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사진기 속에 인류가 들어 있고, 세계가 들어 있다-마크 리부 사진전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위태로운 역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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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yosul28)등록 2013.08.22 11:03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마크 리부.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아, 하고 무릎을 쳤다. 너무나도 익숙한 사진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에펠탑 위의 페인트공은 여러 잡지 화보에서도 오마주한 작품이다. 춤을 추는 듯이 자유롭고 부드러운 동작과 에펠탑의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언뜻 보기에는 경쾌한 그림처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그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천 길 낭떠러지 앞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페인트공의 비참하고 위태로운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를 찍기 위해 그곳까지 올라가, 구조물에 기대어 두 손으로 카메라를 잡았을 마크 리부의 열정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1923년 프랑스 남동부 리옹 부근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앤지니어를 전공해 발뢰르반 공장의 앤지니어가 되었지만, 긴 휴가기간 동안 사진을 찍으며 사진작가로 전향을 결심했다.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도 했던 그는 1952년 파리에서 매그넘의 두 창립자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를 만났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순간을 포착하는 시간의 마술사다. 브레송의 사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은 그 역시 '순간'을 찍으러 세계를 떠돌았다. 기하학적 구도와 사진 자체의 시각적 즐거움에도 열중했지만 '어떤 것을 찍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아다니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게다가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세계가 역동하던 50, 60년대. 그는 인도, 아프리카, 알제리, 중국, 일본, 베트남, 영국, 미국 등을 돌며 세계의 유명인사나 공산화로 경직된 50년대 중국 사회, 혹은 세기의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마크 리부는 세계를, 인류를 자신의 카메라 안에 담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역시 베트남 반전 시위 현장에서 찍은 '꽃을 든 여인'이다. 나는 그 사진 앞에서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총부리와 꽃, 경직된 군인들과 천진난만한 소녀의 표정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처참한 아름다움의 현장을 몸서리치게 느끼게 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정신이 나간 여자로 나오는 강혜정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남북의 군사들을 향해 짓던 미소가 떠올랐다. 비에 젖은 어린 북한군의 얼굴을 닦아주던 양말과 저 꽃 한 송이의 흰빛……. 그건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순수함이고, 평화이고, 곧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마크 리부는 이렇게 많은 작품들과 한 마디의 명언을 남겼다. 당신이 찍은 최고의 사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
"내일 찍을 예정입니다."
그렇게 그는 모든 작품들을 최고로 남겼고, 시대를 풍미하는 사진들을 대중들의 망막 깊숙한 곳에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보며 그 순간과, 아픔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의 사진을 향한 열정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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