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이유로 공기업임원 내쫒지 말라

공기업 통폐합으로 경영합리화와 혁신을

검토 완료

서한옥(phd3355)등록 2013.05.24 10:04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공기업임원의 물갈이가 논의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권교체만을 이유로 공기업임원을 내쫒지 말길 바란다. 오히려 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효율화를 위해 통폐합을 서둘러주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그 설립 배경이나 목적, 조직형태나 운영이 국가경쟁력 증강을 위한 필요성보다는 집권여당의 권력울타리, 퇴직공무원의 놀이터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임원에 대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높았고,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임원들은 소신껏 기업을 운영할 수 없었다. 권력실세는 물론 노동조합이나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7.1.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여야 간 합의로 마련되어 공기업 임원의 신분 보장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기하고자 했다. 법률 제25조 내지 제27조는 임원의 임면절차에 관해서, 그리고 제28조는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임기를 보장하였다. 그런데 2007년 초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임원들은 스스로 그만두라"고 했다.

집권여당과 권력주변의 인사들이 미리 공공기관의 임원후보자로 내정된 상태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임원들을 물러나게 했다. 말을 듣지 않는 임원들에게는 "기관감사를 하겠다, 인력을 감축하겠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 뿐만 아니라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부하직원들을 시켜 "물러나라"고 모욕을 주게 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업무추진비나 업무용차량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은 부정비위자로 몰아 강제해임 시키는 치졸하고 비열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업무추진비 사용이 "적정범위 내 사용"이라는 행정법원의 해임취소판결이 있자, 외국출장을 위한 공항이동이나 국회출석, 정당.사회단체 인사 면담을 위해 업무용차량을 사용한 것마저 사적사용이라는 억지논리를 전개하였다. 고등법원은 해임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으로 변론의 기회마저 박탈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공기업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생생한 사례이며, 불신의 대명사인 우리나라 법원의 현실이기도하다. 

그런데 또 다시 공기업임원에 대한 물갈이가 논의 되고 있다. 명분은 이명박정부 때와 똑 같이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코드에 맞지 않는다면 교체할 필요가 있다" 는 것이다. 정권의 운명과 무관하게 주어진 임기동안 소신껏 기업경영에 임하라고 법으로 보장해준 임기를 왜 부정하는가? 이것은 대통령부터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지키지 못할 법이라면 왜 만드는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대통령책임제의 권력구조에 맞게 공기업 임원의 임기도 대통령의 임기와 운명을 같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은 집권여당의 권력울타리거나 퇴직공무원의 놀이터가 아니다. 공기업은 정권의 사유물이 아니다. 준정부기구이며, 국민의 것이다.

공공기관의 부체가 500조원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기준과 통계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부에서는 지방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1,0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왜 그런가? 공기업을 정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정적자가 쌓이더라도 국민의 혈세로 메워 주니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공기업은 계속 팽창되고 있는가? 중앙정부기구 산하 공기업은 물론이고,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마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공기업이 왜 그리도 많은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물론 공기업 중에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꼭 필요한 기업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공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내야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 복리, 후생을 위해 나랏돈을 써야만 하는 공기업은 당연히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기업이 공기업답게 국민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코드에 맞지 않는다면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공기업 임원을 내쫒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보다는 정부기구와 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효율화를 서둘러야 한다. 국민감정에 어긋나는 임원들의 고액연봉체계부터 적정수준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부디 박근혜정부는 디지털인터넷정보화시대에 부응하는 공기업 구조개편과 업무체계 혁신으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주길 바란다. 이 일만 제대로 마무리 짓는다 해도 성공한 대통령의 절반은 보장된 셈이다.
덧붙이는 글 서한옥 (전)산업안전공단 교육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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