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주요 발언으로 본 '2014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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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홍(yombyong)등록 2014.12.12 14:39
1월: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도중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말은 통일비관론이나 무용론에 대해 반론으로도 해석되었다. 그러나 2013년 남북관계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점 그리고 2013년 연말과 2014년 초 고위 외교안보라인에서 흘러나온 말에 비추어 보면 이 말은 뜬금없는 말로 들렸다.

국정원장 남재준은 2013년 국정원 송년행사에서 "다 같이 통일을 위해 죽자", "2015년 자유체제로 통일될 것" 등의 발언을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화전양면 전술"로 폄하했다. 또한 "북한은 멸망한다", "2014년 초 북한의 도발을 예상한다"는 발언을 통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했다. 통일부 역시 "북한 신년사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바로 다음날 외교부 장관은 미국에 가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외교안보부처 관계자와 여권 인사들은 2014년 2월, 3월 중에 북한에 어떤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발언을 흘리고 다녔다.

2월: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및 이산가족 상봉

2월 들어 남북 간에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우선 남북은 실무접촉 회의를 통해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했고, 2월 20일부터 5일간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7년 만에 개최된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3가지 사항을 합의했다. 첫 번째는 이산가족 상봉, 두 번째는 비방중상 금지, 세 번째는 지속적인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등이 합의 내용이었고, 이중 '상호비방 중지'가 핵심적인 합의 사항이었다.

그러나 2월 5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간 실무접촉 회의 날에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훈련을 하고 간 것에 대해 북측이 크게 반발했고,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는 날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 간 긴장 완화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정부가 3월 말 백령도에서 대북전단살포를 방관하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의 합의가 한 달이 채 못가 사문화되었다.

3월: 드레스덴 선언

독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통일선언'을 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의 교감 없이 '드레스덴 선언'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표명했을 뿐이었다. 실제로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 참석해 드레스덴 선언 내용에 대한 북한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달한 적 없다"고 밝혀 질타를 당했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의 연설문이 북한에 미리 전달되었던 것에 비교되어 무책임한 행동으로 평가받았다.

드레스덴에서의 선언이 무색하게도 연설이 있던 날 한미 양국은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상륙훈련(쌍용훈련)을 진행했다. 남북 간에는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었다. 또한 통일부는 식량 및 비료를 포함한 민간의 인도적 지원을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불허했고, 남북교류를 가로막고 있는 5·24조치의 해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힘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

4월: 무인기 소동과 한미정상회담

3월 말과 4월 초 무인기가 발견되었다. 국방부는 이를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발표했지만, 미국 CNN방송은 "장난감 무선조종 비행기 같은 것에 한국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조롱했다.

4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기존의 대북압박기조를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통일된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5월: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5월 12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거짓말을 일삼는 나라"라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전면적인 보복전'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5·24조치 4주년을 맞아 경실련 통일협회가 북한 및 통일 분야 전문가 11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91%에 달하는 103명이 '5·24조치는 해제 또는 완화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현대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5.24조치 이후 남측이 받은 직접 피해액은 15조 8239억 원이다.

북한은 5월 23일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했다.

6월: 강경파 안보실장 김관진, 총리 후보자 문창극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행된 개각의 결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물러났다. 국방장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승진한 김관진은 과거 연평도 포격사건 때 "쏠까말까 묻지 말고 쏘고 나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낙마하기는 했지만, 국정 전반을 지휘할 총리로 추천된 문창극은 과거 2012년 교회 방송에서 "남북협상 한다 해서 통일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섭리로써 북한이 무너지리라고 확실히 믿는다"던 북한 붕괴론자였다.

국민 앞에 새로운 각오로 '국가 대개조'를 약속하면서 임명한 이들이 대결주의자이면서 북한붕괴론자였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은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었다.

7월: 인천아시안게임 남북실무접촉 결렬

7월 17일,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되었다. 회담 당일 오전까지 회담장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지시가 있은 이후로 오후부터는 정부가 북측의 선수단과 응원단의 구성을 꼬치꼬치 캐묻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정부는 응원단의 규모를 문제 삼았고 북측이 요구하지 않은 체류비용까지 거론했다. 이에 북측이 불쾌감을 드러내고 회담장을 나가면서 회담이 무산되었다.

