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장관 아닌 국민과 호흡해 주세요

계속되는 인사 낙마, 결국 소통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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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youdh0920)등록 2013.03.30 14:38
새삼 인사 낙마 사례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연일 인사 사고가 생중계 되는데 모를 국민이 어딨나. 문제는 그 이후다. 사고 소식만 전해지지 제대로 일신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아니 있기는 했다. "인사 시스템에 대해 보완책을 강구 중이나 아직은 딱히 말씀 드릴 게 없다". 29일 나온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문제의 근원은 시스템에 있으며, 취임 후 40일을 까먹고도 대책은 완벽(?)을 위해 강구 중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은 현재 낙제점에 가깝다. 고위직 인사만 6명이 낙마했다. 역대 정권 최다 규모다. 물론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국면이 서운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해보려 했고, 그러기 위해 일 잘하고 호흡 맞는 사람 뽑아 놨더니 이상향은 못보고 왜 작은 가치에 얽매일까. 이왕 대권에 앉힌 거, 제대로 좀 밀어주면 안되나' 도미노 처럼 터지는 인사 낙마건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후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순 있다. 본인의 가이드가 국민 눈높이와 다르면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본인이 설정한 궤도서 벗어나질 않고 있다. 자칫 국민 눈높이를 바꾸려 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송구스럽게도 다시 한 번 박심(朴心)을 추측한다. '결단코 독단이 아니다. 인사를 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충분히 협의 후 내린 결정이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을 뿐이다'

정말 박 대통령은 '밀봉, 불통'으로 인사를 망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테두리, 범주의 차이일 뿐 나름의 소통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참사에 가까운 인사 사고에 대해 청와대 역시 나름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단의 자구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역시 청와대가 선을 그은 나름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사 사고에 대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없다. 없으니까 없다고 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달리 해석하면 인사 자체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명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3월 11일,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장을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미루어 봤을 때 장관급 등 고위직 인사 때도 이 기준은 적용됐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이드는 현재 실패에 가깝다. 그것도 역대 정권 최대 수준의 인사 사고로 이어졌다.

자, 그럼 이제 넓게 소통 해야 한다. 나름으로 정한 그 소통 테두리가 좁았다면 폭을 넓여야 한다. 그리고 그 상대는 국민이 되야 한다. 구체적인 인물 인선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 철학 또 지향점, 인사 배경 등에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향후 인사 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공감대와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일 잘하는 장관과의 호흡보다 중요한 건 국민과의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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