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자! 이명박 정권 5년史(1)] 털면 털리는 대로 쏟아져 나온 이명박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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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hansa84)등록 2013.02.23 10:07
  진보와 보수를 떠나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어떻게 저런 자가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라며 개탄할 때가 많다.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비리 측근들과 극우인사 사면을 강행한 모습에서, 또 감사원이 4대강사업의 부실성을 발표하자 도리어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4대강을 재검증하겠다며 발끈하는 안하무인격 모습에서(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양건 감사원장은 이를 '심각한 사태'라 규정했다), 그리고 끝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교묘하게 헐뜯으며 자신에 대한 자화자찬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습에서 이명박의 정신 상태나 사고방식이 일반인들의 상식적 눈높이에서 완벽하게 이탈해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마 그는 지금 정권교체가 되지 않아 자신이 저지른 무수한 불법 비리가 사장될 사실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자신에 대한 자화자찬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는 데서 이런 정서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는 이미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전 국면에서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일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이 선거전의 핵심 쟁점은 다름 아닌 이명박 후보와 그 일가의 도덕성과 관련된 숱한 의혹들이었다. 당시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과 함께, 그 의혹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대응 태도를 살펴보면, 대통령 취임 이후 이명박이 보여준 여러 행태들은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2007년 17대 대선국면에선 bbk주가조작사건이 워낙 큰 쟁점이 되었던 탓에 당시 이명박을 상대로 제기된 숱한 나머지 의혹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 어쩌면, 아주 역설적이게도 bbk가 이명박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그 직을 유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선거 국면에서 이명박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은 정말 다종다양했다.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 그리고 BBK주가조작사건의 범인
2007년 6∼7월은 이명박에게 지옥과도 같은 달이었다. 6월 초부터 이 후보 및 일가의 재산문제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날마다 줄줄이 터져 나오고, 이것이 한나라당 경선 후보였던 이명박-박근혜 간 신경전 수준을 넘어 공론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흔히들 bbk문제 등을 쟁점화한 주체가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 bbk문제를 먼저 거론한 쪽은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캠프였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투자운용회사로 투자자들에게 수백억 원의 피해를 끼친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bbk의혹'이었다. bbk의혹은 분명한 근거가 있는 의혹이어서 박근혜 진영의 주된 타깃이 되었다. 또한 bbk와 연관된 주식회사 다스 및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의혹 역시 제기되었다. 그러므로 다스, 도곡동, bbk 관련 의혹은 함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다스는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이 대주주인 회사로, 현대자동차 시트프레임 납품업체였다.
2007년 6월 4일 <주간동아>는 당시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비비케이 정관 30조에 이명박과 김경준의 공동 의결권이 명시되어 있음을 보도했고, 다음날 친박계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명박 전 시장이 bbk와 관련된 명함을 돌린 것이 확인됐다"며, 이명박은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미국으로 도피한 재미동포 김경준과 함께 투자운용사 bbk의 공동 대표였다고 주장했다. 6월 8일에는 박근혜 진영의 한선교 의원이 전날 이명박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다가 140억 원을 떼였는데, 어떤 경로로 bbk에 투자했고 이 전 시장은 어떻게 관여돼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즉 다스→bbk로 이어지는 자금의 흐름과 그것의 실소유주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이처럼 아직까지 도곡동 땅을 포스코에 매각한 자금이 다스로 흘러갔다는 의혹은 제기되지 않고 있었다.
