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젠틀맨', '감상에서 분석으로'

'젠틀맨'에 얽힌 담론과 해석의 여지들

검토 완료

김민관(minkwan)등록 2013.04.15 16:46
싸이, '단순함과 패러디의 결정판', 잽·훅·어퍼컷 삼단 충격으로 오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처 ⓒ YG엔터테인먼트


이번 싸이의 '젠틀맨'에 대한 평가는 지난 '강남스타일'과의 비교에서 성립한다. 우선 이 글은 싸이에 대한 보통의 대중으로서 가진 기대의 측면에서의 일차적인 해석, 그리고 조금 더 객관적인 분석을 갖는 이차적인 해석으로 나눠 전개함을 일러둔다.

싸이의 곡을 콘서트 하루 전인 12일 들었을 때, 일렉트로닉 색채를 '강남스타일' 이후 여전히 그리고 더 짙게 가져갔고,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라임을 만들고, 자극적이고 논란이 될 만한 가사들을 자유롭게 차용했다는 것 정도의 특성들 외에 '강남스타일'보다 조금 더 임팩트가 없다는 정도의 느낌은 어느 정도 공통된 바다.

12일 처음으로 노래를 들었을 때, 첫 번째 잽을 먹었다. 얼마 전 <무한도전>의 '박명수의 어떤가요'는 작곡가로 데뷔하는 박명수가 속성으로 뽑은 곡들은 빠른 속도의 비트로 쪼개지는 일렉트로닉 댄스곡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그 곡의 만듦새의 문제는 원래 박명수가 음악가가 아니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평론가들의 평은 대체로 곡의 진행의 단조로움에 대한 지적 및 일부 결말의 임팩트 부족 등에 대한 의견으로 수렴됐는데, 그렇게 본다면 음악적인 평가의 측면에서 '젠틀맨'은 꽤 유사한 결과인 셈이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처 ⓒ YG엔터테인먼트


13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젠틀맨' 무대 직전에 튼 뮤직비디오(이하 뮤비)를 보고 이번에는 두 번째 훅을 먹었다.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고유의 개그와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초반을 길게 장식한다. 다양한 장소 로케이션과 짧은 호흡의 편집 역시 동일선상에 있다. 곧 전작의 '현아' 대신 '가인'이 섹시한 핀업걸의 자리를 차지하고, 중간 중간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코드들의 유머를 배치하는데, '강남스타일'의 기시감을 크게 준다.

세 번째는 거의 어퍼컷 수준이다. 뮤비의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에서 선보인 '시건방춤'의 안무 외에, 무대에서는 뭔가 다른 안무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그게 거의 다였다. 그에 덧붙여진 몇 개의 동작들도 우리가 이미 다 익숙한 것들.

싸이는 기자회견에서 '시건방춤'의 사용에 대해 "재해석"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는 재해석보다는 그대로 가져온 것에 가까웠다. 한국 춤을 세계에 알린다는 국가 홍보 차원에서 말의 맥락을 가져왔지만, 개인적으로 싸이가 싸이의 독자적인 것, 그래서 새로운 것을 선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가령 '빅뱅'의 지난 앨범에서 선보인 춤을 새 앨범을 출시하는 샤이니가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것을 우리는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을까.

종합해 보면 싸이의 음악은 일종의 전유 예술(Appropriation Art)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에 있던 것을 가져와 새로운 문맥 안에 배치하여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 뮤비에서는 그러한 요소가 유희적인 패러디의 차원에서 사용됐다면, 실제 무대는 '아브라카다브라'의 안무로 엮은 것이다.

'아브라카다브라'가 파격적인 의상과 빠른 속도감 아래 굉장히 긴장감 있게 안무가 작용하는 데 반해 싸이는 '질펀한 엉덩이'로 여유 있게 몸을 놀리며 유희적인 요소를 첨가해 원 안무에 대한 패러디의 요소를 만들었다.

톺아보기: '젠틀맨'에 대한 담론 그리고 해석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처 ⓒ YG엔터테인먼트


음원, 뮤비, 무대의 순으로, 싸이에 대한 순차적이고 속도감 있는 공개는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감상을 가능케 했다. 이는 단지 '젠틀맨'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한 싸이의 향후 활동에 대한 예측과도 결부되어 외국의 반응에 관심을 갖게 한다. 곧 싸이는 '우리의 가수'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수'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는 싸이가 단 하루만을 활동하고, 해외로 떠난다는 사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국내 콘서트에서 아쉬움과 해외에서의 성공을 응원하는 기대가 교차하는 묘한 광경에서도 나타난다.

싸이의 <젠틀맨>은 싸이라는 독보적(?) 인물에 대한 해석의 측면과 해외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늠쇠, 그리고 노래에 그치지 않고 춤과 함께 질리지 않고 오래가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여지가 크냐의 대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들이 합산되어 나타난다.

