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사랑의집, 법인과 시설 정면충돌

대표이사의 과도한 월권으로 운영에 간섭 직원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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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수(sungshuh)등록 2013.05.28 19:13
장애인 복지시설 직원들이 법인대표가 시설운영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월권한다며 반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해도 너무 해!" 법인 측에서 4월 한 달 동안 소나기처럼 공문서 작성을 요구한 끝에 이형훈 원장에게 복종의무 위반, 직무태반 등 세 가지 사유를 빌미 잡아 3개월 정직시키자 직원들이 시설 건물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성토하고 있다. ⓒ 허성수


일 잘하는 시설장 3개월 정직 왠말인가

지적장애인 복지시설 '사랑의집'(안양시 만안구 양화로 105번길 39) 직원 13명은 최근 안양시청과 시의회 앞으로 진정서와 탄원서를 내고 고정학 대표이사가 5월 13일 사실을 날조하고 법인규정을 무시하며 이형훈 원장에게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강행했다며 엄중한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고정학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송모 시설 사무국장이 사직을 하자 이형훈 원장에게 후임자로 법인 사무국장 김현주 씨를 선임하도록 요구했고, 이 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전임 사무국장을 김씨와 비밀리에 만나게 해 업무인수인계를 하도록 했다.
김현주 씨는 2012년 6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설립자 김희동 목사의 사위이고, 고정학 대표이사와는 처남매부 사이다. 고정학 대표이사는 김희동 전임 대표이사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두 번째 처의 장남으로 알려졌다.

시설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법인 측은 이 원장이 이 같은 인사명령을 거부하자 올해 3월 29일 원생 실종사건을 조작해 책임을 추궁했고, 직원들이 인근 파출소의 CCTV를 확인해 알리바이의 허점을 밝혀내자 그 후 사흘이 멀다 하고 시설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터무니없는 업무보고서를 올리게 했다.
이 원장은 과거 직원들 사이에 있었던 문제에 대한 경위서나 조사보고서, 주간업무계획 등의 요구는 성실히 답변했지만 그밖에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답변하며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서를 보냈다. 이렇게 4월 한 달 동안 시설과 법인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서가 무려 20여 통이다. 직원들이 공문서 작성하느라 본연의 업무도 못 볼 정도였다고 했다.

"법인은 이형훈 원장을 몰아내기 위한 구실을 찾기 위해 온갖 요구를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장이 2012년 8월 1일 부임한 후 사랑의집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고 이용자 대부분의 가족과 자원봉사자, 후원자들로부터 큰 신뢰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직원 김모 씨의 말이다. 그러나 고정학 대표이사는 5월 13일 법인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형훈 원장에게 ▲복종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 ▲집단행위 금지 위반 등 3가지 사유를 들어 2013년 5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3개월간 정직한다고 통보했다. 동시에 고정학 대표이사가 원장 직무대리를 겸직한다는 사실과 함께 통장, 카드, 도장, 직인 등 일체의 행정서류를 자신에게 인수인계할 것과 5월 15일 18시부로 원장실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세 가지 죄목에 대한 직원들의 반론

법인 측에서 이 원장을 징계한 세 가지 사유에 대한 직원들의 반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종의무 위반을 했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집 정관과 법인규정 어디에도 법인 대표이사가 시설 원장에게 행할 수 있는 업무지시 권한이 단 한 구절도 없다. 또한 원장에 대한 징계사유에 대한 서술도 없다. 부당한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뿐인데 복종업무 위반이라니…."

-둘째, 성실의무 위반(직무태만)을 했다.
"시설 직원들간 불미스런 일에 대해 이 원장이 법인에 사실대로 보고한 조치결과서가 허위라고 주장하는데, 어떤 근거로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가? 또 이 원장이 김현주 씨를 비방하고 음해한 사실도 없고 경찰서에 진정한 직원을 옹호한 사실도 없다."

