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상도 그리고 그외

[멀리서 보는 대한민국2]

검토 완료

최양환(lute1004)등록 2014.02.27 13:50
미국에서 사회학과 국제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에게 보이는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어 이 글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뉴욕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 이민자들을 만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왜 이리 서울대사람들이 많은가 였다. 박물관에서 인턴을 할 때 예술가 선생님도 서울대 출신이었으며, 길거리에서 스치듯 만난 분들도 서울대 나왔다고 하신다(심지어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들도 서로 서울대 나왔다고 하신다).  서울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대학에 나와 가족 중에 처음으로서울로 대학에 갔으며 지금은 외국 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에게는 서울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왜 서울대 사람들은 뉴욕에 온 걸까? 이곳에 살면서 학벌과 관련해서는 두가지 부류의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한 부류는 자신이 나온 대학에 대한 어마어마한 자부심 때문에 이름을 걸고 다니기를 좋아 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사람들은 극도로 자신이 나온 학교에 대해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다.

물론 오랜 이민자들의 경우에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 하고 또는 자녀의 직업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한국 부모님들이 있어 학벌은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신기한 것은 서울대 이외의 다른 대학을 다닌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정말로 다양한 학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단연 가장 많은 부류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인데 가끔은 이들의 열정을 보고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뉴욕 시립대에 다니던시절, 나역시 극심한 자괴감에 높은 이름의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피했던 것이 생각 난다.

서울대와 같은 부류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경상도 사람들이다. 물론 의심의 여지 없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자신들의고향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같은 고향이면 한번 더 눈길을 주고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 하겠다.

나역시 전라도 억양을 들으면 괜시리 반갑기도 하니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질감이리라. 그런데 특이하게도 내가 만난 전라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전라도 출신임을 밝히는 것을 꺼려 한다. 뉴저지에서 번역기자를 처음 시작하고 직장을 옮기려했을 때 두군데언론사의 사장님을 만나 뵌 적이 있다. 억양이나 어투 모두 전라도임을 직감한 나는 그분들에게 고향을 물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는것을 꺼려 했다. 식당에서 만나뵌 전라도출신 아주머니 역시 자신이 여전히 그러한 억양을 쓰고 있다는것을 흠칫 놀란 듯 한 표정을 지을 뿐 이야기를 더 하려 하지 않았다.

오랜 객지 생활로 이미 전라도억양을 모두 잃어버린 나는 그들을인정하고 싶다. 지금도부모님과 전화를 할때면자연스럽게 나오는 전라도사투리를 말할 때면 어릴적 친구들과 놀던 그곳이 생각 나기도하니.

몇주전 스타벅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만나뵌 할아버지가 갑자기생각난다. 내가 입고 있던 후드티셔츠를 보고 어느과 냐고 서스름없이 물어 보던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전에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 다녔단다. 동창이라는 이유로 신나게이야기 할 수 있었으며 서로 연락처를주고 받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 할 수 있었다. 물론 내 얼굴을기억 못해 지금도만나도 나를 알지는못하지만, 내가 다시 그 티셔츠를 입고 오면 아마 반갑게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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