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집 시설장 징계할 이유 없다"

법인의 과도한 명령 불응해도 불복종으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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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수(sungshuh)등록 2013.07.12 18:42

이형훈 원장에게 전달된 판결문 이형훈 원장이 변호사를 통해 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판결문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그러나 법인 측에서 즉각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허성수


경기도 안양지역 지적장애인 복지시설 사랑의집 이형훈 원장이 법인(대표이사 고정학)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효력정지등가처분' 소송에 대해 법원이 이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1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지난 8일 이형훈 원장 측의 변호사를 통해 이 원장이 2013년 5월 13일 법인 측으로부터 받은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결결과를 통보했다.

성난 직원들의 아우성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사랑의집 앞에 직원들이 내건 현수막으로 시설에 대한 월권행위를 일삼는 고정학 이사장과 법인 관계자를 규탄하는 내용이다. ⓒ 허성수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사랑의집 시설 내에서 직원들 사이에 발생했던 언쟁사건에 대해 해당 직원들을 질책하고 화해시켜 원만하게 마무리한 후 법인 측에 1차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시설화합 저해 원인규명 및 조사결과에 대한 근거자료'를 보완해 추가 조사보고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원장의 권한을 침해하며 시설 운영에 부당하게 간섭하기 시작했고, 그 후 시설 운영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법인의 거듭된 명령을 거부하자 올해 5월 13일 △복종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 △집단행위금지 의무 위반 등 3가지 이유로 3개월 정직처분을 받았었다.

재판부는 이 원장의 '복종의무 및 성실의무 위반여부'에 대해 당시 시설 사무국장 송모 씨와 재활사업팀장 김모 씨 사이의 언쟁에 대해 직원복무관리규정 제35조에서 "직원의 징계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장이 행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규정 제42조 제1항에 의하면 원장에 대하여는 대표이사가, 국장 이하에 대하여는 원장이 관할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원장이 대표이사에 대해 직무상 이와 같은 보고의무, 자료제출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채권자(원고 이형훈 원장)가 2013년 4월 12일 처음 원인규명 및 사실조사 결과를 보고한 후 "그에 대한 '근거자료/보완작성'을 요구하는 채무자(피고 고정학) 대표이사의 2013년 4월 15일 이후의 지시에 대하여 불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채권자가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불복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법인 측이 외부 종교활동을 이유로 원내 종교활동을 못하게 하고 시설을 폐쇄한 후 법인 관계자들에게 시설사용을 방해한 이유로 집단행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재판부는 집단행위 해당여부가 불분명하고 설령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랑의집 운영규정에 그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관해 아무런 소명이 없어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이 사건의 정직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하여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채권자가 이 사건 정직처분으로 인해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등의 현저한 손해를 입고 있으므로 정직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내용의 문서를 통보받은 이형훈 원장은 당연한 결과라며 "법인 측은 지체 없이 징계를 해제하고 시설의 모든 직원들과 함께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 더 이상 원내 장애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훈 원장은 지난 5월 13일 3개월 정직처분을 받은 직후 원장실도 폐쇄당한 채 직원들이 쓰는 사무실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서 불편하게 업무를 보고 있으며, 2개월째 3분2나 감봉된 월급을 받고 있다. 그동안 직원들은 관리감독관청인 안양시에 법인 측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여러 차례 처벌을 요구하며 진정도 하고 지난 6월 11~18일에는 시청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 사회복지과는 양측에 대해 정기감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내부 문제로 보고 중간에 개입해 누구를 편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구실로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지난 6월 18일 사랑의집 직원들의 시청앞 시위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자 시 관계자들이 문제해결을 약속하며 만류했고, 결국 다음날부터 시위를 중단하고 시청의 태도를 지켜보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복지부동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굳게 봉쇄한 원장실 사랑의집 법인 측은 지난해 이형훈 원장이 부임해오면서 옛날처럼 시설운영에 마음대로 간섭하며 전횡을 꾀하기 힘들어졌다. 그후 원칙을 중요시하는 이 원장은 눈에 가시같은 존재가 됐다. 지난 5월 13일 3개월 정직처분과 함께 굳게 봉쇄된 원장실 출입문. ⓒ 허성수


덧붙이는 글 주간현대에도 게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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