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엄마들의 락밴드팀 "학교야 고마워"

농사짓는 5명 엄마…학교 도움으로 3년 전 락밴드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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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혁(jinbo69)등록 2013.04.25 15:01
농촌학교 급식실 조리사가 보컬을 맡고, 과수원 농사를 짓는 엄마는 일렉트릭 기타, 논농사하는 엄마가 키보드를 맡고 있는 락밴드팀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제 종정초등학교 학부모들로 이뤄진 락밴드팀 엔젤맘.

지난 17일 김제시 백산면에 위치한 종정초등학교(교장 한덕순) 음악실. 모두 6명으로 이뤄진 락밴드 엔젤맘은 20일 금산사에서 열리는 벚꽃축제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보컬을 맡은 이순화(41세) 씨는 이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 뒤로 일렉트릭 기타를 맡고 있는 이은주(38세) 씨는 멋진 안경을 끼고 드럼을 치고 있는 박종원 씨와 부부다. 이들 부부는 백산면에서 사과,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남궁순자(39세) 씨는 익산 소재 기업에서 주야 교대근무로 일하고, 베이스의 조옥연(34세) 씨는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이자 밭농사를 짓는다. 유일하게 20대인 이다이 씨는 키보드를 담당하며 논농사와 학교 병설 유치원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다. 결성 3년째를 맞고 있는 이들은 김제지역에선 제법 알려진 락밴드팀이다.

지난해 김제시청 지평선 아카데미는 물론 평생학습축제 한마당에서도 공연을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0대 엄마들이 내는 익숙한 멜로디는 장년층의 락음악에 대한 벽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농촌마을에서 사는 이들이 락밴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때문이다. 김제 종정초등학교는 지난 2010년 5-6학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락밴드과정을 개설했다. 아이들의 락밴드를 지켜보던 엄마들은 한덕순 교장을 찾아가 우리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엄마들을 위해 락밴드 악기 지원해줘

한 교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기타와 드럼을 구입해 주고, 방과후 강사 김용구 씨도 배치해줬다. 락밴드 명칭 엔젤맘도 학생들의 엔젤리너스에서 따왔다. 이렇게 시작된 연습은 매주 2시간씩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은주 씨는 "다섯명 엄마의 자녀를 모두 합치면 15명"이라며 "농사일과 아이 키우기에 지친 심신을 락밴드로 훌훌 털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락밴드는 반응이 좋다. 종정초등학교는 올해 3월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토요프로그램 락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락밴드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도 바꿔놓았다. 전교생이 53명인 소규모 학교인 이 학교는 매달 한차례씩 학부모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참석율도 매우 높다. 학부모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 텃밭을 공동으로 일구기로 했다. 4월말엔 함께 오이고추, 토마토, 가지 등의 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또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체육대회는 모든 학부모들이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와 부폐식으로 진열해놓고 나눠먹는다.
김제 종정초등학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수가 적은 까닭에 3개 학교가 모여 연합체육대회를 했으나 체육대회를 마을잔치로 꾸미자는 학부모 요청으로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농촌마을이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모양새다.
이순화 씨는 "락밴드가 학교 문턱을 낮춰줬다.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자주 가고 싶은 학교, 궁금한 학교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한덕순 교장은 "농촌학교는 마을의 중심"이라며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마을주민들에게 터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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