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동갑내기 엄마들 "수도권에서 왔어요"

인천, 안양, 분당에서 임실 덕치초교로 농촌유학생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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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혁(jinbo69)등록 2013.04.25 15:00
최근 전라북도는 농촌유학 숙소 건립사업 대상자로 정읍 농촌유학공동체를 지정했다. 정읍 농촌유학공동체는 그동안 정읍 수곡초등학교 농촌유학생들을 상대로 숙소를 제공해왔던 농가들로, 5명의 농민들이 설립한 민간법인이다. 농가가 부지를 내놓고, 전라북도가 3억원을 투자해 농촌유학생들과 엄마들의 숙소를 건립해 줄 예정이다.

도시화, 고령화로 인해 농촌학교가 위기에 놓인 가운데 농촌유학이 대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유학은 수도권 학생들이 우수한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농촌학교로 일정기간 유학을 하는 것으로, 최근 학습과잉 등 학생스트레스지수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라북도내는 정읍수곡초교, 완주 삼우초교, 완주 장승초교 등이 농촌유학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임실 덕치초등학교에도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 농촌유학을 온 엄마와 학생 8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몇년 전 교사들이 쓰던 관사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월3만~6만원의 임대료로, 경제적 부담이 적다. 인기도 많아 5~6명의 엄마들이 방이 비우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교생이 32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농촌유학생이 1/3를 차지하고, 병설유치원은 수도권 학생들이 절반이 넘는다.
최근 임실 덕치초등학교 농촌유학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엄마 3명을 만났다.
정성실(안양), 정윤주(인천), 은칠선(분당) 씨가 그 주인공. 고참은 농촌유학 4년차 은칠선 씨(사진 왼쪽). 그녀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문화수준, 교육열을 자랑하는 분당의 초등학교가 아닌 임실 덕치초등학교를 선택했다. 이제 6학년이 된 딸에게 아파트가 아닌 자연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을 다니던 아이가 시골학교를 가고 싶다고 졸라 인터넷에서 덕치초등학교는 엄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걸 듣고 주저없이 결행했습니다. 남편과는 주말부부를 하고 있죠"
아이가 졸업하면 다시 분당으로 돌아간다며 쑥을 캐고, 고추도 따던 농촌생활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당 아래 분당' 아닌 임실 덕치초교를 선택

정성실(사진 오른쪽) 씨는 대안 어린이집 교사출신이다.
공동육아를 희망하는 엄마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된 대안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그녀는 어린이집 원생들에겐 다양한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는 컴퓨터에 매몰되게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이와 함께 농촌유학을 결심했다. 올해로 농촌유학 1년째를 맞고 있는 그녀는 아이가 소심한 편이라며 학생수가 적은 만큼 선생님의 세심한 보살핌이 좋다고 말했다.

"수도권 학교는 과밀학급이라 내성적인 아이에겐 기회가 적잖아아요.
얼마 전 공개 수업을 참관했는데, 학생수가 적다보니 모든 아이에게 발언 기회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내성적인 우리 아이가 좀 더 자신감과 적극성을 키울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생과 함께 농촌유학을 온 정윤주(사진 가운데) 씨는 아이의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농촌유학 2년째를 맞고 있다. 덕치초등학교에서 농촌유학을 마치고 인천 중학교에 진학한 큰 아이를 두고 있는 그녀는 온 동네와 마을을 둘쑤시고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다고. 특히 잔병치레가 많았던 인천 아파트생활을 청산하자 건강해지고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농촌유학 인프라 확대해야

이들 엄마는 수도권 등지에는 농촌유학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많다며 유학센터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성실 씨는 "나홀로 아이만 유학을 보내는 방식은 엄마들이 꺼려한다"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유학센터 건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보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윤주 씨는 "농촌유학사이트에 들어가면 각종 정보가 있으나 학교와의 연계가 안돼 학교 현황을 알 수 없다. 지역과 학교를 연계하는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봄철이면 고사리와 나물을 캐고, 고추 따기 아르바이트, 노인복지관 자원봉사도 다닌다는
엄마들은 농촌유학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과감히 결행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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