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상실... 식약처 '나트륨 저감화 사업' 현장

'나트륨 주범' 간장 ·라면을 '나트륨 줄인 제품' 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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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myhyewook)등록 2014.04.10 17:59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라면·장류 등 고(高)나트륨 함유 가공식품 판매를 부추키는 등 변질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2017년까지 4878㎎(최근 10년 수치)나 되는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이상 감소시키기 위해 '건전한 음식문화 개선' 일환으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트륨 저감화 정책대상은 ▲ 단체급식 ▲ 음식업체 ▲ 가공식품 등이다.

라면·장류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 관련 현황을 살펴봤더니 당초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와 협약을 체결, 전국 20여개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나트륨을 줄인 코너'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찾아가고 찾아오는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을 농협하나로클럽을 찾은 소비자 대상으로 진행중이다.

기자는 농협하나로클럽에 개설한 '나트륨 줄인 제품 코너'를 최근 취재했다. 진열된 제품 상당수가 나트륨을 과다 함유한 라면·장류 등 가공식품이다. 나트륨이 적은 제품만 엄선해 놓은 코너인 줄 착각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당초 정책취지와 달리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나트륨 섭취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 된 것이다.

일산하나로클럽 '나트륨을 줄인 제품코너' 일산농협하나로클럽의 '나트륨을 줄인 제품 코너'. 진열대에는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라면과 장류 등이 가득했다. ⓒ 김치중


대표적인 게 라면류다. 취재결과, 일산 농협하나로클럽 해당 코너에서는 얼큰한 너구리·육개장·새우탕 컵·김치큰사발(이상 농심), 메밀비빔면·열라면컵·스낵면(이상 오뚜기), 팔도왕라면(팔도) 등이 진열돼 있었다.  '얼큰한 너구리' 한개에는 나트륨 1700㎎이 들어있다. 팔도왕라면의 나트륨 함유량은 무려 1980㎎이다. 식약처가 고시한 성인 나트륨 일일 충분 섭취량인 1400~1500㎎를 훌쩍 뛰어 넘는다.

식약처 영양안전정책과 김종욱 연구관은 "빵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빵에 들어간 '베우킹파우더' 양을 줄이는데 10년이나 걸렸다"며 "라면의 경우 나트륨이 기초원료라 단번에 나트륨을 줄이면 맛은 물론이고 판매에 문제가 생겨 10년을 내다보고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관은 또 "나트륨 함유를 규제할 법률이 없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나트륨 함유량을 줄이는데 동참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업체들이 나트륨 함유량을 줄이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률 입법추진에 나설 식약처가 업체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나트륨을 줄인 제품 코너라고 하지만 결국 나트륨이 과다 함유된 제품들만 가득한 것 아니냐"고 기자가 질문했다. 그는 "나트륨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업체와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자발적으로 이 코너를 신설해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변했다.

농협중앙회 측 반응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농협중앙회 마트전략부 관계자는 "우리 임의대로 코너에 제품을 진열한 것이 아니라 식약처에서 통보한 제품들을 '나트륨 줄인 코너'에 진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일산 하나로클럽에서 만난 김미영 주부(38)는 "라면, 간장, 고추장 등이 가득한 코너가 어떻게 나트륨을 줄인 코너인지 의문"이라며 "기왕 캠페인을 하려면 마트 내 장내방송 등을 통해 일일 나트륨 섭취량이 얼마이고, 라면에 나트륨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 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내 대신 마트에서 장을 보러 나왔다는 장영민 씨(42)는 "라면코너에 가면 다 있는 제품들을 나트륨 줄인 제품이라고 별도 코너를 만든 것 자체가 웃음거리"라며 "식약처가 나트륨 덩어리 제품 판매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셈"이라고 정책개선을 촉구했다.

정성현 씨(48)는 "나트륨이 거의 없는 제품만 따로 골라 전시한줄 알고 몇개월전부터 이곳에서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했는데, 이게 무슨 '장난질'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힐뉴스(www.healnews.com)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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