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셀프 카메라 거치대(셀카봉) 불티가 말해주는 현 사회

- 여행의 묘미, 사람과의 만남을 단절시키는 너는 누구냐?

검토 완료

임지영(lightand)등록 2014.08.25 09:29
서울 근교에 살고, 직장이 서울임에도 서울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여 이번 여름휴가에는 서울 북촌 8경 투어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느낀 북촌에서 본 한옥의 아름다움이 아닌 일명 '셀카봉' 으로 불리우는 스마트폰 셀프 카메라 거치대가 '정 많은 한국사회' 라는 수식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꼬집어 본다.

사실 필자는 스마트폰을 스마트 하게 사용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명이며, 아날로그를 좋아하기에 북촌8경을 돌아보면서 구석구석 골목길 마다 사람의 손길이 아닌 스마트폰이 점령한 것에 대해 더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생각에 함께 고개를 끄덕여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늦은 여름 휴가를 떠난 8월 22일, 북촌8경. 요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오락가락 하여 제대로 된 휴가를 못 즐기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상이 라도 해 주듯이 휴가를 떠난 날은 하늘이 참 맑아서 북촌 전망이 잘 보일 거라는 들뜬 마음을 안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셀카봉을 이용하여 찍은 모습 (출처 : 쇼킹딜 11am 쇼핑몰) ⓒ 쇼킹딜 11am 쇼핑몰

[셀카봉 너를 처음 마주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 많은 지하철. 북촌 까지 가려면 지하철로 약 1시간은 쉼 없이 가야 하지만 자리를 포기한 후, 흔들거리는 지하철에 몸을 맡긴 채 가고 있었다. 서두에서 말하였듯이 아날로그를 좋아하기에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을 거의 만지지 않고 사람들과 풍경을 보면서 목적지에 다다르는 편이다.

내 앞에 남녀 커플이 앉아있었고 남자가 '셀카봉'에 본인의 핸드폰을 꽂고 여자친구와 함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연신 깔깔깔 웃어댔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셀카봉'을 조립한 모습을 처음 보았다. 스마트폰 특성상 고개를 아래로 숙이지 않아도 되니 다른 용도로 쓰였지만 편리해 보였다.
우연히도 나와 같은 목적지에 가는 여행객이 었고 '셀카봉' 이 빛을 발할 때가 되었다.

[여행 중 셀카봉과의 불편한 만남을 이어가다.]
'나홀로 여행'을 와서 누군가를 맞출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있고 원체 걸음이 좀 빠른 편이어서 어느새 지하철에서 본 '셀카봉' 커플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고 혼자만의 여행에 푹 빠지려 하는데...

여행하면서 내내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 '셀카봉' 의 출현. 원래 북촌이 사람 많은 관광지 인 것은 알았지만 오늘 만큼은 사람이 아닌 저 물건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어디가든 '셀카봉'을 가지고 팔을 쭉 펴고 사진 찍는 사람들...그러다 보니 가까이 가서 더 보고 싶은 내 발걸음은 이내 멈추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겨도 계속 따라 따니는 '셀카봉' 에 나는 북촌을 가까이 하는 것이 아닌 '셀카봉'을 이용하여 사진 찍는 커플을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여기 이 커플도 남자가 '셀카봉'을 들고 북촌 배경을 뒤로 하고 커플 셀카 사진을 찍었는데 여자는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연신 '다시 찍자' 고 말하였다.

순간 나의 머릿속은 "그래...'셀카봉' 이 사람이 찍어주는 것을 대신하지는 못 하겠지"

나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마음에 들게 찍어 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그 커플 주위를 맴 돌았다. 결국 이 커플은 서로의 얼굴인 인물을 중심으로 찍고 배경은 나오지 않게 찍었다.

[셀카봉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일까?]
북촌 8경 여행을 돌아온 후, 인터넷에서 '셀카봉'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과거에는 스카이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생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사용하였는데 요즘은 '나 홀로 여행족' 혹은 '셀프 촬영족' 등 여행을 가거나 일상을 담으려는 이들로까지 소비자 층이 확대되었다고 한다.

1박2일에 나온 '셀카봉' 으로 찍은 모습 (출처 : KBS2 TV 1박 2일) ⓒ KBS2 TV 1박 2일

[셀카봉 신드롬이 기사에 1박2일 프로그램에도 출현하다.]
'셀카봉' 이 뭐길래...온/오프라인서 인기 폭발(미디어잇 2014년 8월 20일 자), 스마트폰 셀카봉 온라인서 불티(매일경제 2014년 8월 18일 자) 기사를 읽어 보며 여행지에서 쭈뼛쭈뼛 옆 사람에게 다가가 사진 한 장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설령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는데 마음에 들게 안 찍어 줬어도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찍어주었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이런 미안함을 갖지 않을 수 있는 스마트폰 '셀카봉' 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열풍이 일고 있는 것에는 나 또한 20대 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셀카봉' 의 인기는 기사를 넘어서 KBS2 TV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 에서도 나왔다. (2014년 8월 24일 방영분) 전북 군산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이 날 차태현과 김준호가 한 팀이 되어서 '기도등대'에서 일반인 여행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1박 2일'에서 보여준 '셀카봉' 은 조금 달랐다. 같이 여행 온 차태현과 김준호 라는 연예인 만이 즐기는 여행이 아닌 오늘 처음 본 여행객 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셀카봉'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셀카봉에 대한 나의 생각은?]
구닥다리 20대 처자인 나는 여행은 혼자 즐기고 오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 하는 첫 걸음인 '사진 한 장 찍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고 말하며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반려자)이 생기기를 기대해 보며 앞으로도 '셀카봉' 없이 여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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