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송별연 풍경

삼겹살 대신 스테이크?

검토 완료

이영미(organ)등록 2014.07.28 09:26
한 조직은 십년 너머, 그리고 또 현재의 조직에서는 8년가까이 일하고 있다. 해마다 인사이동 또는 퇴사 등으로 사람들이 오고 가고 한다. 자의로 또는 타의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거듭되는 것은 송별연이다.

재단내의 복지행정이 재정비되고 흐름이 빨라지고 빈틈없어지면서 작년과 올해 유난히 송별연이 많이 이루어졌다.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 조직의 흐름에 안맞는다거나 또는 일해보니 비젼이 자신의 이상과 다르다거나 여러가지 이유를 개인사정이란 것을 내세워 떠난다.

처음 이곳에 와서 벌어진 송별연에서 3년간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했던 청년직원을 떠나보내며 그 옆의 동갑내기 여자동료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친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청년에게는 약혼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는 그 청년의 모습에서 훗날의 자기의 모습을 보았을까? 그 여직원도 얼마 안되어 그만두었다.

10년을 넘게 일하던 어떤 직원은 송별연에서 편지를 써와서 눈물로 낭독을 했고 모두들 숙연했다 그 직원이 떠날때는 나도 눈물이 절로 나와 옆의 동료가 울지마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떠나는 것은 환경상의 어떤 상황보다는 내가 생각하기엔 모드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자신들의 삶과 일에 스스로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이니깐.

올해들어서 몇몇 직원들이 여전히 오고 간다. 직원들이 퇴사하더라도 한 두명 뽑는데 능력과 자격갖춘 재원들은 수십 명이 지원한다. 이제 퇴사와 입사하는 그런 것은 드문풍경이 아니다. 다른 조직은 어떨지 궁금해서 서울과 대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비영리민간조직의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그곳에서도 요즘은 연봉이 단 오십만원이 많거나 자존감이 상하면 금방 떠난다고 한다. 상사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자식때문에 참고 일했던 세대는 우리 같은 오십대이고 곧 우리같은 오십대가 될 사십대도 그만두지 않지만 이삼십대는 다르다고 하였다.

취직이 어렵다는 현실이지만 취직을 하더라도 마음먹기 따라 금새 그만두어 버리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현실인 것이 씁쓸하다. 일년에도 몇 차례나 거듭되는 송별연 풍경의 단골메뉴는 삼겹살아니면 닭갈비였다.

그런데 최근 몇 달사이 몇 명이 그만두면서 송별회식의 메뉴를 이야기할때 인사치레로 뭐 먹고 싶느냐고 물었는데  그만두는 젊은 당사자는 당당히 말했다. "삼겹살은 안 먹고 스테이크종류를 하면 좋겠어요" 우리는 처음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놀랐지만 금새 스테이크 이야기를 화제를 꽃피웠다.

어디어디에는 스테이크를 하면서 파스타가 맛있고, 어디에는 야외 홈스테이크이고 어딘가에는 뷔페식이고...과회식상조쇠비가 두배 세배로 치솟는 것은 별로 화제거리가 못 되었다. 헤어지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쉬움과 서운함의 풍경이 아니라 어차피 헤어지는 내잉리지만 오늘은 즐겁게 잘 먹고 웃자는 풍경으로 바뀐 것 같다.

나는 이제 내게 사표를 쓰려고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전처럼 열심히 만류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달 전에도 나보다 나이많은 어떤 분이 어떤 갈등끝에 사표를 내는 것처럼 이야기했을때 " 떠날때 떠나더라도 박수칠때 떠나야지 이런 상황에서 떠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고 만류했다.

이제는 대강 감이 오기 시작한다. 정말로 떠나려고 마음먹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않는다는 것을...말을 한다는 것은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 자기 합리화의 하나라는 것을...정말로 떠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종이 한 장 행정팀에 내미는 것으로 끝낸다. 그리고 절대 우울해하지 않는다.

옛말이 모두 다 맞다고 여기고 살앗지만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나무는 송백같이 되기 어렵다는 채근담의 글귀도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많이 돌아다녀보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많은 곳에서 일해보아야 자기에게 맞는 최상의 터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물이 글썽이고 서로 아쉽고 서운해하던 송별연이 아닌 수만원 하는 스테이크송별연이 정해진 날...나는 이미 그 날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거금(?)의 상조회식비만 지쿨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라진 풍경이 좋아보인다. 즐거운 기분으로 파티하는 것처럼 그렇게 즐겁게 먹으면서 유쾌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며 헤어진다는 것이니깐.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