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 새롭게 '자전거 여행1,2'을 문학동네에서 내다.

10년 동안 변화한 작가, 10년 동안 변했을 풍경

검토 완료

이주성(leejusung02)등록 2014.12.18 10:02
김훈 작가의 책 '자전거 여행1,2'이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2004년에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되었던 이 책은 김훈 작가의 치열한 관찰과 고민이 담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그 문장 몇 개를 옮겨 본다.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 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중략)
-매화 꽃잎 떨어지는 봄 바다에는, 나고 또 죽는 시간의 가루들이 수억만 개의 물비늘로 반짝이며 명멸을 거듭했다. 사람의 생명 속을 흐르는 시간의 풍경도 저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봄 바다 위의 그 순결한 시간의 빛들은 사람의 손가락 사이를 다 빠져나가서 사람이 그것을 움켜쥘 수 없을 듯 싶었고, 그 손댈 수 없는 시간의 바다 위에 꽃잎은 막무가내로 쏟아져 내렸다.
(중략)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매화의 피고 지는 모습을 통해, 봄의 한 단면을 나타낸 작가의 관찰의 힘이 느껴진다. 김훈 작가는 이번 문학동네 '자전거 여행2, 다시 펴내며'라는 지면에 다음과 같이 썼다.

-세월의 풍화 작용을 견디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10여 년 전에 기록하고 촬영한 현장과 사람들의 표정은 이제 그 모습대로 남아 있지 않다. 거기에는 세월의 힘과 인간의 파괴작용이 겹쳐 있다.
그 현장을 다시 찾아가서 바뀜의 의미를 살피는 글을 쓰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책과 현장은 엄청난 거리로 멀어졌다. 내 게으름에 대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나가서 없어진 것들을 그대로 살려서 보이려는 뜻을 이해받고 싶다.

작가는 책을 다시 펴내면서 자신의 고민과 책이 현장에서 멀어졌다는 한계도 같이 밝히고 있다. 치열하게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본 고민의 흔적이 담긴 맺음말에도 기자가 아닌 이제는 문학의 어른이 된 김훈 작가의 엄정한 자기 성찰을 엿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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