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다

소통은 함께 하는 공간에서 스마트폰 몰아낼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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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sd1209)등록 2014.11.12 15:27
독일의 유물론 철학자 포이에르 바하는 <기독교의 본질>이라는 책을 통해 페티시즘이라는 개념을 내 놓았다. 우리말로는 물신성이라고 해석되는 이 개념은 대략 이렇다.

천지창조와 세상 유일의 선(善)으로 대표되는 신(神)을 믿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위안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형상화 하여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형상에 신성성을 부여한다. 그것이 곧 물신이다. 그런데 문제는 물신이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거꾸로 자신을 만들어낸 존재인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 보이지 않는 물신의 힘에 의지하게 되고 믿음이라는 것으로 물신의 종을 자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물질 만능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물신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한다. 특히 최근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빠져 이제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감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우리가 만든 스마트 폰이 결국 우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커지는데 있다. 특히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이 가져다 주는 폐해를 우리 부모들이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은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들이 한결 같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데 안 사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주자니 공부에 방해가 될 것을 알지만 자녀들이 걱정이 되니 사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자녀들에게 쥐어준 스마트폰은 이제 자녀의 주인이 되어 자녀를 늘 따라 다닌다. 밥 먹을 때도, 대화를 할 때도, 가족과 여행을 갈 때도 말이다.이러다가 식사하면서도 가족끼리 카카오톡 메시지을 주고 받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

가족간의 대화가 사라지면서 우리 자녀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다. 그들은 눈앞에 부모나 형제, 자매 보다 가상 공간의 친구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보모들 조차도 자녀의 학교 성적에만 관심을 쏟을 뿐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은 스스로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까지 믿게 된다. 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근 지인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스마트폰 몰아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집에 오면 자신의 방에서는 스마트 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함께 모이는 공간인 거실이나 식탁 등에는 스마트 폰을 가져올 수 없도록 하거나 직장에서도 식사나 회식 중에는 스마트 폰을 꺼내지 않고 같이 밥을 먹는 상대에게 집중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 간의 대화가 조금씩 살아남을 체감하게 됐다. 그리고 그 대화는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관심은 공감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솔선수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부모들이 직장에서는 상사가 먼저 그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 폰을 내려 놓아야 소통이 시작됨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산대사님은 "눈 오는 길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남긴 자국은 뒷 사람의 길이 되느니라"고 말씀하셨다. 자식이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듯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회 구성원을 비추는 거울이고 더 자세히는 사회를 구성하는 젊은 세대가 곧 사회의 선배들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부모들이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 폰이며 전자기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에게 공부는 안하고 스마트 폰만 가지고 논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 아이들은 결코 자신이 왜 스마트 폰을 가지고 놀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명심하자. 지금 자녀의 모습은 바로 부모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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