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엄마를 좋아했던 나

경직된 박근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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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organ)등록 2014.08.28 14:27
며칠 전 점심시간에 우리 기관에서 운영하는 찻집에서 차를 마셨다. 거기에서 내게 작품지도를 받는 어르신과 함께 담소를 했다. 어르신은 내게 대뜸 악수를 하자고 했다. 왜 갑자기 그러시냐고 했더니

"저번에 있잖아! 그래도 이 손이 청주 삼겹살거리에 내려온 박근혜대통령과 악수한 손이여!"
"아이구 어르신 그때가 언제인데 한 달 되었을텐데..전 박근혜 안 좋아해요!"
"그래도 대통령이여!"
"

난 혼자 해석하기를 박근혜하고 악수한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는 사람과 악수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는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찻집담당의 우아한 60세의 언니뻘 선생님이 말한다.

"샘은 박근혜를 안좋아한다 하지만 난 정치를 전혀 몰라! 정치고 뭐고 난 그냥 박근혜가 좋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박근혜를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나는 깍듯이 언니대접을 했지만 동료이기도 하다.  나도 솔직히 말하면 정치를 썩 안 좋아한다. 그러나 관심은 항상 가지고 있다.

함께 십 수년간 여성장애인 인권단체 대표를 하면서 같이 공동대표를 했던 동료들 2명이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 3명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되고 그외 많은 지부의 동지수십 명이 전국각 지에서 도의원 시의원 등 정계로 나갔다. 정치판에 나간  더러는 치열한 싸움닭의 투사가 되어 아직도 하고 있고 더러는 심한 내상을 입어 도중하차하고 암도 발병하기도 하였다. 

정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관심이 동료들 때문이 아니라 정부예산으로 교육사업과 복지사업을 실행하는 기관에 근무하다보니 내 생활피부에 근접한 사안들인 법안에 관심이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정치에도 관심이 간다.

40년도 더 전에 부산에 살때 육영수 여사를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마산상고 출신이라 박정희의 독재정권을 타도하자는 재야의식이 투철하셨는데 엄마는 육영수 여사의 아픈 데를 어루만져주는 자애하고 단아한 모습과 활동들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나도 육영수여사의 언제나 미소짓는 그 따사로워 보이는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고 텔레비젼에 육영수여사 장례식이 비춰지고 영구차가 화면을 지나갈때 나도 모르게 큰 절을 했다. 그 후 나는 서울로 이사왔고 그리고 40대 초반에 인권활동을 하면서 박근혜가 정치일선에 등장하고 육영수 여사처럼 머리를 틀어 올려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의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단체의 큰 행사에 박근혜가 국회의원시절에 대형화환을 보냈는데 여성단체 대표들이 그 화환을 쓰레기장으로 버리라고 할 때만 해도 나는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어느 자리에 있던 축하하는 마음은 좋은 마음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나는 박근혜가 텔레비젼에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리고 육영수 여사가 살아계시면 자신의 딸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밟고 뮤지컬을 보기도 하고, 300명의 아이들이 수장될때 나몰라라 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지금도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철저하게 집단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인 행동을 우선하는 박근혜대통령의 주변사람들에게서 나는 우리나라 의 노론서론의 파벌싸움을 주동하는 그러한 것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늙어가는 얼굴을 육영수여사의 이미지인 올림머리로 하고 뮤지커을 관람하며 미소짓는 그녀에게서  중국의 오랜 독재집권자 서태후도 연상된다.언론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은 소통을 나몰라라 하는...소통의 반대말이 경직인 것처럼 경직된 인상이다.

박근혜대통령을 무존건 좋다하는 찻집에 이제는 한동안 차를 마시러 가지 못할 것 같다. 박근혜대통령과 악수한 어르신과는 그냥 선생과 문하생의 관계만 유지할 것 같은 나는 알고보면 참 소심하고 감성적인 인간이다. 정치하고는 영 안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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