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화와 민간상업 쇠락이 서민에게 지니는 의미란

고대 중국 한무제의 염철전매제와 현대 사회가 상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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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옥(qkrruddhr)등록 2013.06.11 08:54
  2천여년 전 한나라의 황제였던 한무제는 중국경제사를 기술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염철전매제, 균수법, 평준법을 시행하면서 한나라의 유통체제를 전면적으로 재편했고, 그때 신설된 일련의 제도가 한나라 국가재정의 기틀이 되었으며, 나아가 후대의 국가정책에도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한무제의 재정정책의 근간이 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바로 염철전매제, 균수법, 평준법이다. 염철전매제는 국가가 소금과 철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 관장하게 한 것으로, 오직 국가기관만이 소금과 철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었고 민간생산 및 유통은 금지되었다. 균수법은 중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물품의 유통과 판매를 국가가 전면적으로 관장하여, 국가가 산지에서 특산품을 사들이고 수요지에 유통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평준법은 물품의 생산량 등에 따라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때 국가가 물량을 매입하거나 매입한 물량을 풀어 물가를 조절한다는 골자의 법률이다. 일련의 정책을 실시한 이후 한나라의 국가수입은 급격히 늘었고, 동시에 많은 민간상인이 몰락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를 두고 국가가 민간의 몫을 빼앗으려 했다는 식의 인식이 많이 퍼져있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가 주관하는 직거래 제도나 국영화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한무제 재위 시절 한나라의 국고 수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백성들이 국가 관청에서 기꺼이 물품을 구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서 국가가 독점한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실수요자인 백성들이 만족했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연히 민간상품을 밀거래해서라도 품질 좋고 가격이 싼 제품을 구하려는 사람이 생겼을 것이고, 암시장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을 엄하게 한들, 암거래가 이득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암거래를 근절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국가 관장 품목을 사사로이 생산하거나 매매하여 처벌받았다는 기록은 전무하고, 백성들이 국가관청에서 물품을 구매하게 된 이후 민간상인이 몰락했다는 기록만 전한다. 즉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국가관청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민간 상인에게 구매하는 기존 방식보다 이득이 되거나 최소한 손해 볼 것은 없었다는 것이고, 국가 입장에서는 필수품의 품질과 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관리하며, 국고 수익까지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간 상인의 몰락은, 수익을 강탈당한 억울한 피해자라기보다, 신뢰할 만한 직거래 시스템이 도입되자 중간 유통상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비단 2천년 전 중국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염철전매제를 비롯한 한무제의 일련의 경제정책은, 민간에서는 여러 주체가 여러 단계에 걸쳐 산발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던 것을 국가가 일원화하는 것이 주축이 되었다. 넓은 중국 대륙 각지의 특산품을 국가가 산지에서 사들이고 각지의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니, 자연히 공급망과 유통망이 보다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일원화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일품목의 필수품이라면, 이런 구조로 유통되는 것이 사회 전반에 두루 이익이 돌아가는 일이 된다.
현재 국가는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분야, 혹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널리 사용되는 분야의 여러 품목을 관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간기업에 비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지적 자체는 타당한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그 지적이 하루빨리 민영화하라는 주장으로 넘어가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는 국영화되는 것이 서민 입장에서는 유리한 품목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동시에 국영화 기관에서 예산이 낭비된다면 초과예산만큼의 인력을 더 뽑아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필수품목을 민영화했을 경우 수익이 나면 사회 전반이 수혜를 입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특정 기업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역시 간과하고 있다. 국가가 필수품 공급을 면밀하게 관장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가 윈-윈할 수 있는 방책이다. 이것은 비단 2천년 전 중국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에도 엄연히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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