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촌년'이 뭐야??

우수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의 일상을 아이를 통해 알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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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호(aquafor)등록 2013.04.23 09:48

다녀왔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 ⓒ 남대호


초보 엄마, 충격받다.

대구에 사는 엄마 김현서(32,가명)씨는 첫째 딸 연수(5,가명)를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로 바빴다. 항상 아이가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요쿠르트를 마셨는데, 그날따라 아이가 빨대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요쿠르트 마시다 흘리면 선생님이 촌년이래"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해?! 너한테 그랬어?"
"아니, 우리 반 아이한테 그랬어. 그런데 엄마 촌년이 뭐야?"

그날 현서 씨는 귀를 의심했다. 아이는 그 단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는 에둘러 나쁜 말이라고 설명해주고, 혹시나 선생님이 너한테 그런 말 하면 꼭 엄마에게 말해달라고 당부시키며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 차 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남씨는 아이를 보내기가 너무 싫었다. 차에서 내린 선생님들의 인사마저 가식으로 보였다.

대구에 있는 'ㅅ'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가 동생이랑 같이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작은 테이블을 중간에 놓아두고 연수는 동생에게 의자를 앉히는데, 그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동생을 거칠게 의자에 앉히고선 "똑바로 앉아! 똑바로!"라며 꾸짖는 것이었다. 마치 자신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것처럼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동생에게는 거칠게 행동을 하면서, 엄마에게는 "네 어머니~" 라며 상냥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것은 연수가 어린이집에서 늘상 봐온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한번은 연수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아이에게 엉덩이를 때리거나, 볼을 꼬집으면서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에게 "장난이야~" 라고 말을 한다고. 아이들을 상냥한 말로 현혹시키고 체벌을 한 것이다. 그 아이는 앞 동에 사는 이웃주민이여서 현서씨가 넌지시 물어봤다고 한다. 그 아이는 2년째 그 선생님과 같은 반이다.
"우리아이가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이 이렇게(위 내용) 말을 하던데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그런 소리 처음 들어요! 세상에나..우리 아이한테 그러는 건 아니겠죠?"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1년 한 뉴스보도에 나온 장면으로 본 기사에 나온 어린집과는 무관하다. ⓒ MBC


아이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앞서 말한 '촌년'이라는 말은 아이에게선 생전 처음 들어본 말 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들은 것 그대로 말할 뿐이다. 아이 입장에선 그게 잘못된 행동이나 말인지 인지를 하지는 못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보육시설에 대한 질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여 보육시설 선택의 합리적 기준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상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동내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을 검색해보면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은 학부모들에게 넘쳐나는 어린이집 중 옥석을 가리는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기준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기사 초반에 소개된 어린이집을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본 결과, 그 어린이집은 '우수인증'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어떠한 점을 기준으로 평가를 한 것 이었을까.

운에 맡겨야 하나

어린이집에는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다. 아이를 폭행한다던지, 곰팡이 김치를 먹인다던지 하는 등등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대부분 사건들이 정부에서 인증한 어린이집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들은 계속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미 정부에서 제공된 평가인증제는 예전부터 허점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부터 정부가 지자체에서 신설한 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 실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던 정부의 정책마저 역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질 좋은 어린이집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어린이집의 모습 ⓒ 키우리 성장 블로그


현서씨는 딸이 겪은 일을 느끼면서 분노를 느끼지만, 항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어린이집에 교육비 및 기타 비용을 납부했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그만둔다 해도 다시 돌려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나서게 되면 딸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에 선생들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할까봐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의 손을 씻겨주고 나온 현서씨는 체념한 듯 말한다.
"참아야죠. 다른 어린이집을 간다고 한들 다 똑같을거 같구, 다시 찾는 것도 너무 큰일이에요. 또 올해만 견디면 유치원 가니깐요. 그냥 제 아이가 그런 일이 안 생기기만 바라는 수밖에요."  그리고 아이의 손을 넌지시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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