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위험할까?

일주일 간 생긴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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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organ)등록 2014.06.11 13:29
화창하던 날씨가 간 밤에 좀 요란했던 것 같다. 소리를 못 듣는 나라서 비소리를 못듣지만 연신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지붕을 울려서 내다보니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날씨가 이런 것처럼 일 주일간 사람 살아가는 세상살이에도 여러 가지 일이 참 많이 생겼다. 선거와 연휴간의 쉼과 그리고 연달아 일어나는 조문들.

선거날은 많이 씁쓸했다. 왜냐하면 내가 평소에 기획해서 몇 년동안 꾸려가던 음악반 단장님은 음으로 양으로 나와 상부상조하면서 단원들과 악기들을 서로 잘 챙겼다. 이러한 화합을 기본으로 해서 지역에 봉사공연하는 것이 소문이 나서 KBS-TV가 15분간의 생방송 다큐로 취재해서 6월 2일 오후에 방영되었다.

그렇던 그 분이 투표전날과 투표날 아침 카톡을 보냈다. 간간이 좋은 음악과 글을 음악단원들에게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던지라 또 좋은 음악인가 싶었더니 웬걸.

'박근혜대통령이 위험합니다! 뭉쳐야합니다! 이 문자를 아는 분들에게 모두 보내주세요!'

대체 워가 위험할까? 정말로 위험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송전탑 밀양사람, 쌍용사람들, 4개강사업으로 망해서 죽었던 같은 노년의 사람들은 어르신은 모르시는 것일까?

70대 중반의 이 분의 정서가 노인분들의 보편적인 정서라고 생각을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일하는 이 곳의 수백명의 노인들 상당수가 파란색은 남의 색같고 빨간색은 우리식구색이라는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많이 씁쓸했다.

도지사는 엎치락 뒤치락끝에 파란색이 되었고 시장은 어르신이 원하는 대로 빨간색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도지사도 빨간색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지만 작년에 파란색이었던 시장자리를 마치 잃었던 것을 되찾은 것처첨 좋아하셨다.

나는 빨강과 파랑이 공존함으로써 전횡보다는 적절한 긴장과 경쟁과 균형이 생기고, 그 속에서 지역발전을 유도하는 상생의 기틀이 다져진다고 생각하지만 어르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노년의 이러한 보편적인 정서를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분이 내게 이렇게 보낸다는 것에 놀랐고, 내 욕심에 음악단의 리더인 그 분은 좀 다를 줄 알았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휴기간은 이제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자리잡아가고 있는 딸을 만나러 서울에 갔다.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기업안의 치열한 경쟁과 빠른 속도에 아이가 웃음을 좀 잃은 것 같아 안쓰러웠다. 내 아이가 졸업을 무사히 하고 취직을 잘 했다는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회공헌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대기업의 약육강식의 흐름에서 천진한 아이의 정서가 많이 훼손되어질까 염려스럽지만 어쩌랴! 이 또한 아이 스스로가 선택해서 걸어가는 길인 것을... 내려오면서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잠시 일을 내려놓고 이번 주말에 내려오는 것은 어떻겠니? 쭈니와 도란이 모두 데리고 생태공원에서 산책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언니 생일선물도 미리사자". 
왜냐하면 삶의 위안이 되고 선물이 되는 것은  그래도 가족이고 자연이니깐.

연휴기간 내내 서울에 머물렀다. 매일 붓을 잡고 세로 2미터의 작품과 살기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며 부탁한 캘리그라피 작업에 매달렸다. 내가 붓을 잡는 동안 우리 지역의 40대 후반의 신부님은 심장마비로 갑자기 애통하게 돌아가시고 특수시설 무용선생의 어머니는 무용선생님표현대로 감사하다는 90세의 천수였다.

청주로 돌아온 나는 월요일부터 조문을 가는 한편 어떻게든 휴강을 피하려고 특강사를 구하느라 여기저기 문자와 카톡을 부지런히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란 시간을 비워두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음악시간이 되면 단장님과 손잡고 일해야 한다.

내게 보낸 박근혜대통령이 위험하다는 내용의 문자로 해서 내 마음이 전처럼 당장 화안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구름같은 그 느낌은 걷히고 사람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청명한 하늘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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