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씨, 저 기억하세요?

왕초보 기자의 생애 첫 취재기...방송인 크리스티나를 인터뷰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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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용(wnwodyd123)등록 2014.12.23 12:16
2014년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JTBC <비정상 회담>.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KBS <미녀들의 수다>가 그 주인공이다. 2010년 <미녀들의 수다 시즌 2>를 끝으로 폐지되었지만, 그때 당시의 화제성과 인기는 지금의 <비정상 회담> 못지않았다. 외국인들이 중심이 된 토크 프로그램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미녀들의 수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이러한 사랑 덕분에<비정상 회담>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은 대한민국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베르토', '줄리안', 그리고 '샘' 등이 있다. 이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 설정을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한 층 더 끌어올린다. 물론, 당시에 <미녀들의 수다>에도 지금의 '알베르토'와 같은 '감초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안녕하세요~ 크리스티나에요~'로 우리에게 친숙한 방송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다.

KBS <미녀들의 수다> 출연을 통해 유명해진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KBS <미녀들의 수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말투와 엉뚱한 캐릭터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 ⓒ KBS


그녀를 인터뷰하기로 결심하다. 

2011년 대학교에 막 입학해 새내기였던 나는 'MNTV'라는 이주민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에서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을 때의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이주민'과 관련된 뉴스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었다. 생애 첫 취재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던 나는 당시에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방송인 크리스티나를 인터뷰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하지만, 잠시 후 내게는 그녀의 연락처도, 이메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의 이름이 전부였다. 결국, 네이버에 그녀의 이름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녀의 연락처는 나와 있지 않았다.

"아, 이렇게 생애 첫 취재 아이템을 포기해야 되는 건가..."

그 순간, 그녀의 소속이 '역삼 글로벌 빌리지센터(센터장)'이라고 적혀 있는 포털 사이트의 조그마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역삼 글로벌 빌리지센터'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그 기관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번호를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크리스티나 씨를 인터뷰하기 원하는 대학생 기자입니다. 이주민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취재 아이템을 찾던 중에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크리스티나 씨를 인터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고, 심장은 계속해서 두근두근 떨려왔다. 다행히도, 담당자는 친절하게 내 전화를 받아주었고, 크리스티나 씨에게 일정을 물어본 다음에 연락을 다시 주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를 인터뷰하다. 

2012년 1월 25일. 그녀를 인터뷰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집에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수첩을 챙겨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역삼 글로벌 빌리지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이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생애 첫 인터뷰라는 부담감과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그녀를 곧 만날 것이라는 두근거림이 커져만 갔다.

예상외로, 인터뷰는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가뜩이나 어려 보이는 나를 무시하면 어쩌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하지 등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인터뷰에 친절하게 응해주었다.

방송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의 인터뷰 도중 대학생 기자의 어설프고 서툰 첫 인터뷰를 누구보다 친절하고 따뜻하게 응해 주었다. 이때의 인터뷰 경험은 언론인이라는 꿈을 갖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주었다. ⓒ 주재용


지금 이 시점에서 당시에 취재 했었던 인터뷰 내용을 몇 개 나누고자 한다.

Q. 평소에 고부간의 관계가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많은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한국드라마에서 시어머니를 무서운 사람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꼭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에요. 이심전심의 자세가 필요해요. 먼저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Q. 지금 '울산 다문화 사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가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의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인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즉, 오픈 마인드를 가짐으로써 서로 이해해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서로의 좋은 문화는 잘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필요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찍은 기념사진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는 먼저 내게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친절함 덕분에 편하게 취재 할 수 있었다. ⓒ 주재용


솔직히 그녀를 인터뷰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었다. 과연, 일개 대학생에 불과한 내가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그녀를 인터뷰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자'라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언론학 개론' 수업시간에나 배웠던, 독자에게 질 높은 기사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기자 정신'이 그때 발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받은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의 싸인 이 싸인은 아직도 내 책장 한 편에 고이 간직해두고 있다. ⓒ 주재용


요즘도 이때만 생각하면 가슴 한 편이 두근거린다. 인터뷰의 'ㅇ'자도 모르는 내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알베르토'를 인터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 뉴스>의 슬로건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슬로건은 정말 맞는 말이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새내기가 멋지게 인터뷰를 성공했으니 말이다.

약 3년 전 첫 인터뷰 취재를 앞두고 벌벌 떨던 나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첫 취재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초보 기자들을 응원한다. 가진 것도 쥐뿔 없는 21살 대학생 왕초보 기자도 인터뷰에 이렇게 보란 듯이 성공했다는 것으로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단, 취재에 성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하나 있다. 자신의 취재 아이템을 위해 밤새도록 머리를 짜내고,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닐 것.

덧붙이는 글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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