가령 박명수의 작곡들이 히트를 치는 데 대해 단순히 음악 자체에 대한 가치 평가만이 아닌, 음악계에 완전히 몸을 담그지 않은 채(?) 함부로 그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겹쳐져 있었다면, 싸이의 음악에 대한 단조로움이라는 평가는 싸이가 조금 더 해외에 선방할 수 있었음을 바라는 시선이 겹치거나, 내지는 그에 대한 기대나 궁금증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내려지는 것이라 하겠다.

싸이의 노래는 그가 말한 대로 '클럽음악'이다. '강남스타일'보다 더 아날로그 느낌이 덜어진 전체적으로 일렉트로닉 색채가 강해지고 이러한 클럽을 상기시키는 '닫힌 공간'에서의 사운드 재생의 느낌은 깨지지 않는다. 이는 중반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의 단 한번 제시되는 폭발적인 (아날로그) '목소리' 이후 이어지는 고양된 분위기의 진행을 가진 '강남스타일'과 가장 변별되는 부분으로 보인다.'

'젠틀맨'은 전체적으로 반복의 구문을 그리는 가운데, 몇 개의 후크가 되는 가사들 역시 계속 반복된다. 영어가 반절 넘게 차지하는 가운데, 외국 사람이 듣는 입장에서, 발음적으로는 영어 비슷하면서도 그 의미는 한국어라고 하는 그런 곡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한편 그 발음의 유사성은 "말이야"의 후크가 마치 "Maria"를 상기시키는 데서 드러난다. 그러한 친숙한 한국어는 막상 그 의미와 해석에 대한 강요로 이어지지 않는다. 곧 발음하기 편하고 중독성 있는 반복의 따라 하기 쉬움에 그 요가 있으며, 그 의미가 분석에 대한 필요를 야기하진 않는다.

이는 실상 우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첫 가사인 "알랑가 몰라"는 계속 반복되는데 '[ㄹ(R)]'의 라임을 맞춘다. 또 하나의 주요 후크가 되는 "(I'm a) mother father gentleman"은 "father"가 위치상 일반적으로 욕설이 놓이는 자리에 들어옴으로써, '[r]'의 각운을 맞추고, '엄마'·'아빠', 그리고 '젠틀맨'의 무의미한 기표의 연쇄 과정을 만드는 데 그 요가 있다. 이는 욕설을 순화시킨 것이라기보다 그 욕설 자체를 패러디해 유희적인 구문으로 만든 데 더 가깝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처 ⓒ YG엔터테인먼트


'젠틀맨'의 의미는 뮤비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여기 저기 짓궂은 장난을 여성들에게 하고 다니는 '결코 젠틀(gentle)하지 않은' 젠틀맨 자체를 비틀어 사용한다. 이는 결코 강남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B급 감성의 싸이를 강남 신사로 둔 '강남스타일'에서와 마찬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신사적 행위들은 성적 코드의 유머와 관계 맺는 가운데, 기성 체제를 뒤집는다는 싸이의 전복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보다 그저 유희적인 측면에서 어떤 '의미 없음' 그 자체로 행해지고 있다.

뮤비의 화면 역시 비트로 쪼개지는 음악 장르의 특징에 맞춰 화면도 밀고 당기는 줌으로 입체감 있게 만들어진다. 그리고 '강남스타일'에 이어 여러 다양한 장소를 선정해 촬영했고, 짧은 화면들로 교차 편집해 드러낸다. 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대형 장소에서 싸이를 중심으로 대규모 백댄서들이 싸이와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는 스펙터클의 장면들로 이어지는 것 역시 흡사한 구성 방식이며, 이는 싸이의 노래가 음원 자체보다 일종의 축제 형식을 만드는 데 요가 있음을 가리킨다.

"마더 파더 젠틀맨"의 후렴구는 후크로서, 마지막에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이 잉여로 보이는 구문에 뮤비의 편집 전 촬영 과정을 보여주며 '패러디로서의 형식'을 재확인시킨다. 앞서 '전유'의 측면은 싸이가 잡다한 것들, 동시에 친숙한 것들을 가져와 엮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사용하는 것에서 정확히 설명될 수 있다.

이는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에 대한 일부 분석이 그러했듯 얼마나 그 노래가 외설적이냐의 부분을 말하는지의 측면에서 분석되기보다 얼마나 유희적이냐의 부분으로 독해가 가능함을, 또한 얼마나 우리를 '멘붕'의 즐거운 카니발로 몰아넣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캡처 ⓒ YG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뮤비에 출연한 무한도전의 멤버들, 그리고 싸이의 두 번째 레이디 '가인'은 뮤비를 떠나 실제 해외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런 소소한 의문들 역시 따라 붙는다. 이는 싸이의 노래 한 곡이 '강남스타일' 이후 해외 대중의 취향을 시험하고 그 동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후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지닐지에 의문부호를 남겨둘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싸이의 '젠틀맨'에는 노래 외에 꽤 많은 담론들이 따라 붙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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