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병원 건립으로 의료민영화 벗어나야

검토 완료

나백주(nabj)등록 2014.02.25 10:14
 최근 대전시가 대전시립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연구용역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연구결과도 긍정적으로 발표되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이 시민들의 삶에 가지고 올 험난한 파고를 예상해본다면 대전의료원 설립 추진은 분명 대전시의 의료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에 만들어지고 무슨 기능을 가지며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해 잘 정리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기대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
대전시가 대전의료원을 설립한다면 종합병원으로서 대전시민을 위한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수한 의료진과 장비를 보유하면서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이 없어 환자들의 본인부담 진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시민들이 여타 병원이용을 하면서도 검사나 투약 시술 등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때 '이것이 표준의료서비스 구나!'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나아가 보건소 및 일차의료기관과 협력을 활성화하는 공공의료사업실이 잘 갖추어져서 저소득계층 등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의 건강문제가 입체적으로 관리되도록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전에서 소외계층과 노인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에 시립병원이 위치해야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거론될 수 있다.
대전시립병원 설립은 기존의 민간병원들과 수익을 위한 경쟁심화를 예고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위의 시립병원 기능을 정립한다면 경쟁보다는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민간이 종합병원을 신규 설립하는 것은 분명 대전시내 병원들의 수익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립병원 설립으로 이제까지 병원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고 공공사업을 선도한다면 오히려 기존 병원들에 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오해(검사와 처치가 과도하다. 의료비가 비싸다 등)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시립병원 운영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적자에 대한 관점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공공병원 적자에 대해서는 곱지 못한 시각도 많지만 흑자를 보는 시도립병원의 운영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인근 주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던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공공성에 대한 기능정립과 평가지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관한 정부와 지자체 재정지출을 연관시킨다면 시민들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어 이후 시도립병원의 적자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전시립병원 운영의 성패는 시민들의 참여와 공공의료에 관한 전문 평가 및 합리적 행정지원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과제로 요약할 수 있다. 병원설립을 위한 펀드조성 및 시민공공의료기금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또한 대전시립병원이 환경친화적이면서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축물이 되고 공공의료 기능을 충분히 갖추도록 기술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자문단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시민과 지방정치인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대전시장 입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대전시립병원 설립을 찬성하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대전시립병원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기능을 갖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시민참여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등도 물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병상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의료기관의 수익 위주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고 중소규모 병원 특히 지방의 종합병원들이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병원경영 어려움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의 보건의료투자활성화 대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결국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을 늘리는 민영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항상 국민건강수준 향상과 의료이용 안정을 화두로 보건정책을 펼쳐야 한다. 뚜렷한 병원의 의료공공성 기능에 대해서는 국비 및 지방비 지원을 해야 하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차츰 민간병원에까지 의료공공성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방역과 건강보험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시피한 정부 보건의료정책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공공병원을 지렛대 삼아 확대되는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가 추운 겨울 아직 멀리있는 봄을 기다리는 것 같을지라도...
덧붙이는 글 2014년 2월 12일 중도일보 칼럼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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