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태생적 제약과 대안적 방식들

<무릎팍도사>의 기사회생의 조건이란

검토 완료

김민관(minkwan)등록 2013.06.24 15:49
프로그램, 제목에 콘셉트가 있다

<무릎팍도사>, 6월 20일 방송분 ⓒ MBC


모든 프로그램에는 어떤 주요한 콘셉트가 그 안에 자리한다. 그리고 제목은 그 콘셉트의 설정 단계부터 그것을 규정하거나 나타내는 기호로 작용한다. 가령 <해피투게더>의 콘셉트는 '함께 행복하게'라는 제목처럼 곧 여럿의 패널이 나와 한데 어우러지는 무엇을 구상하는 것을 전제하며, 그로부터 다양한 형식의 방식들이 사용될 수 있다.

<무릎팍도사>와 동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는 그 제목이 '여럿'(Together)의 패널 내지는 진행자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어떤 제한도 없다. '행복(Happy)'이라는 개념의 함의는 예능의 필수 요소 그 자체이다.

반면 <무릎팍도사>는 그 제목이 꽤 많은 제한적 의미를 가져간다. 제목 그대로, '무릎을 팍 치게' 만드는 도사의 고민 해결책이 제시되는 게 제목의 의미이다. 한편 이 무릎이란 한국의 좌식문화를 상정한다. 이는 또 한편으로 제한된 실내 공간을 상정한다.

'무릎이 닿는' 내지는 보이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은 이 제목에서부터 이미 그 의미가 제한되어 있다. 처음 이 제한은 강호동이 주요하고도 자주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출연자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무릎이 닿는 '골방'에서 편하게 앉아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들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여느 프로그램보다 깊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무릎팍도사'가 갖는 태생적 한계들

<무릎팍도사>, 6월 20일 방송분 ⓒ MBC


<무릎팍도사>의 제목은 특이하게도 출연진을 넘어 시청자로의 초점의 확장이 가능한 <힐링캠프>나 <해피투게더>와는 다르게 진행자에게 그 의미가 또한 제한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무릎팍도사>의 가장 주요한 콘셉트인 '고민'과 그에 대한 마지막 해결은 의외로 그 질문도, 해답도 싱거운 경우가 많았다. 아니 진중한 질문도 처음에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해답이 '심층 인터뷰'의 진행 이후 싱겁게 내려지는 것의 전례가 반복되며 그 질문의 심도도 얕아진 듯하다.

이미 '도사'라는 것에 내재된, 어려운 고민을 해결해 주는 도사의 역량은 '힐링' 이상의 무엇을 의미한다. <무릎팍도사>이 어느새 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분명 갖게 한 것은 이 질문과 해답의 가벼움에 있다기보다는 그 질문과 해답의 형식 아래 포함된 '토크의 진정성' 그 자체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질문과 해답은 말 그대로 프로그램을 성립시키기 위한 그저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의 '제한된 의미지형'은 이제 그 해답이 정말 어떤 '썰렁한 재치'로 넘어가는 대신, 또 애초에 그 질문을 상투적으로 제시하는 것 대신, 어떤 진짜 해답과 그 전에 간절한 질문이 제시되는 것으로부터 현재 프로그램의 난국을 해결할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인생의 문제점의 해결이 그리 쉽게 얻어지지만은 않음이 분명하다면, 가령 <무릎팍도사>가 갖는 골방, 도사의 실제적 역량에 대한 어물쩍 넘어가기를 벗어날 수 있는 어떤 대안으로서 <무릎팍도사>에게 주어진 질문에 대한 해결의 미션이 다음 편에 연장되어 제시될 수는 없을까. 이는 물론 스튜디오를 벗어나 바깥에서의 촬영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릎팍도사>의 자투리 시간을 메우던, 곧 프로그램 안 서브프로그램이었던 <라디오스타>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콘셉트와 '스타'들의 출현을 그 제목에서부터 노정하고 있다. 사실 전자는 토크를, 후자는 라디오가 늘 새로운 게스트를 섭외하듯 제한 없는 스타들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가해진 사전 제약이 거의 없다.

다만 라디오가 갖는 실내 공간의 폐쇄성이 제한 요소이지만 이는 오히려 장점에 가까울 수 있다. 언제나 여러 명의 진행자와 출연자의 토크는 중구난방, '피 튀기는 혈전'으로 마구 튀며 흘러가는 식이며 이는 실내 공간이 집중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반면 <무릎팍도사> 이후 <힐링캠프>는 늘 공간을 달리 둘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이런 다양한 장소를 활용하는 프로그램들이 튀어나옴과 함께 <무릎팍도사>의 골방은 답답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진정성을 드러내는 방식들'

<무릎팍도사>, 6월 20일 방송분 ⓒ MBC


지금의 <무릎팍도사>의 같은 출현자의 반복 출현 양상의 새롭지 않음 곧 식상함은 전적으로 <무릎팍도사>가 출연자의 역량에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 제목이 갖는 프로그램의 의미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갖고 있던 내밀한 토크의 의미를 되찾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회생하고자 한다면 예전의 활기찬 대화의 흐름을 찾고, 그리고 진정한 고민을 캐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무릎팍도사>의 전체적인 진정성의 부족은 2회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1회분 역시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빠르게 끝이 난다는 것에서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닐까.

2회분이라는 것은 이야기를 과장하는 것을 의미하기보다 이야기가 재미있게 끊이지 않고 흘러갔음을 실제적으로 입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무릎팍도사>들은 해답을 내려주는 시점이 매우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곧 충분히 많은 이야기들을 가져간 뒤에 적절한 여운이 흐르는 시점에서 다시 처음의 고민에 대한 질문이 언급되고 해답이 주어지는 대신, 해답이 주어져야 끝이 나기 때문에 의례 그 해답의 시점이 주어지는 어떤 인위적인 경과보고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곧 <무릎팍도사>의 꾸밈없음, 그저 많은 이야기 속에 깊은 이야기를 뽑아내는(이는 강호동식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부분이다. 그의 긴 녹화 시간과 그를 뒷받침하는 그의 강한 체력이 이를 증거한다) 프로그램이 뭔가 편집의 시점이 뚜렷하게 보이며 후반에 급격하게 김이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청자는 당연히 프로그램에서 '도사의 신비한 역량'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물론 심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 제목에 의거한 분석에 의한다.

<무릎팍도사>가 사실상 동류의 프로그램인 <힐링캠프>나 그와 차별화되지만 한편 어떤 '대세'가 되고 있는 집단 토크식 프로그램들에 맞서 예전의 명성을 찾으려면, 출연자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 곧 삶의 이야기들이 많이 밝혀지지 않은 '원석' 같은 출연자의 발굴,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이 정확히 주어지지 않더라도 이미 그 충분한 이야기들의 수용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이미 갖게 되는 과정, 바로 그 과정 그 자체를 충분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애초 프로그램의 제목에서부터 나오는 콘셉트를 재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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