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 1979년과 교신하다 - 34년 전의 데자뷔

암울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대화

검토 완료

김범수(yesom)등록 2013.08.29 12:23
영화 <동감>은 1979년의 여대생이 무전기로 교신하게된 상대가 2000년의 남학생이라는 설정이다.
만약 이 영화처럼 2013년에 내가 단파무전기를 얻게되고 우연히 79년의 누군가와 교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휴대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상상하지 못할 79년의 누군가와 대화할 경유 말이 잘 통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정치이야기로만 한정한다면 34년의 시간은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 같다. 79년의 상황과 2013년 오늘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까닭이다. 아래는 두사람이 시대를 넘어 주고 받음직한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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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10월 26일이라고요?
그래요 조금만 참으세요.
아아, 드디어 독재가 끝나는건가요?

음, 경제는 조금 나아져요. 근데요, 실은 지금 보안사령관하는 전두환이 또 쿠데타를 일으켜서 7년간 대통령이 되요.
뭐요, 또 쿠데타? 어떻게 그런 일이...

전두환이 계엄령내려서 정치활동은 금지시키고, 공수부대를 몰아서 광주사람 천여명을 학살하니까요.

지금 농담하는 거죠? 국군이 국민을 죽인다고요?
사실이에요, 내년에 광주 부근에 가면 조심하세요. 5월 즈음엔 특히.

제대로 되는 세상은 언제 와요?
전두환이 7년 한 뒤에 간접선거로 후계자에게 넘겨주려다가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쳤죠. 1987년 6월 항쟁이라고 4.19만큼 대단했어요.

다행이네요. 그래서 대통령도 직접 뽑게되나요?
뽑긴 뽑았는데, 김대중과 김영삼이 분열하고 해서 그때 당시 9사단장 하는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죠. 그렇게 5년을 더 해요.
헐~. 첩첩산중이네요. 박정희에 전두환에 노태우에. 군부독재는 대체 몇년을 끄는 건데요?

그 와중에 올림픽도 하고 경제는 나아지고, 독일도 통일하고, 소련은 붕괴되고 공산당이 무너지죠.
소비에트가 결국 무너지는 군요.

노태우 다음엔 김영삼이 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정에 세우긴 하죠. 결국 풀어줬지만.
김영삼은 대통령이 꿈인 사람인데 결국 뜻을 이뤘네요.

아참 북한은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물려받아요. 지금은 김정일도 죽었지만.
통일은 언제 되요?
이산가족도 가끔 만나고 금강산으로 관광도 가긴했는데, 핵무기 문제도 있어서 아직 요원하죠.
정말 6.25 세대가 다 죽어야 통일이 되려나?

그 다음엔 김대중이 대통령하고, 노무현까지 10년동안 민주화 되고 살맛 나는 세상이 오긴 와요.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된다니 힘이 빠져요.
기다린 세월에 비하면 너무 짧았지요.
엉? 그럼 그것도 금방 끝나나요.

예, 다음 대통령은 이명박이에요. 아시죠?
현대건설 사장하는 그 이명박이요? 건축업자가 뭘 안다고?
아니나 다를까 토목 공사한다고 뻘짓 많이했죠. 그러고도 무사하게 물러나서 잘 살고 있어요.

지금은 누가 대통령이에요? 좀 나아졌나요?
이 이야기는 그만 하는게 좋겠어요. 79년을 사는 당신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야 희망을 가질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말해주세요. 2013년은 어때요?

박근혜 아시죠?
박정히 딸이요? 걔가 왜요?
대통령이 되었어요. 국정원 아니 옛날 중정이 도와서 된거지만.
으악, 말도 안돼요. 유신시대가 또 돌아온다니. 국민들은 배알도 없어요?

언론에 세뇌되었어요, 조선, 동아, 중앙 신문이 방송까지 하면서 나라를 망쳤어요.
동아일보는 왜요? 지금은 동아일보만 제대로 싸우는데.
요즘은 동아가 제일 심해요.

아, 또 있어요 김기춘 아세요? 당시 검사였는데.
유신헌법 만든 그 검사요?
그 인간이 비서실장 하면서 아직도 공안사건 만들고 있어요. 국회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시작했대요. 역모로 잡아넣겠답니다.
하긴 그게 그사람 전공이니까? 근데 김기춘이 아직 안 죽고 살아있어요?
2013년은 노령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80을 바라보는데 전두환도 아직 정정해요.

재미있군요. 79년이랑 2013년이랑 34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야기가 잘 통해요. 등장인물도 비슷하고.
유신 독재 밑에서 답답하셨다고 하셨죠? 그럼 지금 제 기분도 충분히 이해하시겠네요.

34년이 지나도 암울하다면 79년의 우린 대체 무슨 희망을 가져야 하나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제대로 민주화 된 세상이 올 거에요. 그 날을 소망하세요. 우린 그 때를 추억하며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도록 애써야죠.

그래요. 당신은 미래에서 나는 과거에서 서로 노력해봐요. 시대가 우리를 배반해도 절망하면 안돼요.
그쪽도 낙심하지 마세요. 도적들은 서로 쏴서 자멸하게 되어있대요. 박정희 시대도 그렇게 끝날거에요.

10월이라 두달 남았네요. 그쪽도 좋은 일이 있기 바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이만 끊을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 잘 자요.
덧붙이는 글 다음 아고라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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