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종학 PD님, 무엇이 당신을 위로하지 못 했나요

한류가 아닌 우리를 위한 드라마 제작은 언제쯤…

검토 완료

김재연(gdk10012)등록 2013.09.11 09:50
  연예인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톱'스타 배우들을 앞세운 미니시리즈가 '작은' 외주사에 맡겨지게 되면서 발생된 문제다.

그 사이 최근, 김종학 PD의 비보가 들려왔다. 드라마 신의를 끝으로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없게 되었다. 하얀 국화꽃으로 그를 위로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에서 자리 잡고 있던 중심별이 한순간에 별똥별이 되어 떨어진 셈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그의 사정이 안타까웠고 그가 만드는 드라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궁금해졌다.
위 표에서 봤듯이 외주 제작 드라마는 '모순'이다. 값이 많이 드는 드라마일수록 작은 외주제작사에 맡겨진다. 이것부터 저 상황이 일어난 원인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채널이 많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드라마들도 많이 나와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고 문제를 겪고 있다. 드라마의 제작권은 물량, 장비 등을 대주고 있는 방송사로 대부분이 돌아간다. 또한 제작사들을 보호해 줄 법률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지고 편성의 문제가 달려있는 터라 배우의 선택이 중요한데 이름 있는 배우의 값은 비싸다. 이들의 돈을 뒷받침 해줄 광고도 비싸다. 이상하다. 우리를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는 드라마가 정작 자기 자신은 위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드라마 대본은 촬영 몇 시간 전에 나오는 사태도 비일비재하고 드라마를 찍고 있는 그 환경조차 열악하다.

김종학 PD가 남긴 유산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지닌 작품들을 여럿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외주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문제라는 새로운 숙제까지 내고 갔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드라마 연출가로서 자살에 관한 문제는 많이 접했을 그가, 자살을 선택한 계기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장을 넓히는 것은 좋지 않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한류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아 톱스타 배우를 많이 캐스팅해야 한다. 그래야 편성이 되고 시청률이 오른다. 우리 드라마가 언제부터 그런 상황을 빚고 있다. 그 시장을 다른 쪽으로 넓힐 생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드라마 작가와 연출가들은 우리 사회를 보자. 그 사회 속 많은 사람들이 가질만한 욕망과 사회에서 풀지 못한 문제들을 속 시원히 풀어줄 스토리를 생각하자.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도 약자를 더 괴롭히는 모습이 보인다면 드라마를 위로로 삼고 싶은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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