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위원의 부적절한 언행, 피해는 소송당사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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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용(swat4321)등록 2013.11.14 15:09
한 여성변호사는 최근 법원의 조정절차에 의뢰인과 함께 참석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조정을 진행하던 한 여성 조정위원이 "소송대리인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제지하고 나선 것.

당사자 사이에 이혼 소송 진행 중 재판장이 판결에 앞서 조정을 진행하도록 하였고 조정위원으로 지정된 2명 중 한 조정위원이 의뢰인을 위하여 의견을 제시하려는 변호사에게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조정은 민사조정법의 규정에 의해 민사에 관한 분쟁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상호 양해를 통하여 조리를 바탕으로 실정에 맞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로 흔히 생각하는 재판과는 달리 당사자 사이에 충분한 의논과 협의를 통해 이루어 진다. 이러한 조정 절차의 특성상 재판장과는 별도로 조정위원을 지정하게 되는데 민사조정법은 법원장 등이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중에서 미리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주로 퇴직한 법관, 변호사, 교육자 등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위원의 황당한 발언에 해당 변호사는 "당사자가 결혼 생활 중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뇌경색을 앓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조정 중 의뢰인은 당연히 소송대리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고 항변하였으나 조정위원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가사조정법은 '조정위원회는 조정을 할 때 당사자의 이익뿐 아니라 조정으로 인하여 영향받게 되는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고려하고 분쟁을 평화적·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당사자를 설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조정위원은 부적절한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해당 변호사가 결혼 생활 내내 계속되어 온 상대방 배우자의 외도와 가정폭력 사실을 언급하자 변호사에게 "나이가 어려서 잘모르는 것같은데 나이 60넘으면 남편이 바람피우고 폭행해도 별거아니다 그냥 살수있다"며 "이혼 하지 말고 미리 돈만 받으라"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상대방이 혼인생활 내내 외도가 계속되어 왔고 현재도 한 동네에 사는 여자와 외도를 하고 있어서 당사자의 이혼의사가 확고하고 앞으로 외도와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다고 답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법원은 아내에게 재산분할 30% 정도 밖에 인정 안 해준다. 푼돈 받고 후회하지 말고 이혼 하지 않는 걸로 다시 생각해보라. 이혼하면 여자만 손해다"라고 하며 마치 재판장인 것처럼 판결을 예단하기까지 하였다. 결국 당일 조정은 성립되지도 못하고 허무한 시간만 소비한 게 되어 버렸다.

대다수 조정위원들은 양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만한 조언과 조정안을 제시해 조기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연륜과 경험을 모두 갖춘 퇴직 법률가들은 양쪽 변호사들도 쉽게 수긍할만한 조정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조정위원들 모두가 법률가 출신이 아닌 만큼 일부 조정위원들 개인의 견해와 가치관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일방적으로 한쪽 당사자의 편을 드는 것은 물론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오자 상대방에게 "이렇게 큰 로펌 변호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것 같냐?"며 당사자를 주눅 들게 하는 경우도 있고 "돈 욕심 그만 부려라"고 하여 무안을 주거나 "스트립쇼라도 해서 남편 마음을 잡았어야지"라며 모욕을 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조정위원들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조정은 한번 성립되면 다시 불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정위원들의 태도에 위축된 당사자가 불리함을 무릅쓴 선택을 하는 경우, 특히 소송대리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당사자가 조정 사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도 다시 심리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사와 가사 소송에서 원만한 분쟁해결의 방안으로 조정절차가 적극 권장되고 있고 실제로 소송가액에 따라 당사자가 부담하는 인지액도 상당부분 감면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이루어진 상황에서 조정위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당사자가 고스란히 입는 것이어서 조정위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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