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크레용팝 ‘빠빠빠’: ‘단순함의 미학’으로 무대의 공식 바꾸다!

수행적 가사/무대 및 혼연일체의 춤과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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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관(minkwan)등록 2013.08.13 19:31

크레용팝 '빠빠빠', 뮤직뱅크 6월 28일자 방송분에서 ⓒ kbs


크레용팝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제2의 싸이'라든가 '국내 음악의 미래의 예시'라든가 과장된 수사처럼 느껴지는 언론의 반응은, 어쨌거나 이들이 가져온 열풍이 이전의 것들과 다른 새로운 지점에서 오는 것으로 진단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각 멤버들 누구도 예능에서 본 적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 <SNL 코리아>에 출연한 김구라가 크루들과 선보인 '구라용팝' 패러디 부분에 잠깐 얼굴을 내비친 정도다.

그 외에는 오직 특이한 무대들과 음악적 색깔만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기존의 걸 그룹과는 또 음악들과는 분명히 다르고 또 신선하다. 크레용팝이 갖는 차별성, 곧 새로움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음악과 무대의 공식을 바꾸다.

크레용팝 '빠빠빠', 뮤직뱅크 6월 28일자 방송분에서 ⓒ kbs


각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무대에 대한 팁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노래에 대한 감정을 최대한 살려라!', 더 구체적으로는 '가사의 내용이 앞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하고 노래하라!' 어떻게 보면 이는 제4의 벽을 상정한 일종의 연극 무대 속 연기의 양상과도 같다. 다만 대사가 아닌 노래라는 점이 다를 뿐.

노래에서 대부분 사랑과 이별을 다룬 가사들은 때론 달콤하거나 때론 비장하며 그 기쁨과 슬픔의 어느 한 지점에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표현하는 가수로서는 물론 그 내용으로의 감정 이입이 필수이다. 그리고 이 사랑 공식이 그리는 상대방은 어느 정도 팬 각자의 내면에 흡착될 수 있는 그런 여지들을 안고 있다.

종합하자면 아이돌 대부분의 무대(노래)는 '사랑의 다이내믹한 감정이 (단지 가사 속 두 남녀의 이야기로 머무는 대신) 그들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 각자로 향하며 팬덤의 판타지가 채워지는 식'이다. 크레용팝의 노래가 여타 사랑 다른 지점은 그러한 사랑의 내용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가사를 재현할 필요 역시 없어진다.

"날 따라해"에서 "점핑"으로 이어지는 가사 대부분은 수행적이다. 곧 가사는 이들이 추는 춤 그 자체로 즉시 이어지며 재현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따라할 것을 직접 요구한다. 이는 간접적인 가사 전달과 가사의 재현적 양식과는 매우 상이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이는 어떤 미래를 가리킬 만큼 새로운 것인가. 사실 이러한 노래의 양식은 노동요나 응원가의 매우 직접적이고 실제 행위와 직결되는 노래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존 아이돌 그룹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음악·무대의 지각 변동임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간결함의 미학

크레용팝 '빠빠빠', 뮤직뱅크 6월 28일자 방송분에서 ⓒ kbs


이러한 수행적인 가사들은 곧 UCC를 통한 패러디 문화 또 집단적 전유(Appropriation) 문화의 확산을 낳는데, 이 노래 자체가 따라할 것을, 또 춤출 것을 요구하는 성격을 갖는 것 외에도 기본적으로 그들 춤이 소위 '직렬 오기통'으로 지칭된 것처럼 오르내림의 시간차 점핑과 후반의 뜀박질, 그 외에 수신호 따위의 춤이 매우 낮은 난이도의 춤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팝핀과 브레이크의 스텝이 중간 중간 차용되지만, 크레용팝이 소화해 내는 '꺾기'란 초보자가 간단히 흉내 낼만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팝핀이 아니라 '팝핀을 흉해내기'에 가깝다. 이는 친근함 자체를 전면에 드러내기 위한 전략의 일부일까.