회담 무산 이후 통일부는 "북측이 지난 번 회담에서 먼저 결렬을 선언했으니 우리 측에서 먼저 실무접촉을 제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8월: 통일준비위원회, 교황 방한 그리고 을지프리덤가디언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한 참석자가 5·24 조치 철회를 제안하자 통일부 장관은 "통일준비위 자리는 5·24 조치 등을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다.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정의는 상호 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를 건설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가겠다는 의지를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을 영접하며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교황이 떠나는 날인 8월 18일부터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실시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한국군 약 5만, 미군 2-3만에 공무원까지 총동원되어 한반도에서의 '전면 전쟁'을 상정하고 벌이는 대규모 군사연습이다.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서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하여 북한에 대한 '핵선제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9월: "북한 응원단을 환영하지만 지원계획은 없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 응원단의 파견이 무산되었다. 통일부는 "북한 응원단을 환영하지만 지원계획은 없다", "북 선수단, 응원단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지만 파견을 먼저 요청하지는 않겠다"라며 사실상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참가를 불편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국방부는 심지어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 선봉대에 불과하다", "응원단은 화해협력의 사절단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9월 중순 북한 국방위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남측이 삐라살포를 중단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라는 요지의 전통문을 보내왔다. 국가안보실은 바로 다음날 "우리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9월 21일 파주시 통일전망대에서 대북 삐라 20만장이 살포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총회연설에서 북한에 "선 핵포기"를 요구했다. 또한 전 세계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요청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의 핵심은 '북한 지도부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및 처벌'이다. 정부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설치에도 동의했다.

10월: 북한 고위급의 깜짝 방문과 대북전단살포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남북은 2차 고위급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이 2차 고위급접촉 개최에 합의한 직후, 민통선 인근에서 대북 삐라가 또 살포되었다. 총리실 및 안전행정부가 대북전단살포 단체에 2년간 6억 5천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준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삐라 살포가 계속되면서 전례 없이 북이 삐라 풍선에 사격을 했고, 남측도 대응사격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었다. 보다 못한 연천지역 주민들이 직접 탈북자단체의 살포를 막기도 했다. 서해에서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해군은 북 함정을 격파하려고 했고, 격파사격을 위해 발사한 76㎜ 함포가 불발돼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다. 청와대는 상황보고를 받고도 "군이 알아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는 국정감사에 제출한 '2013년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서 2013년도 사업 중 '남북대화가 매우 우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간 통일부가 한 일이라고는 2014년 2월 이산가족 상봉 한 차례가 고작이었다. 인도적 지원은 대폭 축소되었으며, 민간단체의 방북도 거의 다 막혔다. 작년 개성공단 재가동 회담기간에는 수차례 회담이 결렬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보도를 통해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접하고 청와대 회의에서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면서 역정을 냈다. 김포시는 기존 18m였던 등탑보다 3배 가까이 높은 54m 높이의 전망대를 2017년 3월까지 신축할 계획을 발표했고, 국방부는 등탑 대신에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해 유사시 대북 심리전을 단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정부와 달리 국민 대다수는 남북대화와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아일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이상이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60%이상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1월: 삐라 바람으로 날려버린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전단탄' 개발비로 18억 원을 편성했다. 북을 자극하는 내용의 전단을 K-9자주포로 발사하여 더 멀리, 더 정확하게 투하하기 위한 탄약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며 130여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에 136기의 PAC-3 미사일 등과 관련 장비, 부품, 훈련, 지원 등의 판매를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고 의회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며 결정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광복 70주년 기념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를 기획하고 실무접촉을 위한 개성방문을 신청하였지만 통일부는 이를 불허했다.

11월 18일은 금강산 관광이 개시된 날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관광 중단 이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2조 2천억 원에 육박한다.

12월: '평화와 사랑'의 심리전

지난 10월 철거한 애기봉 등탑 자리에 9m 높이의 성탄트리가 설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남북한의 평화에 기원하고 종교 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승인을 한 것"이라고 밝혔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애기봉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논란과 관련해 "애기봉 트리는 남북 평화를 상징하는 것", "애기봉 등탑은 원래 평화의 상징이었다"라고 말했다.

남북은 2004년 2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합의했고, 정부는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를 금지했다. 애기봉 등탑을 '선전수단'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 5·24조치를 발표하면서 '대북심리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방침이 나온 후 다시 애기봉 등탑이 밝혀졌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2010년 "하나님께서 북한을 한반도에서 몰아내 주실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애기봉 등탑의 점등 여부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었다. 2011년 연말과 2013년 연말에도 정세를 고려하여 애기봉이 점등되지 않았다. 2011년은 김정일의 사망으로, 2013년은 국방부가 "북한을 자극할 필요 없다"며 행사 자체를 불허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사랑과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가 결과적으로는 종교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고 탄압한다면 그 종교적 행위는 다시 한번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안이 논의중이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되면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별도 법인으로 설치해 국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 제정 후 5년간 필요한 1361억 원의 예산 중 97%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에 쓰일 예정이며, 북한인권재단의 주요사업은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으로 알려져 있다.
덧붙이는 글 임기홍 기자는 [평화통일시민행동]의 정책실장을 맡고 있으며, 정치외교학 전공 박사과정생이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남북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홈페이지는 http://peacizen.com이며, 트위터는 @nowarcandle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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