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나잇살 때문인 줄 알았는데...

검토 완료

이영미(organ)등록 2014.07.24 19:16
운동을 시작한 지 여러달 되었다. 마흔살 부터 세상살이를 하면서 육식을 제대로 하고, 그리고 말과 운전과 컴퓨터를 배웠다. 그리고 쉰 살이 넘어가면서 육식보다 신토불이 중심으로 섭식에 신경쓰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의 골절사고를 경험하고 보건소에서 체지방은 많고 근육은 작아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고 해서 겁을 집어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은 못하지만 틈나는 대로 자전거를 한 뒤 허벅지, 종아리, 어깨, 팔 등의 근육운동을 하고 최소 심장이 펄떡거릴만큼 몇 키로씩 걷기를 하고 있다. 처음 했을때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한 달 후면 1키로 두 달 후면 적어도 삼키로는 빠지고 반 년이 되면...

그러나 왠걸 체중은 별로 변화가 없다. 사람들은 나잇살 때문이라고 나잇살이 어찌 쉽게 빠지냐고 했다. 그러나 최근은 나잇살과 관계 없는 평소의 내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며칠 전은 몸이 안 좋아 만사제치고 묵향작업실에 갔다. 24년만에 국전을 졸업하고 초대작가가 된 후 문하생들 지도할때 빼고 잠시 쉬었는데 오랜만에 벼루에 먹을 갈았다..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 구성을 한 뒤에 종이를 잘라서 접지를 한 뒤에 구도에 맞게 이리 저리 써본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초안이 거듭되면서 초안중에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 책상위에 하나씩 반듯이 올린다.

그러나 책상위에 올려지는 초안들보다 바닥에 내려깔리는 종이가 점점 많아져 나중에는 지나갈 통로도 안보일 즈음이면 허기가 느껴진다. 밥 먹으러 나갈 시간이 없어 간식으로 준비했던 옥수수를 챙겨서 왼 손으로는 옥수수를 야금 야금 먹으면서 오른 손으로는 붓을 잡아 연신 이렇게도 저렇게도 구도를 바꾸어 써본다.

그렇게 한 참을 한 뒤에야 책상위에 초안들 수십 장이 수북이 쌓였다. 그 초안들 수십 장을 다시 이리 저리 대조해서 살펴보며 몇 장으로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 가서 지인이 나누어준 다섯 그루의 반송과 어느 스님에게 얻어 유월에 씨를 심어 이제 싹이 나와 손바닥 크기 만큼 된 해바라기에도 물을 주었다.

반송은 얻어 와서 얼마 안돼어 개미가 반송가지를 덮어 까맣게 보일정도로 너무 많아 당황했는데 누군가가 개미는 진드기와 상생이라 진드기약을 치면 절로 개미가 반송에 오지 않는다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더니 정말 개미가 없어졌다.

쉰 살이 넘어도 아직 못 듣고 살아서 그런지 아무리 책을 많이 보았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모르는 것이 날마다 생긴다. 다행한 것은 물어볼 수 있는 주변사람들이 항상 있다는 것이다. 해바라기도 한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니 어느 절간에 이미 피어난 해바라기를 보며 부럽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님이 해바라기는 일 년에 두 번도 꽃을 볼 수 있으니 지금 심어도 추석전후에는 꽃을 볼 것이라며 씨앗을 한 아름 주셨다.마당에도 심고 친구의 한적한 시골농장 입구에도 심고 길 가다 지친 나그네들도 보라고 도로 주변에도 심었다. 해바라기 꽃씨를 심을때는 쉰이라는 내 나이를 잊고 소녀가 된 마음이 된다.

해바라기에 물을 주고 다시 묵향작업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에 가져온 옥수수를 먹으려고 가방을 뒤졌다. 아뿔샤! 옥수수가 없는 것을 보고 새삼 내가 먹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나는 내가 정신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내가 작품을 제작하느라 붓을 잡으면서 왼 손으로 옥수수를 먹었지만 나의 머리는 작품초안에 집중해있어서 내 몸이 옥수수를 먹었다는 사실을 뇌에 저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에도 나는 밥을 먹을 때 텔레비전나 신문 또는 책을 보면서 먹는 습관이 있는데 포만감을 별로 못 느껴서 계속 먹는 습관이 있다. 쉰 살이 넘어서 나잇살이 들어서 배가 볼록해졌다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먹을 때 먹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병행해서 때문이라는데 자각이 들었다.

그리고 퇴근하고 나면 운동하고 운동하고 집에 가면 9시가 넘는데 운동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고 그리고 식사한 지 1시간도 안되어 금새 잠을 자버리는 습관이 안 좋은 것이다.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지고 보기졶은 탄력있는 근육이 새록 새록 붙으며, 10년 전의 허리잘록한 원피스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환상이 되었다. 이제 부터 무엇을 먹을때는 먹을때만 지중하고, 운동하고 집에 귀가하면 될 수록 간단히 먹어야 겠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간단한 것 같은 데 습관이 된 지 오래라 잘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