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합의, 그 이후는?

비오는 날 도서관 현관에서 밀양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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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미(songbbori)등록 2013.05.30 09:34
삼일 째 비가 오고 있다. 도서관 현관에 놓인 우산용 비닐을 보다가 일본 여행 중에 본 안전하게 보관 가능한 커다란 우산 거치대가 떠올랐다. 관공서는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니 바닥을 튼튼한 대리석으로 지은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우산에서 떨어진 물이 위험할 수 있으니 물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커다란 우산 거치대를 비싼 돈 들여 구비하는 것보다 임시방편적인 비닐을 선택하는 것이 쉽다는 것도 안다. 그보다, 애초에 비닐을 사용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문제이다. 거치대가 있더라도 우산을 들고 다닐 수도 있는 거고, 우산을 잘 털어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 좋은 우산은 우산집이 딸려 있기도 하고, 비닐을 재사용/재활용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 치기로 했다. 그러나 우산용 비닐보다 더 마음이 쓰이는 게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피할 수 없는, 우산용 비닐 옆, 올해 들어 교체된 자동문이다.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문열림' 버튼을 두 번이나 눌러야 한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인천 중앙도서관'은 현관이 하나인데, 이래서야 자동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다. 전기를 낭비할 자유는 있지만 '아낄 자유'는 없는 거다. 그리고 가끔 이용하는 '연수도서관'은 현관이 세 갠데(애초에 한 입구에 열효율 떨어지게 큰 유리 현관을 세 개 나란히 놓은 것도 의아하다.

북향 문이라 햇빛 들라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왕을 위한 가운데 문도 아니고 왜 문이 세 개인 걸까.) 어느 날 그 중 두 개가 자동문으로 바뀌었다. 한 개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원래 자동문이었던 것인데, 다른 하나는 대체 왜?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꾸준히 늘어가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옆 잠긴 계단실 (아마도 건물 내 흡연 방지를 위해), 관공서와 아파트의 자동문까지. 문과 계단들은 갈수록 자동화되는데 인간은 수동적이 된다.

밀양의, 북극의, 아마존의 눈물은 누구의 책임인가. 모두의 책임이므로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게 되어버리지만, 대개 피해는 낮은 곳부터 임한다. 밀양 송전탑 합의 소식에 일단 한숨 돌렸지만,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합의는 요원해 보인다. 꾹꾹 눌러 담은 쓰레기통에서는 오늘도 우산용 비닐이 넘쳐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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