 통일민주계의 역사라고 해도 크게 틀릴 것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고나서 한나라당은 훌륭히 세력교체를 하지 못하고 박근혜로 대표되는 유신과 5, 6공의 우중충한 역사를 간직한 과거 민정당 계열에 대패해 현재에 이른다.

2012년 대선 당시 도저히 박근혜에게 고개 숙일 수 없었던 여당 내 영남민주화 인사들의 문재인 지지 선언을 보면서 새누리당의 정파갈등 역시 나름의 논리구조를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도그룹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새누리당은 총과 칼로 사회의 물적기반을 확보했던 유신과 5, 6공의 후예들로 인해 장악되어 있다. 친이계의 존재는 미비할뿐이다.

이렇게되니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 국회의장에 신군부 쿠데타의 조역 강창희가 국회의장이 되고, 주요 장관의 인사청문회 시 5·16의 평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현상이 발생한다. 교과서 개악의 폭은 깊고, 넓어지고 공안사건의 빈도가 늘어난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바라보면 이것은 실제 총칼을 들어서 성공했던 민정당의 계보들이 과거 인혁당, 민청학련을 다룬 것과 같이 통합진보당을 다룬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유신과 신군부를 성사시켰던 민정당의 후예들이 장악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애초의 가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구 세력의 일부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것을 과거의 전면회귀라고 보기엔 정치환경이 너무 복잡하고, 김무성 한 명의 존재만으로도 여당 내 구도가 그렇게 간단하게 해석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여나 야를 가릴 것 없이 현대정당의 특징으로 해석하는게 마땅하다고 본다.

헌재가 좀 더 여유있는 해석틀을 사용하지 않고 통합진보당을 마치 단일한 이념하에 뭉친 결사집단, 계보적으로는 김영환-하영옥의 민혁당 후신이 장악한 정당으로 해석하는 것은 초기부터 기획적이며, 너무 잔인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헌재의 결정으로 인한 파시스트들의 발호를 보면서, 우리 사회, 정말 위험해지고 있구나 하루가 다르게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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