이어 6월 11일, 열린우리당 박영선, 송영길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5200여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옵셔널벤처스(bbk의 후신) 주가조작 사건에 이 전 시장이 김경준 사장과 함께 세운 Lke뱅크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나온다"며 검찰의 관련 수사기록을 제시했다. 즉 Lke뱅크는 이명박이 대주주이고 대표이사였던 것이 사실인 만큼, 그가 bbk주가조작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강한 의혹 제기였다. 이와 함께 이명박과 김경준이 bbk 운영과 관련해 약속한 세 가지 항목을 김경준의 주장이 담긴 미국 법원 소장을 인용하며 공개했다. 이외에도 두 의원은 bbk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주)심텍이 2001년 김경준 뿐만 아니라 이명박에게도 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이명박이 김경준에게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의견을 알려달라'며 친필 서명한 서류를 보낸 사실들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당시 정치권에선 Lke는 '이'명박과 '김'경준의 성에서 각각 따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6월 20일에는 국회정무위에서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이명박의 의결권을 명시한 bbk 정관과 Lke뱅크 정관이 일치한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이어 Lke뱅크 계좌를 동원한 김경준의 주가조작 시점이 이명박의 Lke뱅크 대표이사 재임 시기와 겹치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6월 26일, 박근혜 진영에선 전날 보도된 <일요신문> 기사를 인용하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며, 이명박이 다스와 관련해 서울시장 재임 시절 권력형 개발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즉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3년 5월, 다스는 부동산개발회사 홍은프레닝을 인수한 뒤 당초 개발 예정지에서 빠져있던 서울 천호사거리 근처 땅을 사들였는데, '공교롭게도' 이 지역이 이해 11월 서울시에 의해 2차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었고, 이에 다스의 계열사 홍은프레닝이 이곳에 지은 주상복합건물의 분양 수익을 통해 떼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또 <일요신문>은 다스가 홍은프레닝을 인수하면서 이명박의 대학동기 등 그 측근들을 대표와 감사로 등재한 사실을 보도했는데,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다스가 서울시 개발정보를 사전에 얻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박근혜측 주장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사적인 목적으로 권력을 유용했을 뿐만 아니라 다스의 실소유주였던 셈이었다. 홍은프레닝 의혹은 뒤에 사실로 확인되었다(한겨레 7월 18일자 참조).
7월 2일, <경향신문>은 특별취재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이명박 처남 김재정의 재산에 얽힌 의문점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김재정은 전국 47곳 67만평의 땅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에 대한 의문점으로 경향신문은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김재정이 사들인 땅은, 사들이는 족족 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지가가 급등했을 뿐만 아니라 땅을 사들인 시점이 그가 이명박이 사장·회장으로 있던 현대건설의 하도급을 맡아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하던 시기와 일치한 점, 둘째, 김재정이 이명박의 친형 이상은과 공동으로 매입한 서울 도곡동 땅을 95년 포스코에 매각해 무려 145억의 이익을 보았음에도 그 자신은 정작 불과 2억 원의 채무를 해결하지 못해 자택 가압류 조치를 당하는 등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는 점, 셋째, 김재정은 이명박의 집사이며 재산관리인이라는 증언이 있는 점 등이었다. 또 "김씨가 이전시장의 소유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수상한' 거래의 흔적이 보인다"라고도 보도했다. 한마디로 김재정 명의로 된 재산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었으며, 이명박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재산들을 차명으로 은닉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 제기들을 통해 점차 도곡동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실제 다음 날인 7월 3일,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가 93년 무렵 이명박이 김만제 포항제철 회장에게 "도곡동 땅이 내 땅인데 포철이 사 달라"고 청했는데, 뒤에 그 땅을 사고 보니 땅 주인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되어 있어 놀랐다는 사실을 김 회장으로부터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6일에는 김만제 회장 외에 포철 실무자들도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이명박으로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제시되었고, 이어 8월 14일에는 김만제 회장이 99년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도곡동 땅→다스로 이어지는 자금의 흐름이 언론지상에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와 함께 <한겨레>는 도곡동 땅 자체도 부동산 투기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취재 보도했다. 실제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으면서 도곡동 일대를 사들인 시점은 모두 지하철 개통에 따른 개발붐이 일어났던 시기와 일치하고 있었다.
