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산업의 도약, 세포등판 개간

대관령 목장의 25배 거대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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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tleowndtla)등록 2014.01.21 13:52
북한이 새해 신년사에서 세포등판 건설을 강조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세포등판 건설을 비롯한 대건설 전투에 떨쳐나선 건설자들은 부닥치는 난관을 이겨내며 자연을 길들여 당의 원대한 구상을 앞당겨 실현할수 있는 돌파구를 열어놓았"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주요 건설 과제에 ▲ 청천강계단식발전소 ▲ 고산과수농장 ▲ 간석지 ▲ 황해남도물길공사와 함께 세포지구 축산기지를 꼽았다.

세포등판은 강원도 북측 지역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에 이어지는 대규모 고원지대다. 원래 이곳은 일제가 군마를 키우는 말목장으로 활용하던 곳이며 해방 후인 1946년 김일성 주석이 양목장을 건설하도록 했으며, 1948년 건국 직후 농기계들을 보내 종합농장을 창설하도록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80년대에 해외동포들이 기증한 소 80마리를 세포지구에 보내는 등 관심을 가진 곳이다.

세포등판이 다시 북한의 주요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2012년 9월 2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개간 결정을 하면서부터다. 북한은 동양최대 목장인 대관령 삼양목장 면적의 25배,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최대 목장 마운트 펨버 스테이션(Mt. Pember Station)의 2배에 달하는 5만여 정보의 땅을 1년도 안 걸려 개간에 성공했다. 이에 2013년 10월 10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세포등판 개간 사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직접 감사를 보냈기도 했다.

원래 목초지 개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를 뿌리까지 뽑고 잡초를 제거하며 짐승들이 다닐 수 있도록 땅을 고른 후 짐승이 먹을 수 있는 풀을 재배해야 한다. 또한 고원지대라서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방풍림도 조성해야 하며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 역시 세포등판 개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 2013년 9월 20일자 정론 <젊어지라 복받은 대지여>에 따르면 "방풍림 조성을 위한 수백만 그루의 나무심기가 진행되고 수십만 t의 자급비료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또 토양이 심하게 산성화되어 "니탄(석탄)이 없다던 땅에서 니탄을 찾아 발구전과 질통전으로 날라들이고 소석회를 자체로 만들어 밭에 뿌렸으며, 부식토를 내여 땅의 성분을 개변시켜왔다"며 "하천을 정리하여 큰물피해를 모르는 땅으로, 깊숙한 물도랑들을 쭉쭉 내여 냉해에 견디는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는 여러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7월 한 달 동안에 2012년 한 해 강수량과 맞먹는 폭우가 쏟아졌고, 한국전쟁 시기 뿌려진 3만여 발에 달하는 폭발물을 걷어내고, 미군 탱크 잔해까지도 치웠다고 한다. 또 건설 장비가 부족해 군인들이 함마, 보습으로 손수 땅을 개간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세포등판에는 자연 목초지, 인공 목초지, 무·돼지감자·사탕무밭, 방풍림, 저류지, 수백 동의 축사, 20여 동의 축산물 가공기지, 1천 세대 주택단지 등이 들어섰다. 또 천 수백 km의 도로도 새로 건설했다. 북한은 여기서 소, 양, 염소, 토끼, 돼지 등 여러 종류의 집짐승을 벌써 수 만 마리나 키우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축산기지와 축산물 가공기지 건설을 하고 있으며 2015년이 완공 목표라고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위한 종합 대규모 축산기지로 세포등판을 개간했다고 밝혔다. 세포등판은 축산업은 물론 대관령 삼양목장처럼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근에 원산,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 등이 있어 연계 상품도 가능하다.

흔히 북한 농업 하면 식량난부터 떠올린다. 그리고 식량난 하면 쌀, 옥수수, 감자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최근 북한 농업 현황을 보면 세포등판처럼 축산기지를 만들거나, 대동강과수종합농장처럼 과수원을 늘린다거나, 철갑상어 양어장처럼 양어장을 늘리는 소식이 주를 이룬다. 북한이 당장의 끼니를 이을 곡물생산에 집중하던 시기를 이미 넘어 축산기지, 양어장 같은 단백질 공급, 과수원, 채소온실과 같은 비타민 공급 등 고른 영양공급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1월 7일 중앙일보는 북한이 곡창지대 여기저기를 과수원으로 갈아엎고 있다면서 "식량난이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철운 연합뉴스 기자도 격월간 웹진 <민족화해> 2013년 3·4월호 기사 <대규모 축산기지 공사로 분주, 경제상황 나아졌나>에서 "곡물 생산이 고난의 행군 이전 상황을 회복한 상황에서 이제는 주민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축산 분야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며 "주민에게 공급하는 식량의 질을 높이려는 북한당국의 시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축산업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 부르는 경제위기로 인해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풀사료를 이용한 초식가축 사육을 기본으로 하는 전략을 세우고 90년대 말부터 풀판 조성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규모 닭공장(양계장)과 타조목장 등 가금업 현대화에도 관심을 돌렸다. 또한 다른 나라와 축산업 기술 교류도 활발히 진행했다.

그 결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육류 생산량이 1995년의 17만4천 톤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33만8천 톤을 기록했다고 한다. 소비량 역시 2배 가까이 늘었으나 축산물 수입은 거의 정체되어 있어 육류 자급자족을 실현하고 있다고 한다.

세포등판 개간으로 북한 축산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축산업 관련 남북협력에도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건국대학교 북한축산연구소 기획간사를 맡고 있는 김수기 교수는 2008년 5월 1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 축산업은 질병예방에 주력하면서 최대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한국은 더 이상 축산을 할 곳이 마땅치 않고, 환경오염 문제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며 남북 축산협력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북한 농업, 축산업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NK투데이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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