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아저씨(홍명보)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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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일(skystock)등록 2014.07.12 16:54

최근 사퇴한 홍명보 감독 ⓒ 대한축구협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되는 사람, 회식 자리에서 웃었다고 욕먹는 사람, 자기 돈으로 땅을 산 것이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동일 인물이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홍명보이다.

그의 선수 시절 전성기와 위상을 모르는 어린 아이 입장에서는 축구를 같이 보는 아빠한테 "아빠, 저 아저씨 왜 그래?"라고 얘기를 할 법도 하다.

월드컵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부터 의아한 결정을 해왔고 김신욱, 김승규 대신 컨디션 나쁜 박주영, 정성룡을 꾸준히 기용한 장면은 홍명보를 그냥 나이 많은 아저씨로만 생각하는 어린 축구팬들에게는 이해를 하기 힘든 대목일 것이다.

심지어 홍명보의 잘 나가던 모습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조차도 홍명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가 어린 나이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라고 찬사를 보냈던 사람들도 홍명보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영원한 리베로로 기억했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영원한'이란 단어는 맞지 않는 듯하다. 홍명보의 사퇴를 종용하던 사람들에게 영원한 리베로는 어느 새 고집불통의 감독으로 전락해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선수 홍명보'의 활약을 지켜본 적이 없는 최근의 어린 축구팬들은 홍명보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홍명보는 그저 예전에 조금 잘 나간 적이 있었다는 사람일 뿐이다. 혹시나 홍명보의 예전 플레이 영상을 보거나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해도 그저 과거의 이야기로만 치부될 것이다. 그들에게 홍명보는 단지 코미디 프로그램의 개그 소재이고, 월드컵은 망쳐놓고 술자리에서 회식을 한 아저씨이고, 감독 직무는 소홀히 하고 땅을 보러 다닌 부자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의 축구 영웅이 한 순간에 역적으로 몰락한 것이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흡사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중도 경질된 차범근이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의 영웅이 비난 받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 실수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그런 것을 감싸 안아야 한다고 본다. 특정 인물을 마녀사냥으로 몰고 가는 일이 계속 반복되어서는 발전이 없다. 이건 축구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홍명보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그 자리에 앉아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인가? 모 축구 선수의 말을 빗대어 말하면 답답하면 본인들이 감독할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220057993410)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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