7월 9일, <경향신문>은 '이명박 3형제'의 땅 의혹을 취재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의 큰형 이상은이 제주도에 매입한 과수원 땅의 관리비를 이상득 쪽에서 대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과수원 관리비를 못 낼 정도의 재정 상태였던 상은씨가 85년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함께 도곡동 땅을 사들이고 87년에는 다스를 설립했다. 또 2000년에는 대부기공 주변 땅 7825㎡를 사들였다"며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임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이었던 8월 13일, '이명박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몫은 차명재산 의혹이 있으며 매각대금은 이상은이 아닌 제3자가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으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발표였다. 당시 언론에선 이를 '반쪽수사'라 표현했다. 검찰 수사 과정과 관련해선 나중에 별도로 다루겠지만, 확실히 검찰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중간수사 발표 3일 뒤 검찰이 "도곡동 땅 수사를 이후보 측이 계속 비난하면 실제 소유자를 가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점은 이를 방증해준다. 어쨌거나 이를 통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와 그 매각대금을 사용한 주체가 이상은이 아님은 분명해졌다.
8월 하순, 다스가 김경준 bbk 전 대표를 상대로 미국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이 기각된 사실이 국내언론에 알려졌다. 이는 그간 다스가 김경준을 믿고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온 이명박 측 주장이 미국법원에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종결되었음을 의미했다. 이 무렵 김경준은 한국행 의사를 밝혔고, 그의 조기 귀국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bbk 의혹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는 10월 11일 bbk 의혹을 국정감사하기로 하고, 그 증인으로 김재정, 에리카김, 김경준 등 68명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에 몸싸움이 빚어졌다. 이로부터 이틀 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에서 김경준의 조기 귀국을 막으려 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여당은 이를 두고 "보기 딱하다"라며 비꼬기도 했다.
10월 22일,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은 이명박의 소송대리인 김백준씨가 미국 LA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근거로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그 핵심은 이랬다. 이명박이 대표로 있던 Lke뱅크의 자금 150억이 지난 2001년 bbk가 운용하던 마프펀드에 투자되었고, bbk 주가조작은 이 마프펀드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과 김경준은 Lke뱅크의 공동주주였으므로, 마프펀드로의 자금 투자는 김경준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또한 이를 통해 Lke뱅크가 마프를 지배하고 bbk까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박이 bbk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또 박 의원은 "Lke뱅크가 마프 펀드의 전환사채를 매입하고 마프 펀드 자금이 AM파파스라는 회사에 유입되고, 이 회사가 다시 Lke뱅크를 매입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즉 이명박은 마프를 이용한 순환출자를 통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Lke뱅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펀드 투자금을 개인 몫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증여세, 증권거래세와 같은 각종 세금 탈루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사실 이름도 이상한 회사가 줄줄이 나오고, 그 방식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평범한 일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조차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연이어 10월 31일 <한겨레>는 bbk 실소유주가 이명박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10가지 증거를 보도하고 11월 2일에는 도곡동 땅→다스→bbk로 이어지는 자금의 흐름을 제시했다.
이어 11월 12일, <한겨레>는 bbk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내부 회계자료를 통해 다스가 bbk에 투자한 자금이 이명박이 설립해 대표로 있던 Lke뱅크의 자본금으로 쓰인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또 이는 김경준과 이명박 간의 '단기대여금 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졌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임을 한층 더 강력하게 시사해주는 정황 증거였다. 이후 관련 의혹들은 11월 말까지 무수히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명박이 그간 김경준과 결별했다고 주장해온 시점 이후에도 김경준에게 회사 청산을 맡기는 따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 bbk와 Lke뱅크의 자금을 담당하는 경리가 동일했던 사실, 김경준이 Lke뱅크 지분 매입을 위해 bbk에서 빌린 돈을 Lke뱅크가 갚아 준 정황(이는 Lke뱅크 지분이 100% 이명박 소유였음을 의미한다), 이명박-김경준 간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명박의 것이라는 사실 등등 수많은 의혹들이 언론과 여당 의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뇌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별별 생소한 용어들이 날마다 등장했다. 이명박은 보통 사람들은 떠올리기도 쉽지 않은 불법적, 변칙적 방법으로 사업을 하고 재산을 늘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2007년 12월 5일, 검찰은 이명박의 bbk주가조작사건 연루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 그간 제기된 증거들을 묵살시켜버렸다.

