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혜서, 요한복음을 완독하며 느낀 단상.

- 인간 예수의 고뇌가 잘 드러난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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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갑(kkim40)등록 2013.05.20 16:50
요한복음. 신약의 4대 복음서 중에서 그나마 신화와 전설을 배격하고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드러낸 책이다. 마태, 마가, 누가는 예수의 신성에 초점을 맞춘지라 다소 식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에 반해 요한복음은 인간 예수의 가식 없는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이다.

나는 요한복음을 비롯한 4대 복음서를 하나의 역사서로, 예수의 언행을 기록한 책으로, 순전히 독서가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보았다. 다 읽고 난 후 작은 경탄이 일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정확한 의미도 모르면서 몇 개 구절을 부분적으로만 읽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독서편력을 지닌 요즘에 진지한 자세로 읽어보니, 요한복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진 훌륭한 책이었다. 또한 서양 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서로도 훌륭한 책이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가 당시 기득권을 가진 율법주의자(주로 바리새인으로 지칭되는 유태인)들과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바리새인들은 신앙을 핑계로 민중들을 기만하였으며, 예루살렘 성전을 백성을 위한 성소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 예수는 이런 유태인 기득권층에 맞서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의 편에 서서 참다운 진리를 전파시키려고 애쓰다가, 로마 총독을 내세운 유태인들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요한복음에는 인간 예수의 지난한 투쟁 과정이 가식 없이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인간 예수의 고뇌와 인간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들이 잘 그러져 있다. 그는 인류의 빛나는 지성으로서 민중들의 살아갈 방도를 비유법을 사용하여 잘 설명하기도 했다.

예수는 꾸짖었다. 하나님을 빙자하여, 신앙을 빙자하여 장사하지 말라고. 그 말은 오늘의 한국 기독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초기 한국 기독교의 순수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형 교회를 앞세운 기독교는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선 것이 아니라 부자와 권력자들의 편에 서서 이 땅의 민중을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이름이란 미명하에, 모든 것은 믿음이란 미명하에 왜곡해버렸다. 이천년 전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예수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 그런 종교 기득권층과 맞서 싸웠다.

요한복음은 가치 있는 책이다.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인류의 지혜서로 한 번 쯤 완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요한복음에는 논어나 노자, 금강경에 나오는 지혜의 말씀과 비슷한 부분도 많이 있다. 결국, 인류의 지성들이 생각했던 것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들도 요한복음의 참다운 맛을 잘 모를 것이다. '먼저 믿으라'라는 교조에 함몰되어 예수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의 지혜를 그저 신앙으로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요한복음을 하나의 역사책으로, 인간 예수의 고뇌가 배인 전기문으로, 또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진지하게 읽어보면 좋겠다. 기왕이면 노자와 논어, 금강경과 같은 다른 지혜서들을 함께 접하면서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래야만 종교적 편혐성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유일신이라는 미명하에 타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성이 모든 전쟁과 갈등의 원인(젠장 맞을 아메리카!)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 예수, 어부의 아들 예수, 가난한 나사렛 예수를 나는 사랑한다. 또한 사람이었던 고타마 싯다르타를 흠모하며, 열국을 돌아다니며 인간의 바른 길을 설파했던 공자와 노자를 존경한다. 인류의 지혜서에 둘러 싸여 영원히 그 향기를 마시고 싶다.
  
     
덧붙이는 글 요한복음을 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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