-셋째, 집단행위 금지를 했다.
"고정학 대표이사가 매주 진행하는 주일예배를 중단하고 원생들의 의견을 허위로 작성해 장애인 시설을 일정시간 폐쇄함으로써 대표이사의 종교활동 권고를 무시했다고 하는데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우리는 시설내 장애인들에게 2차에 걸쳐 종교활동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그 결과 23명의 원생들이 대표이사가 진행하는 자체 예배를 거부하고 인근지역의 대광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2013년 5월 5일 원생 23명이 대광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으며, 나머지 인원은 희망에 따라 인근 놀이터로 산책을 다녀왔다. 당일 근무자 4명은 대광교회 종교활동 지원 2명, 산책지원 1명, 조리지원 1명 등으로 활동했으며 시설 출입문에 외부 종교활동 사실을 공지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 정도 출입문을 잠그게 되었다." 

5월 20일, 기자가 사랑의집을 방문했던 날 원장실은 셔터가 내려져 굳게 잠긴 채 이형훈 원장은 자신의 방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정직 기간 동안 3분1 정도의 감봉된 월급을 받게 된다고 했다. 시설 입구의 벽에는 법인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설립자 김희동 목사가 전임 시설장들과도 갈등을 빚어왔다며 시설 운영권을 되찾아 사회복지시설을 치부의 수단을 삼겠다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인은 직원들 주장 전면부인

법인에서는 시설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문제가 있었으면 안양시에서 벌써 행정처분을 내렸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고정학 대표이사는 직원들을 원망하면서 장애인들의 안녕이 가장 중요한데 터무니없는 모함에 휘말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원장에 대한 징계나 시설 직원들이 제기하는 '시설운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한 가정의 부모와 자식관계로 비유해 법인 대표로서 당연한 권리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세한 질문에 들어가자 인터뷰를 거부해 기자는 도중에 일어서야만 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사랑의집에서 들어온 진정건에 대해 곧 법인을 상대로 정기점검하겠다는 뜻을 구두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법인 사무국장을 시설 사무국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공개채용을 통해 해야 된다고 경고한 적이 있고 그밖에는 내부 사정이라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직 시설 사무국장 자리는 공석이다.

1960년 설립 미인가시설에서 2001년 법인등록

사랑의집은 1960년 김희동 목사가 영생교회와 함께 설립한 미인가장애인시설이었으나 2001년 12월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했다. 그 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엄격하게 감시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과 개인·단체의 후원금을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김 목사는 2005년 법인과 시설을 팔아넘기려는 시도도 했다고 한다. 당시 새로 부임한 시설장에게 매매를 추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고소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회복지법인의 매매는 법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해 뜻대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2011년 대립하고 있던 최모 원장을 해임했다. 최 원장은 해임무효소송을 내고 김희동 목사를 횡령죄로 고발해 버렸다.

결국 최 원장은 승소했고, 김 목사는 후원금 6천만 원을 횡령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인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승소한 최 원장은 자진 사퇴했다. 2012년 6월 김희동 목사는 양아들 고정학 씨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이형훈 원장은 2개월 뒤 작년 8월 1일 공개채용을 통해 시설장으로 부임했다.

이형훈 원장은 부임한 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솔선수범하며 헌신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 직원들은 물론 후원자들로부터 큰 신뢰와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원칙과 규정을 중시하며 그 동안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를 수습해 나가자 법인으로서는 마음대로 조종하기가 어려워져 눈에 가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설립자의 친족으로 구성된 법인 측에서는 시설운영과 인사 문제에 대한 월권행위를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온갖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고, 결국 이번에 소나기처럼 공문서 작성을 요구하며 받아낸 답변서에서 빌미를 잡아 이 원장을 제거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직원들은 거의 하나가 되어 저항하고 있다.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15명으로 그중 13명이 이형훈 원장을 위해 함께 뭉쳤다.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김희동 목사는 인가를 받은 후에도 한동안 미인가시설로 운영하던 시절의 운영방법을 탈피하지 못한 채 시설에 교회를 함께 운영하면서 딸과 제수 등의 친인척과 교회 전도사 등을 시설 직원으로 고용하며 방만하게 운영해왔다.

또 시설 5층에 거주하면서 전기·수도·도시가스 등의 공공요금을 시설보조금으로 유용했고, 시설의 후원품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설의 5층을 비워 장애인들의 생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굳게 잠긴 원장실 법인은 이형훈 원장을 3개월 정직시키면서 원장실을 곧바로 폐쇄했다. 이 원장은 업무방해죄로 고정학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 허성수


덧붙이는 글 안양에서 발행하는 주간현대신문에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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