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모디슈머' 열풍... 나트륨 '만세'

섞어 먹는 맛에 나트륨 유해성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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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myhyewook)등록 2014.04.23 17:06
'짜파구리' 나트륨 2880㎎... 섭취 권고량 2배 초과

식품 제조업체의 표준이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품을 합성·변형하는 이른바 '모디슈머(Modisumer)'바람이 거세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 바꾸다'를 의미하는 'Modify' 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의 합성어다. 소비자가 제조업체에서 제시한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음식소비의 새로운 트랜드가 형성된 것이다.

모디슈머 붐을 일으킨 대표주자는 N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한 '짜파구리'다. 짜파구리는 한 대학생이 자신의 조리법을 인터넷 동영상에 올리면서 등장했는데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인기 만점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디슈머 덕에 라면시장 사상 최초 2조 원 돌파

P사 비빔라면과 골뱅이 통조림을 섞어 먹는 '골빔면'도 대박이다. 맛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면무침에 뒤지지 않아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사 비빔면은 '골빔면' 덕에 계절라면 중 유일하게 라면시장에서 매출 10위권에 들었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N사 '오징어짬뽕'과 '짜파게티'를 결합한 '오파케티'도 등장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들 제품을 각 10봉씩 구입하면 17%할인해 주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모디슈머' 열풍으로 라면업계는 1963년 라면 판매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시장규모가 2조원을 돌파했다. N사의 짜파게티는 지난해 11월까지 1260억원 판매고를 기록했다. 너구리도 970억 원 판매를 올렸다.

이들 제품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조리가 간편하고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불행하게 지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들 제품들은 '나트륨' 덩어리들이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골다공증 ▲고혈압 ▲심장병·뇌졸중 ▲위암 ▲만성신부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831㎎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고 있는 2000㎎의 2배 이상이다.

짜파구리를 먹는다면 단숨에 2880㎎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짜파게티에는 나트륨이 1180mg, 너구리에는 1700㎎이 함유돼 있다. U사 골뱅이 통조림 제품(400g)과 P사 비빔면을 결합한 골빔면을 먹으면 1960㎎의 나트륨을 섭취한다. 비빔면에는 나트륨이 1410㎎, 골뱅이제품에는 550㎎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다.

라면업계 나트륨 부담↓ 판매↑ '일석이조'

언론들은 '모디슈머' 흥행과 관련 "소비욕구를 드러내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 변화와 함께 1인 가구 증가가 한몫을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 대학생이 인터넷에 짜파구리 동영상을 올렸다고 국민적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라면업계와 미디어의 기가 막힌 마케팅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식약처는 2017년까지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 이상 감소시키기 위해 '건전한 음식문화 개선' 일환으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트륨 저감화 정책대상은 ▲단체급식 ▲음식업체 ▲가공식품 등이다.  나트륨 저감화 관련 법률이 전무한 가공식품류는 업체의 자발적 참여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특히, 라면업체들은 "기본재료인 나트륨을 줄일 경우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나트륨 저감화사업동참을 꺼려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그나마 나트륨을 줄인 라면제품들을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나트륨을 줄인 제품' 코너까지 개설해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모디슈머'열풍에 나트륨 저감화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식약처는 나트륨 덩어리 제품들이 결합돼 나트륨 과다섭취를 부추기는 이 현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며 대중을 현혹시킨 라면업체의 마케팅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힐뉴스(www.healnews.com)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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