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

[책 읽어 주는 여자 7] 이유 있는 죽음이라면 찬성한다. <완벽하게 자살하는 방법>

검토 완료

임지영(lightand)등록 2014.09.14 19:36

<완벽하게 자살하는 방법> 표지 ⓒ 유리창

<완벽하게 자살하는 방법> 제목이 자극적이다. 생명체 본연의 절대적 본능인 '생존 욕구'를 역행하며 스스로 죽겠다는 자살은 대한민국에서 인생의 금기가 아니라 '선택 사항' 이 되어버려 이런 책이 나오다니... 씁쓸하지만 손이 간 것은 작은 글씨로 책 상단에 "죽을 용기가 있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는 말은 진부하지 않는가." 로 이 책을 읽어 보게끔 호기심을 일으켰다.

잘 나가던 만능 기획자이며 저술가였던 저자 이성주가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노숙인이 됐고, 빌딩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처절하고도 외로운 고통 속에서 몸을 떨어야 했던 지난 경험을 통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책을 써 내려 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들 3명 중 40퍼센트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고민했으며 이들 중 30퍼센트 정도는 이 고민을 구체적인 '행동' 으로 옮겼다고 한다.

저자는 자살도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을 존중하지만, 그 선택은 백만 가지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버려야 하는 선택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죽음을 택할 때에는 좀 더 폼나게 죽을 수 있어야 하며, 그 방법은 바로 '잘 살아내는 것'임을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인 메시지로 우리에게 전해주려고 하고 있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나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아직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가 있다. 내가 다닐 때는 고등학교도 평준화가 되었지만 이 전의 모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등용문이었다고 한다. 소위 중학교에서 날고 뛰던 학생들이 모였는데 그 중에서도 1등에서부터 40등까지 순위가 매겨지고 난 공부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며 자살한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선배가 있었다고 전설처럼 내려왔다.

이렇게 확인된 것만 자살 학생 2명. 학교에서는 건물을 하나 더 세워 기운을 막아야 한다고 했고 난 그 새로운 건물에서 공부를 한 평준화 2세대 아이였다. 새로운 건물의 좋은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평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들어온 해 부터는 '자살' 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다.

ⓒ 군인권센터


또한 특히나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자살은 해결되지 못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군인권센터' 가 주목받고 있다. '군인권센터' 는 예비 입영자를 위한 인권학교, 상담 및 국방 정책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군성폭력상담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자살에는 시위성이 있는데 '뭔가 말하려' 한다는 것이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누가 말하였는가? 좋은 고등학교 나와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돈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고 아등바등 대고 있는데 결국 우리의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 이라는 것이다.

 완벽하게 자살하기 위한 질문들
이 책의 목표는 '당신 얘기를 들어보려는 것이다.' 라는 저자의 주장처럼 책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데 '자살'이 당신이 선택한 최선이며 확실한지를 스스로 깨닫는 물음으로 바꾸어 질문한다.

첫 번째, 당신이 죽기로 결심한 이유가 뭔가? -> 죽어야 할 이유를 고민해 본 흔적이 있는가? 로 바꿔 질문했을 때 당신이 죽으려고 하는 이유가 실제 일어난 사실을 기반으로 한 극복 불가능한 절망적인 현실 때문인지, 그 사실을 확장한 당신의 '생각' 때문인지 고민해 보았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두 번째, 왜 죽으려는 건가? -> 내가 지금 죽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는가? 로 바꿔 질문했을 때 당신이 인생을 끝내려는 순간인데 '아무렇게나' 끝내고 싶은가? 태어난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아니지만 '자살'은 당신의 의지로 인생의 마지막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맞는 말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세 번째, 행복해지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 ->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로 바꿔 질문했을 때 당신이 거창하게 생각해낸 행복의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과 환경을 탓하는 게 지금 당신의 모습은 아닌지 물음을 던진다.

위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가면서 '자살을 반대하는 다른 책과 무엇이 다른가?' 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자살도 선택이라며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겠다고 말한 저자의 얘기와 다르지 않은가?

나 같은 의심 많고 참을성 없는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책을 덮을까봐 저자는 한 번 더 언급하고 넘어간다.

첫째, 나는 당신들의 '자살'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당신들의 죽음을 말리는 듯한 뉘앙스가 여기저기 보이는데 나는 당신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 발휘하는 힘이 아깝다. 그 힘을 다 쓰고 자살하는 것이라면 아깝지 않다.

 둘째, 기왕에 죽을 목숨이라면 감정에 휘둘리는 자살이 아니라, 의미 있고 목적성이 뚜렷한 자살을 선택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셋째, 제발 자살하더라도 그 순간을 다 누리고, 해볼 건 다 해본 뒤에 죽으라는 얘기다. 어차피 죽을 목숨, 몇 주 늦춰지는 것이다.

요즘 자살이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유명인사의 죽음에 같이 따라서 죽거나 그냥 지금의 현실이 힘들어서 라는 다른 사람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없는 죽음' 이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고민과 번뇌도 떠안지 않고 그 과정이 생략된 자살이란 의미 없는 죽음일 뿐이다. '이유 있는 죽음' 으로 가기 위해서는 '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 보라는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겠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가?'
7,000원 짜리 점심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경제력과 멀쩡한 몸이라면 못할 것 없기에 아직 살 만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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