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 갑작스러운 '퀴어문화축제' 승인 취소로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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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tangerinedream)등록 2014.05.27 21:48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제 15회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 ⓒ 퀴어문화축제


국내 최대의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가 행사 2주 전에 갑작스럽게 장소 승인을 취소당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2000년에 시작하여 올해 15회째를 맞이하는 퀴어문화축제는 국내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매년 다양한 주제로 문화행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홍대 거리에서 약 1만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올해에는 "Love Conquers Hate(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6월 7일 거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전시, 공연, 파티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또한 구글 코리아가 이 축제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결정하며 지지의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행사를 불과 2주 앞둔 시점에서 서대문구청 측에서 갑작스럽게 행사를 취소했다는 사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의 관계자는 "퀴어문화축제의 개최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너무 많아서 부득이하게 행사 승인을 취소할수밖에 없었다" 면서 "행사 승인 취소가 주최측에 문서로 전달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부당한 행사 취소에 대해 다시 승인을 할 계획이 없느냐 묻자 "해당 부서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너무 민원이 많이 제기되어서 안타깝게도 다시 승인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서대문구청의 민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부터  퀴어문화축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여러 게시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동성애 축제에 반대한다',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가 되면 좋겠느냐' 는 격한 표현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여러 네티즌들은 '퀴어문화축제 장소승인 취소는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아직도 동성애를 에이즈와 연결짓다니,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가' 라며 '내 자식이 동성애자가 될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민원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행사 반대에 대한 글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전혀 근거없는 글들을 듣고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구청 측의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청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했지만,  퀴어문화축제 주최측은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오는 6월 7일에 신촌에서 퍼레이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구청의 장소승인 취소로 교통통제 시간이 변경돼 축제의 전체적인 운영시간이 변경될 예정" 이라며, "이에 대해 현재 축제 조직위에서 논의 중" 이라고 밝혔다. 15년째 지속되는 축제가 잠시 부딪친 난관으로 인해 한번에 취소되지는 않겠지만, 이 일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수준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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