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아이들 치유하는 남양주발 혁명”

텃밭교육, 요리교실, 미각체험…, 남양주 식생활교육 큰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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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경(atree12fly)등록 2013.03.01 14:37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교실, 청소년 슬로푸드 현장체험,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청소년 포럼, 엄마와 함께하는 유치원 슬로푸드 교육, 미각체험교실, 학교 텃밭과 어린이 상자 텃밭 가꾸기……. 2012년 한 해 동안 남양주시와 (사)슬로푸드문화원이 남양주시에서 함께 해온 슬로푸드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지난 25일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슬로푸드문화원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의 남양주 식생활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고 2013년 사업 계획을 세우기 위한 워크숍이 열렸다. 지난해 학교 텃밭 교육에 참여했던 남양주시 학교 교사들, 교육 강사, 남양주시청 담당자 등 관계자들이 모여 남양주 식생활 교육의 성과를 돌아봤다.

지난 25일 남양주 슬로푸드문화원에서 열린 남양주 식생활 교육 워크숍 ⓒ 슬로푸드문화원


학교 텃밭에 지도교사로 참가했던 와부고등학교 이우청 교사는 "슬로푸드가 뭐하는 건지 잘 몰랐다. 하지만 점심 식사 후 아이들이 후식으로 밭에서 토마토를 따먹으며 즐거워하고, 텃밭 교육을 통해 실제로 학생들이 변하는 것을 보고 어린 시절의 농업 교육, 음식 교육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호평중학교 김은시 교사는 "학교 폭력 때문에 전학을 온 학생이 텃밭을 가꾸며 큰 변화를 보이고, 욕설이 일상화된 학생들도 텃밭을 통해 많이 변했다"면서 "학생들이 농작물을 돌보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쏟고 자연과 교감한다. 이보다 큰 정서 교육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학생들이 수확한 감자를 집에 가져가서 먹는데 감동으로 목이 메더래요……. 저희 학교에서는 텃밭 교육을 정식 교육과정으로 정착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 욕설……, 텃밭 교육으로 치유

역시 텃밭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중학교에서는 지난 가을 수확한 배추로 김치를 담가서 지역의 독거 노인들께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양수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음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것. 교사인 저도 감동을 받았는데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고 소감을 밝혔다.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입시 경쟁이 일상화된 이 나라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매우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교사들은 시험 문제 하나 더 맞추기 위해 기를 쓰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내 곁의 친구들을 밟고 올라서 더 좋은 성적을 얻어야만 살아남는 한국의 학교 교육. 그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병이 들어가고, 심각한 학교 폭력을 저지르거나 심지어 자살하기도 한다.

학교 텃밭 교육에 참가한 고등학생들. 중고생들은 주로 농업 동아리 활동을 통해 텃밭을 가꾼다. ⓒ 슬로푸드문화원


요즘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폭력성이나 주의력결핍행동과잉장애(ADHD)가 패스트푸드 섭취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학교 텃밭 교육은 아이들이 직접 흙을 만지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얻고, 수확의 기쁨을 체감하고 땅에서 난 음식을 친근하게 느끼면서 균형 잡힌 식생활로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 텃밭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적응력이 높아지고 성적도 오히려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도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슬로푸드 운동에 대한 각별한 관심 때문에 개인적으로 참가한 식생활교육강원네트워크 목영주 상임대표는 "성경에도 '하느님은 농부이시다'고 쓰여 있다. 세종대왕이 왜 훌륭하냐면 우리 농업을 위해 농서를 처음으로 집필하셨기 때문"이라면서 "오늘 여러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배우는 교육

"해월 최시형 선생이 말씀하신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알면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된다'는 말씀, 이것이 슬로푸드 아니겠습니까? 제가 강원도에서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을 하는데,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농사를 가르쳐주는 이 교육이 바로 이 세상의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 텃밭이 남양주 식생활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남양주 6개 중·고등학교에서 6주간 실시된 청소년 요리교실은 제철 음식의 중요성과 요리하는 기쁨을 가르치며 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한다. 3박 4일간 남양주 일대를 돌며 지역의 전통 음식을 배우고 맛보는 '청소년 슬로푸드 현장체험'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남양주시 덕소중학교에서 열린 슬로푸드 요리교실. 봄 절기음식인 미나리 강회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 슬로푸드문화원


하지만 여전히 입시 경쟁, 돈벌이 경쟁이 만연한 이 나라에서 슬로푸드 운동을 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 경남 산청에 귀농한 농부들에게 슬로푸드 운동을 소개하러 갔는데, 가장 주된 관심사가 '대체 뭐 팔러 왔는가?' 하는 것"이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돈 아니면 이권과 연관시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돈'이 아닌 '가치'를 교육하는 슬로푸드문화원은 원활한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해도 따로 운영비나 인건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후원회원 가입 등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이것은 남양주발 혁명이다"

김종덕 슬로푸드문화원 이사장(경남대 교수)은 "남양주시와 슬로푸드문화원이 함께 해내고 있는 슬로푸드 운동의 성과가 놀랍고 자랑스럽다"면서 "이것은 남양주발 혁명"이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슬로푸드문화원은 올해 남양주시와 함께 '청소년 슬로푸드 요리교실' 10회, '청소년 슬로푸드 현장체험'(3박 4일) 8회, 엄마와 함께하는 유치원 슬로푸드 교육 50회, 미각체험교실 16회, 학교 텃밭과 어린이 상자텃밭 교육, 청소년이 연사가 되어 음식 체험을 발표하는 '청소년 슬로푸드 포럼', 청소년 요리경연대회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10월에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40개국이 참여해 맛의 향연을 펼치는 아시오 구스토(AsiO Gusto) 행사가 남양주 유기농테마파크 일대에서 열린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 프랑스 뚜르에서 열리는 '유로 구스토(Euro Gusto)'에 이어 세계 3대 슬로푸드 국제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아시오 구스토 대회는 이태리의 국제 슬로푸드본부, 남양주시, 슬로푸드문화원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농림수산식품부가 후원한다.

덕소중학교 학생들에게 육식의 불편한 진실과 GMO 식품에 대해 설명하는 슬로푸드문화원 윤미경 교육팀장. ⓒ 슬로푸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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