노래는 느슨한 일렉트릭 기타/드럼 비트의 "날 따라해"에서 "빠빠빠빠"의 음성이 연주를 대신하며 비교적 가볍게 출발한 뒤 이어 메탈이 묻어나는 "점핑!"의 구문으로 변전되며, 다시 "걱정은 노/고민도 노"하며 (듣는 이의) 긴장을 해소시키는 가사와 동시에 다시 "점핑" 구문으로 나아간다.

이런 느슨함과 거셈의 층차는 메탈이 묻어나는지 아닌지의 정도로 쉽게 구분되며 동시에 그러한 낙차를 통해 빠르게 노래를 지루함 없이 전개시킨다. 별 다른 시작과 끝이 없는 군더더기 없는 전개이다. "날 따라해"가 일종의 이들 동작에 대한 직접적인 권유의 단계라면, 그리고 '개다리춤'에 가까운 다리 놀림에 비교적 수신호에 초점을 맞추며 가볍게 몸을 푸는 단계라면(음악적으로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이어지는 점핑은 실행의 단계다(음악적으로도 밀도를 부여한다). 이는 춤과 노래의 밀도가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5명 모두의 똑같은 맞춤 의상 역시 자잘한 장식적인 부분이나 별다른 치장도 없다는 점 역시 특이한데, 아이돌이 저마다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데 있어 '멋짐'과 '화려함', '예쁨' 따위의 필수적으로 생각됐던 키워드는 앞서 언급한 팬과 스타 사이의 거리를 형성하는 측면으로 대부분 환원되는 데 반해, 크레용팝의 의상은 그저 '널뛰기 춤'(직렬 오기통 춤보다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을 실행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매체에 다름 아니다. 벗겨지지 않는 모자인 헬멧과 뛰어도 야하지 않은 치마 아래 입은 바지, 단순한 춤을 집중시키는 데 하나의 똑같은 의상까지.

이러한 각 멤버의 차이를 두지 않는 의상 설정과 군무는 안무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한 것 같은 생각까지 준다(특히나 에프엑스나 씨엘 등의 그룹을 보면 각 멤버들의 포지션이 얼마나 상이하고 그 스타일들이 모두 제각각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크레용팝 '빠빠빠', 뮤직뱅크 6월 28일자 방송분에서 ⓒ kbs


조금 생각해 볼 부분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바람직한 것이라 보기 역시 힘들다. 일본 문화의 영향이 깊게 배인 것이라면 그들의 전체주의 문화로서의 측면이 미미하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재고의 여지가 있고 조금 더 연구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 안 그래도 소속사 대표의 지침 아래 예능 출연이 없어 한두 명의 멤버도 확연하게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같은 의상과 동작은 누가 누군지 확인 불가능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예외라면 머리스타일의 차이이다).

그럼에도 다시 말하면 이러한 의상은 장식적인 측면을 덜고 무대를 시각적으로나 또 안무적으로나 밀도 있게 소화해 내기 위한 매체적 선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이 가진 수행과 실행의 직접적인 측면들을 가져가기 위한 중요한 장치 차원에서 의상과 함께 율동에 가까운 안무 역시 사용됐다고 보는 게 적절할 듯싶다.

크레용팝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제2의 싸이로 해외 반향을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거나 극적 재현 양식이나 갖은 치장의 스타일 구축과는 다른 차원에서, 곧 '빠빠빠'에서 이들의 수행적인 춤과 노래, 움직임의 혼연일체의 무대가 갖는 소구력은 세대 간 간극을 넘어, 또 국제적으로도 분명 큰 것으로 보인다. "빠빠빠빠", "후", 등의 의성어 및, "Everybody", "Go" 등의 영어 역시 쉬이 들리는 부분들이다.

p.s. '크레용팝'은 팝의 새로운 종류가 아니다. 마치 이들 음악이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크레용팝이 그룹 이름이 아닌 장르로 착각할 만한 여지를 일정 정도 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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