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작난(在能作亂)

혜화동의 삼종기도

검토 완료

구자혁(frankoo)등록 2013.04.03 11:07
2013년 2월 6일 오전 9시경…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이
길 건너 재능 본사 앞에서
들려오는 삼종기도 종소리를 들으며 종탑을 바라보고 평안을 기도하다 답이 없어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
자신을 쓰다버린 재능교육을 향해 소리 치고 있다.
"단체협상 원상회복" "해고자 원직복직"
수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관심이 쏠렸고 또 종탑 아래로 모였다.
그리고 우리는 종탑에 갇혀 버렸다… 종탑에 가두고 싶었던 건 아닐까?

종탑은 숭상의 대상이 아니다.

종탑에 갇혀 살던 사람이 있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추악한 클로드 프롤로 부주교에 의해 갇혀 지낸 그가
그 아름다운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를 만든다는 것을 파리 시민에게 알린다는 것…
그렇다고 자신이 종을 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영원히 그 종탑 안에 가두고 싶었으리라…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자본가가 가져가기 위해 생산력을 높이는 것에 치중하다가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름으로 정리해고 등을 통해 남은 자들에 대한 노동 강도를 높였다.
그 후 분사, 아웃소싱, 비정규직을 거쳐 특수고용이라는 헤어 나오기 싫은 고용형태를 실행하게 되었다.
마치 아주 쿨~한 고용 형태처럼 보인다.
자유롭게 일 하며 성과를 회사와 나눈다...
단... 그 성과에 계산은 회사가 한다!!! 즉 회사 맘데로…
이런 완벽하리만큼 달콤한 고용형태를 반대할 자본가가 지구상에 있을까??

사람들은 얘기한다. 재능은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고…
특수고용직이라는 것을 없애지 않는 한 결론 날 수 없다고…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자… 특수고용직이라는 것 애초에 없었던 노동 형태이고
노사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사측의 권력과 국가의 묵인이라는 불평등한 조건에서의 계약이었던 것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인간이 폐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
동지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대응을 논의하고 다양한 실천을 해내고
내일 처럼 생각할 때 우리의 승리가 한 걸음씩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그것이 동지들과의 연대인 것이다.

2011년 두리반과 마리…
지난 2011년 "두리반" 투쟁과 "마리" 투쟁을 본다면 명확하다.
두리반의 경우는 "반상회"를 열어 투쟁상황, 교섭상황, 차기 프로그램 등을 연대 단위들과 함께 논의하고 계획하였고 투쟁 승리 이후에도 다른 투쟁 사업장에 연대하였고 "마리"는 그러하지 못했다. 두리반은 지금도 많은 청년활동가들의 가슴에 살아 있고 안정된 식당을 운영하는 안정녀 사장님과 투쟁 현장을 지지 방문 하는 유채림 작가님을 볼 때 마다 자신의 투쟁이 자신의 연대가 옳은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은 곳에서 확인한다.
이것이 투쟁이고 연대이며 투쟁 주체가 그날 이후에도 우리에게 보여줘야할 것들이다.

그러기에 2000여일 투쟁과 60여일 종탑 투쟁을 승리로 발전시키려면
특수고용직 투쟁의 상징인 이 투쟁을 승리로 만들어 내려면 종탑 주변에서 비대위와 직무대행이라는 형식에 갇힐 것이 아니라 더 조직적으로 강한 대오를 형성하여 교섭을 해야 할 것이며 교섭 이후에는 재능지부에 더 많은 학습지 선생님들이 같이 할 수 있도록 노조를 재건해야 할 것이다.

종탑은 결코 숭상의 대상이 아니다.
종탑은 2000일 넘게 연대한 단위들과의 공동 투쟁을 토대로 서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변질 되어 주체를 망각할 때 종탑은 모래탑이 되는 것이다.
종탑에 있는 두 여성 노동자들… 이제 거의 60일이다
가두어 놓을지, 종탑을 흔들지, 꽃다발을 들고 맞이할지…

안전하게 내려오게 하는 것 이제 우리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두 여성 노동자는 반드시 건강하고 안전하게 내려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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