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정규직은 사회가 만든 신분제도

김소정. 전북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영남대 체육학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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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dkfkcl18)등록 2014.03.02 16:06
먹고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석・박사학위를 받아도 여전히 취업의 문턱은 63빌딩만큼이나 높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끊임없이 취업난 해결을 외칩니다. 그 결과 IMF시절 비정규직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악의 시작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신분제도입니다. 그 신분제도에 갇혀 우리 비정규직들은 없는 듯이 시키는 일만 충실히 하며 살아야 합니다. 혹여 월급 받은 것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가는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정규직들에게 눈총을 받기 일쑵니다.

안철수 국회의원은 경제논리상으로 볼 땐 정규직과 같이 일상적 업무가 아닌 일시적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에겐 더 높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부에 의해 양산된 비정규직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과도하게 만들어낸 학교비정규직은 이제는 사회문제가 되어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2008년 800명에서 2013년 3,800명으로 양적 증가와 함께 학교체육의 활성화라는 질적 향상도 가져온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의 경우 130만 원 정도의 월급과 10개월 계약, 2개월 실업상태라는 악순환을 반복해왔습니다. 작년 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하달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항' 대상에서도 10개월 계약직인 우리들은 2개월이 모자라 모두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항변도 하지 않고 묵묵히 학교현장을 지켰습니다. 열심히 가르치고 또 열심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면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살았던 것입니다. 페어플레이만 배워온 우리들에겐 지름길을 가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이해 타산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못했던 우리는 그저 성실함을 무기삼아 일 해왔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2013년 말 도교육청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받았습니다. 그때서야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알았습니다. 도교육청은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이웃인 전남에서 54억을 초등학교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예산 책정하는 동안 7억 예산을 책정한 전북도교육청의 변명치곤 너무나 무책임한 변명이라 봅니다.

예산이 없어 미안하다가 아니지 않습니까? 공식석상과 온라인상에서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폄훼성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교육감이 있는 곳이 전북도교육청입니다.
이를 입증이나하듯 무기전환이 예상되는 배움터지키미 근무시간을 20시간에서 14시간으로 줄여놓은 것은 이 모든 사태가 예산부족이 아닌 의지문제임이 확인 된 것 아닙니까?

감당하지도 못할 학교비정규직 양산해놓고는 예산 핑계를 대며 책임 못 지겠다는 '절대 갑'들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저희는 임금 높여 달라, 처우를 개선해 달라, 인원을 늘려달라고 외쳐온 것이 아닙니다. 일하게 해주십시오! 다시 아이들 앞에 서게 해주십시오! 재고용을 원치 않으시거든 우리들을 지켜보고 함께했던 학교,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우리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증거를 확보해 오십시오. 그렇다면 포기라도 해보겠습니다.

어떤 두드림에도 교육감은 응답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310명 중 42명만 11개월 간 재계약하겠다던 도교육청은 계속된 요구에 선심 쓰듯 150명으로 인원은 늘려줬지만, 3개월 계약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릴 합니다(타 시도 11~12개월 계약, 교육부 권고사항 11개월 계약).
11개월계약을 10개월로 줄이고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해달란 요구에 교육부의 방침을 어길 수 없다던 교육청이 42명을 11개월 쓸 예산으로 150명을 3개월 쓴다는 게 말이 됩니까?
물론 추경예산 확보 후 개월 연장을 얘기했으나 여태껏 우리를 기만해 온 도교육청에게 우리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학교 교육현장에서 누구보다 필요한 Wee클래스 전문상담사도 116명 중 한 명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타 시도와 비교해 볼 때 전북도교육청의 뒤로 가는 교육정책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 도의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수장인 김승환 교육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간선택제 교사와 같은 학교비정규직들에 대해 '전문성과 강한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지원하지 않는 자리'라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또한 '학교비정규직들은 계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발을 들어놓으면 억지를 쓰며 약자라는 프레임으로 밀어 붙인다'고 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10개월 계약이면 10개월 계약자체를 인정하라'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교육감은 말했지만, 민간기업도 대량감원을 할 때 절차와 과정을 모두 무시한채 6년간 유지한 사업을 무자르듯 싹둑 자르진 않습니다.
이것이 절대 갑들이 보는 비정규직의 정의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폄협한 사고를 갖고 계신 분이 전북교육을 이끌고 가신 분입니다.

교육감의 폄훼성 발언에 비추어볼 때 타 시도와 달리 대량감원(초등 스포츠강사 310명 중 160명 감원, Wee클래스 전문상담사 116명 전원 감원)에 앞장선 전북도교육청의 행태는 학교에서 비정규직들을 내보내겠다는 한 권력자의 삐뚤어진 횡포라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초등 스포츠강사 선생님들과 전문상담사 선생님들은 추위와 싸우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다시금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하시며 집회에 참가하는 전문상담사분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려 옵니다.
우리도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국민입니다.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것처럼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그것을 보장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멍에를 쓰고 죄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힘도 없고 뒷배도 없기 때문입니다. 12개월 계약직이 될 수 없는 한 우리는 비정규직보호법으로도 보호받기 힘듭니다.

이것은 비단 전북만의 일이 아닙니다. 교육감과 같은 시각으로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절대 갑들이 많아진다면 다른 시도의 문제, 더 나아가 사회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삶 속에 작은 두 손을 제 손 위에 포개며 "꼭 다시 돌아오라"던 아이들의 목소리만 귓전에 맴돌고 있습니다.
돈 받은 만큼만 일했어야했는데 너무 열심히 가르쳐서 죄송합니다. 아이들의 한숨에 귀 막았어야 했는데 주제넘게 보듬어줘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면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 더 죄송합니다.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을 일회용 취급하는 교육감에 의해 사라지려하는 전북 학교비정규직 스포츠강사, Wee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은 어디에 호소해야 합니까? 법은 우리를 어디까지 보호해줄 수 있습니까? 비정규직은 대한민국 국민이 맞습니까?

우리는 돌아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월 15일자 전북교육신문에 기고한 글을 조금 수정한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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