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시작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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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종(jmbook)등록 2013.07.09 16:20

노자 인문학의 시작 노자 표지 ⓒ 홍순종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소위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 각종 전문가 뿐 아니라 정보의 프로슈머로 활동하는 일반인에 의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정보들이 시시각각 쏟아지고 있다. 덕분에 오늘날 사람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가 되었다. 지식을 많이 안다는 것이 그러나, 언제나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넘쳐 나는 지식은 오히려 올바른 시각과 판단을 갖는 데 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많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우리가 고전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협소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과학시대의 지식과 달리, 동양의 고전은 세상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를 제시한다. 그 중 백미는 바로 '노자'다.

세상 사람들은 너도 나도 더 높은 학식과 더 화려한 문화를 추구하지만, 노자는 오히려 바보의 삶과 소박한 일상을 강조한다. 우매한 듯 보이나 구체적인 지식에서 벗어났을 때 그 지식의 쓰임과 의의를 관조할 수 있고, 화려한 문화에서 벗어났을 때 가치가 대상이 아닌 자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노자는 바보의 가치를 통해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개발을 추구해 왔던 인류가 각종 환경오염의 대가를 비싸게 치르고 있는 것처럼, 노자는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제도와 문명이 약이 아닌 독임을 이미 수천년 전에 설파하고 있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 소박한 일상은 그런 의미에서, 각박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전원생활로 돌아가라는 형식적인 면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엽적인 지식, 단편적인 영리함에 치우치는 대신 큰 틀에서의 인과관계, 즉 자신과 세상이 상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의 단계로 돌아가라는 것이 그가 말하는 무위의 요지다. 또한 노자는, 어떤 삶의 형태이건, 그것에서 느끼는 삶의 가치와 판단이 외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는 불가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번에 홍진북스에서 출간된 '인문학의 시작 노자'라는 책은, 바로 노자의 사상이 부처와 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기존에 출간된 노자 관련 서적이 도덕경 자체의 문구 해석에 중점을 둔 데 반해, 이 책은 노자 사상이 불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노자 사상이 공자의 그것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섭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노자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가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랐을 때 세상의 질서는 말이 아니었다. 깡패와 무뢰한들이 판을 치고 관원들은 사욕을 채우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상인들이 고객을 속이고 자식들이 부모를 학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때까지 예를 잘 몰랐던 공자는 주나라 도읍 낙양에 있는 노자를 찾아 예를 묻는다. 공자는 제례, 조례, 혼례, 상례, 관례 등에 대해 묻고 노자의 답변에 감복을 받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공자는 바로 노자의 영향을 받아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만들고 유가의 전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유가는 노장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또한 노자의 철학이 불가의 그것과 상통한다고 말한다. 사실, 인도에서 말하는 공空은 삼라만상이 무상無常하므로 삶과 죽음 모두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노장의 무無는 무위로서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작위하지 말라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인도의 불교는 현세를 윤회의 한 단계 정도로 생각하여 그다지 중시하지 않지만, 무위는 현세에서 최선의 삶을 누리기 위해 자연의 질서를 따라야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정치 사상이라는 점에서 관점에 다르다. 그런데 중국에 인도의 불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격의불교格義佛敎, 즉 노장의 무無 사상에 의해서 반야 경전의 공空의 사상을 해석했다. 다시 말해, 동양의 (선)불교는 깨달음이 현세를 위한 것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인도의 그것와는 다른 독자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불교가 노자의 사상과 지극히 밀접한 공통점을 갖는다는 저자의 말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노자의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법률과 법칙처럼 부자연스러운 인위를 따르는 대신 내면의 목소리 혹은 가장 자연스러운 법도를 따르라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의 사상은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작위하지 않는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찾고, 지식에 휘둘리는 대신 지식을 지배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노자의 사상을 유가, 그리고 불가와의 연관성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 '인문학의 시작 노자'는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는데 일석삼조의 효과를 주는 책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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