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다귀탕의 맛을 몇 배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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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jeiege7)등록 2014.11.11 18:24
'나는 뼈다귀탕과 소내장탕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자. 당연히 하나의 문장이다. 그런데 이건 본디 두 개의 문장이다.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와 '나는 소내장탕을 좋아한다'를 하나로 연결해서 쓴 문장이라는 뜻이다.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와 '나는 소내장탕을 싫어한다'라는 두 문장이 있다. 이걸 하나로 연결해서 '나는 뼈다귀탕과 소내장탕을 좋아한다'라고 써도 되는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소내장탕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뼈다귀탕과 소내장탕을 싫어한다'도 안 된다. 뼈다귀탕은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걸 문장 하나로 연결해서 올바르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하지만 소내장탕은 싫어한다'라고 써야 한다. 문장이 좀 길어져도 도리가 없다.
'나와 누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를 보자. 문장이 몇 개인가. 이 정도는 1학년짜리 초딩도 안다. 이 또한 원래는 두 개의 문장이다.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와 '누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를 하나로 연결해서 쓴 거라는 말이다.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와 '누나는 뼈다귀탕을 싫어한다'라는 두 문장이 있다. 이걸 '나와 누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라고 써도 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누나는 뼈다귀탕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와 누나는 뼈다귀탕을 싫어한다'라고 쓰는 것도 안 된다.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하는데 누나는 싫어한다'나 '누나는 싫어하지만 나는 뼈다귀탕을 좋아한다'와 같이 써야 본래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도대체 뼈다귀탕은 어떤 음식인가. '뼈다귀탕'은 돼지등뼈에 무시래기와 감자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것이다. 최근에는 시래기나 감자 대신 묵은지를 넣기도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그림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림 아래에는 뼈다귀탕의 맛과 영양뿐 아니라 의학적 효능까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그런데 안내문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읽어보자.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어린이의 성장기발육, 빈혈, 간장을 보호해주며 우거지와 각종 야채들이 어우러진 맛!!

이중에서 '어린이의 성장기발육, 빈혈, 간장을 보호해주며(준다)'만 따로 떼어서 다시 읽어 보자. 내용이 좀 황당하다. 
이건 하나의 문장이다. 본디는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을 보호해준다', '어린이의 빈혈을 보호해준다', '어린이의 간장을 보호해준다'라는 세 개의 문장을 연결해서 쓴 것이다. 이거 말이 되는가. 아닐 것이다. 어째서인가. 되묻는 방식으로 하나씩 따져보자.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은 보호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촉진시켜야 하는 것인가. 당연히 후자 쪽일 것이다. 어린이의 빈혈을 보호해준다는 건 말이 되는가. 그러면 그 아이는 뼈다귀탕을 먹고 빈혈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음식을 누가 사먹겠는가. 아마 어린이의 빈혈을 예방해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린이의 간장을 보호해준다'는 또 어떤가. 얼핏 봐서는 아무 잘못도 없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호해야 할 간장은 술에 찌든 어른들 것이지 어린이들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일찍이 유치원 시절부터 술맛을 제대로 알고 그걸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겨온 어린이들은 여기에 예외다.
안내문 전체를 다시 읽어 보자. 이 문장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뼈다귀탕의 효능과 맛이다. 그걸 한꺼번에 쓰다 보니 내용이 모호해져 버린 것이다. 아래처럼 쓰면 비교적 무난하다.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어린이의 성장기발육을 촉진하고 빈혈을 예방하며, 성인들의 간장을 보호해준다. 우거지를 비롯한 각종 야채들이 어우러진 맛!

원래 것보다 글자 수는 비록 늘어나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확하게 써야 한다. 혹시 아는가, 안내문을 우리 어문 규범에 맞게 쓰면 뼈다귀탕 맛이 훨씬 좋아져서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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