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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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미(aaaaiiight)등록 2014.03.30 22:10

<대구> ⓒRHK ⓒ RHK


세 차례에 걸쳐 벌어진 소위 '대구 전쟁(the Cod Wars).' 2차 세계대전이 지루한 막을 내리고 나자 북대서양의 어족이 크게 늘어났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후 인근한 각국의 무지막지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영해선 안쪽으로 들어온 선박을 나포하고, 대륙붕에 기인한 영해에 관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하며, 해안 경비대 선박에 무기가 장착되는가하면 이 대구 전쟁은 공해상에서의 '범퍼카' 게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변해버렸다.(p.200) 고기는 식용하고 간에서는 지방유를 뽑아내는 이 생선, 물론 어류 중 이 하나만이 뜨거운 감자는 아니다. 하나 언론에서 생선의 이름을 붙여 전쟁이라 일컫고 또 이것이 무려 세 번의 줄다리기를 거듭했다는 것은 다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유일한 문제는 무분별한 남획이다. 각국의 저간의 사정과 기업들의 이익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에 이 논리를 풀어내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말이다. UN 식량농업기구가 추적하는 물고기 유형의 약 60%는 완전히 이용되거나 과도하게 이용되거나 심지어 고갈된 것으로 분류된다고 한다(이 책이 출간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 도 더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17세기 대구 어업 덕분에 가문의 부를 쌓아 올린 사람들을 '대구 귀족'이라 불렀다는데, 그러한 가문에 속한 사람들은 대구를 부의 상징으로 여겨 숭배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주(州)의 인장, 최초의 미국 주화, 대저택 계단에 장식된 도금한 나무 대구. 심지어 의사당에 매달린 나무로 조각된 대구 ㅡ 이것은 입법부의 이전 때 미국 국기로 감싸 호위가 붙어 옮겨졌다 ㅡ 도 있었는데, 쿨란스키는 이것을 두고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며 냉소를 보낸다.

대구 ⓒ위키백과 ⓒ 위키백과


19세기에 들어서자 소금에 절인 대구는 고삐 풀린 상업주의를 무엇보다도 잘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즉, 모뤼(morue; 프랑스어로 대구를 뜻한다)는 상업에 의해 격하된 뭔가를 의미했다. 「그래, 그래. 너한테서 소금기를 없애주마. 이 대구(grande morue)야!」 에밀 졸라의 1877년 작 소설 『목로주점』에 나오는 대사다. 루이 페르디낭 셀린(소설가)은 언젠가 별들이 '투 모뤼(tout morue; 너무나 대구 같은)'하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는 별들이 소금에 절인 대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가 값싸지고 뒤틀렸다는 뜻이다.

ㅡ 본문 p.61


책 말미에는 50여 쪽이나 할애되어 지난 6세기 동안 이루어진 대구 조리법이 덧붙어 있는데 이것은 천 년에 걸친 대구의 역사를 우스꽝스럽고도 자못 진중하게 인식되게끔 만드는 장치임에 분명해 보인다. 물론 쿨란스키의 글은 역사이며 사실이지만 『대구』는 하나의 소설처럼 읽히고 있다(멜빌의 그것과는 또 다른 흥미로움이 있다). 생선 한 마리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와 지도가 될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하는 바이다ㅡ 생선 저미는 기계, 생선 냉동법의 연구, 수산물 회사의 설립, 급속 냉동 공정 개발……. 그는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길이가 약 1미터나 되는 대구의 민담으로 시작하여 대구의 몰락까지,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마지막 유대가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스런 목소리로 다룬다. 흰 살 생선 중에서도 살이 하얀 편이어서 격찬을 받고 접시 위에서는 빛을 발하며 2할에 가까운 단백질을 함유한 대구. 살은 먹고 부레는 접착제에 사용하고 껍질은 먹거나 가죽으로 가공되었던 대구. 쿨란스키는 끝에서, 포유류는 한 번에 100만 개의 알을 낳지는 않는다며 포유류를 죽여 없애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죽여 없애는 쪽이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다. 천 년에 걸친 대구 사냥 이후에 우리는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자, 다시 맨 앞의 프롤로그로 다시 돌아가자. 대구를 잡아 온 배가 항구로 들어온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어획량이 충분하지 않다. 생선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 누군가 어부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머지 물고기는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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