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위기 해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와 군사위기 상황을 경제협력으로 풀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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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국(seungkookc)등록 2013.04.04 21:10
남과 북이 끝없이 증폭되는 갈등 상황을 만들고 있다. 남북 당국자들이 내놓는 발언 수위만 보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남북갈등 해결의 열쇠는 북한도 미국도 아닌 남한이 갖고 있다고 본다. 그 해법은 정치나 국방의 문제가 아닌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은 계속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 극도로 어려운 경제 여건에 놓여 있으며 수많은 어린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 매년 굶어죽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여 땔감을 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산들이 벌거숭이가 되었고, 금방 심은 묘목까지 뽑아 불쏘시개로 쓰고 있다. 북한 경제 개발의 기반이 될 도로망을 포함한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어 있지 못해 발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여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남북 분단유지를 위한 군사비이건 통일비용이건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당장 2013년 국방예산만 34조 3,453억원이고 분단으로 인해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생각을 바꿔 이 비용의 10% 정도만 북한의 지속가능한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하면 어떨까?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풍력발전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각 가정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도록 연탄보일러를 공급한다면 북한의 산림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연탄을 각 가정에 공급하려 해도 도로망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가정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을 구축해 주면 남한에서 남아돌아가는 건설회사들의 장비와 인력들을 100% 가동할 수 있지 않을까? 멀쩡한 4대강을 파헤쳐 죽음의 강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한반도 북쪽에 꼭 필요한 시설을 위해 투자한다면 꿩먹고 알먹는 일이지 않은가! 또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위해 식량지원이 절실하지만 직접지원이 곤란하면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늘일 수 있는 종자와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남한에서 북에 지원하면 군사비로 전용할텐데 무슨 헛소리냐구요? 천만에요. 이같은 직접 투자는 예산 전용이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북한 개발을 촉진시켜 통일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줄이는 긍정의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남한에서의 잘못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국토의 막개발이 아니라 중요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북한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북한이 국토를 자체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북한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장 전쟁이 날지 말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웬 한가한 주장이냐고 화를 내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경제봉쇄가 풀리고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북한에 실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핵무장 위협을 중단하고 남한과의 대화의 창구에 나올 것이고 최고조에 달한 남북한의 위기상황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외형상 현재의 남북갈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의 대북제재와 이로 인한 북한의 반발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 갈등의 중심엔 남한이 아닌 북한과 미국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돌이켜보면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만들어 온 남북화해 분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에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북한은 남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급속하게 친중국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그 결과 북한의 막대한 지하자원 채굴권이 중국에 넘어가 버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나마 남아있던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나는 과거 민주당 정부 10년 간의 대북정책이 햇볓정책이든 대북 퍼주기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우리에게 실리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숱한 관광객을 금강산으로 보냈었고 개성공단을 만들어 남북 경제협력의 씨앗도 뿌렸다. 그리고 실제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협력 약속도 남북 정상들이 합의하였다. 그 합의가 지켜지고 더 나아가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 채굴권한을 중국이 아니라 남한 기업들이 가져오고 북한의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는 역할을 남북이 공동으로 한다면 한계에 이른 남한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진다면 남북 경제공동체가 형성되고 통일의 기반 조성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인구 8천만에 경제력도 지금보다 2배 이상 커진 강국이 될 것이고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에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정권이 바뀌어도 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으로선 그것만이 핵무기에 의지하지 않고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출구이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하진 않지만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남북신뢰 프로세스를 즉각 가동하길 기대한다. 신뢰 프로세스는 평화시기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다. 일단 대화창구부터 열고나서 그 다음 머리를 맞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 그리고 그 접근 방식은 정치나 군사 측면이 아닌 바로 먹고사는 문제, 경제가 중심이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인도적 지원과 함께 이루어질 때 그 효과는 몇 배로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최승국 기자는 현재 '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까지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으로 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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