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학교만족도 조사인가?

10월 만족도 조사를 살펴보며

검토 완료

김수진(k6731)등록 2013.11.13 17:06
초중고 학부형이라면 10월 한달간은 '만족도조사' 관련 문자를 여러 번 받았을 것이다. 전국은 10월 중에 학교만족도조사, 학부모만족도, 교원평가 등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했다. 그 이름도 다양하여, 학교만족도조사, 혹은 학교생활만족도조사, 교원평가 등으로 교과부, 일선교육청, 지역 교육과학연구원 이 조사주체이다.

초등학생 학부형 박아무개(44)씨는 "처음엔 학교에서 학교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라고 해서 했는데, 또다시 다른 종류의 만족도 조사 참여 독려 문자를 받고는 이름도 비슷한 만족도 조사를 왜 두 번이나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이유로 학교는 왜 그렇게 문자를 자주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지난 10월 중 울산교육과학연구원이 실시한 초등학교 만족도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면 1.먼저 자녀의 이름, 학교, 학년 반을 입력한 후 2. 학교생활, 학업과 진로, 학교시설 등의 분야로 나뉘어진 설문에 답을 하면 된다. 모든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중 한 개를 선택하면 된다.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 중에 "학교에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분이기이다"라는 질문과 "어려운 일이 발생하였을 경우 선생님과 의논할 수 있다"라는 질문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꿈꾸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이상향이다. 더욱이 학부형들은 학교에서 부르지 않고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것이 내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문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발생해도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이는 학업과 진료 파트의 질문 중에 "자녀의 학업 문제에 대해 선생님과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다" 혹은 "진학 및 진로에 대해 선생님과 부담 없이 상담할 수 있다"등의 경우와 흡사하다. 사실, 초등학생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중학생이 되면 내신성적 관리 때문에 일선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학업과 내신상담 등을 학원 선생님과 허심탄회하게 상담하는 것은 우리 공교육이 담임선생님에게 많은 업무와 의무를 지우면서 학업상담, 진로상담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교육을 통해 자녀의 생활습관(도덕성, 예절, 질서 등)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와 "학교교육을 통해 자녀의 인성이 바르게 함양되었다고 생각한다"는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의 질문이 두 개로 존재한다. 도덕성, 예절,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인성교육이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학교시설과 안전에 관련된 설문을 살펴보면,
"학교의 교육 환경(냉ㆍ난방, 책걸상, 컴퓨터실, 실험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는 학부형이 일일이 알 수가 없다. 물론, 학생이 평소 학부형에게 하는 말을 유추하여 설문에 응답하라고 하는 교육과학연구원의 말도 맞지만, 그렇다면 구체적인 교육환경에 대해서 기재를 함이 맞다. 예를 들어 책걸상은 매우 좋지 않고, 실험실은 보통이고 등등, 전반적으로 뭉둥그려 놓았기에 대략 시설은 보통이라고 기재를 한다. 항목별로 분류하는 것이 시설에 대한 평가이고 이를 토대로 부족한 시설이 구체적으로 개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녀가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 와 "교내 위험 시설이나 학교주변 유해요소로부터 안전하다."의 설문 또한 학부모가 직접 못 보는 상황이라서 학생들에게 더욱 적합한 질문인 것 같다.

학교만족도조사가 학생과 학부형이 모두 하도록 되어 있는데, 학생과 학부형이 동일한 질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학부형에게 적합하지 않은 질문들도 상당수 있고, 실제 교육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향의 질문들이 다수 존재하여 설문에 응하는 대다수의 학부형들은 그저 끼워맞추기 식으로 질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좋은 쪽으로 기재를 했다고 중학생 3학년 자녀를 둔 45세 정모씨는 말했다.

더욱이 자녀의 인적사항을 입력하니, 마음이 쓰이는데다가 사실 학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좋은 쪽으로 항상 설문에 응답한다고 했다.

이는 학교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우리네 정서가 만족도 조사에서 사실 불만이 있다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저 좋다고 하는 심리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만족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 즉 학교에 지원하는 자금의 규모와 만족도가 낮게 나온 학교와 교원은 맞춤형교육, 특별연수 등을 받아야 하고 우수한 학교와 교원은 우수 특별 연수를 간다고 하니, 만족도 조사는 학교선생님도 학교도 학부형도 모두에게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학생에게 시험이 존재해야 자신의 학업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과 같이 학교와 교원들에게도 그런 평가가 필요하긴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평가방법과 구체적인 질문, 더 나아가 교육시스템과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만족도조사가 공신력과 효용성을 가질 수 있고 부모들도 신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경상일보 시민기자의 창에 송고하였으나 현재까지 기사화되지 않았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