쉴 틈 없이 다종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이명박 의혹'들
한편, 대선 국면 기간 동안 bbk외에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자녀 유령직원 등재, 권력형 개발비리, 차명재산 등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연달아 제기됐다. 먼저 서초동 법조타운 예정지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이던 77년 서초동 일대의 땅을 본인 명의로 매입했던 바, 이를 전후해 '이상하게도' 이 일대에는 법조타운이 들어서 땅값이 크게 올랐던 사실이 확인되어 '투기'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은 당시 정주영 회장이 간부들에게 특별 보너스로 준 것이라 주장했지만, 당시 현대건설 인사부 급여담당 차장으로 일했던 우한영씨는 <경향신문>,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급여로 땅을 주는 회사가 어디 있냐"고 일갈했다.
이어 6월 12일에는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명박 부인 김윤옥이 무려 15차례나 주소이전을 한 사실을 들어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명박은 다음 날 김혁규 의원을 향해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해 헛소리 한다"며 극언을 퍼부었지만, 16일 언론에서 위장전입이 사실임을 보도하자 그제야 자녀교육 탓 때문이었다고 사과했고, 이명박 캠프에선 이명박 내외는 위장전입 사실을 몰랐으며 회사(현대건설) 비서실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유체이탈화법'의 기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여당에선 사립초등학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입학이 결정되므로 자녀교육 때문이었다는 해명은 거짓말이라 비판했고, 이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주소지 이전(위장전입) 사실을 이명박 내외가 몰랐다는 해명 역시 사리에 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당시 한나라당 검증위의 태도였다(당시 한나라당은 경선후보 검증을 위해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했었음). 6월 22일, 한나라당 검증위는 이명박의 위장전입은 "교육목적이니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인사들의 사고방식이자 현주소였다.
6월 14일, <한겨레>는 이명박이 1982년 충북 옥천군 임야 37만 5천여 평을 처남 김재정에게 넘기고, 서울 양재동 소재 땅과 빌딩도 다스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사실에서 제기된 의혹은 3가지였다. 먼저 부동산 투기였다. 이명박이 옥천 땅을 매입한 당시 이 일대에는 행정수도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마을주민들도 한결같이 이렇게 증언했다. 둘째, 처남에게 이 땅을 팔기 전에 옥천농협과 근저당권과 지상권 설정계약을 한 것이었다. 이는 이명박이 처남에게 서류상 이 땅의 소유권을 넘긴 후에도 그 실제적 소유권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즉 차명재산 의혹이었다. 셋째, bbk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다스에 이명박이 본인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넘긴 점이었다.
이후에도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다종다양하게, 쉴 틈 없이 터져 나왔다. 7월에 접어들어선, 각종 '이명박 의혹'이 거의 하루 단위로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7월 3일, 이명박과 이상득이 소유한 서울 은평 뉴타운 사업지구 땅에 얽힌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과 이상득은 이 땅을 93년 6월 8일 제3자에게 매각했는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당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명시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기 사흘 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이 땅의 일부 지분이 99년 다시 이상득의 아들 곧 이명박의 조카에게 그대로 다시 넘어간 점이었다. 그리고 이 땅은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2년, 뉴타운으로 지정되어 2006년 이명박 일가는 토지 보상을 받았다. 앞서 홍은프레닝 의혹과 같은 맥락의 의혹으로, 이대로라면 이명박은 '서울시장'직을 자기 일가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은 셈이었다.
7월 6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 국회 건설교통위 의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같은 날 박근혜 쪽에선 이명박이 국회의원 시절 3건의 부동산을 매각해 생긴 87억여 원 중 62억여 원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히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 엄청난 거액을 어디에 은닉해두었는지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7월 9일, <경향신문>은 이명박 일가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씨 형제가 전국에 사놓은 부동산이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쯤 되는데, 이들은 특히 72년부터 75년까지 이천 지역 땅을 집중 매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상한 점들이 있었다. 첫째, 이씨 형제들의 매입 시점이 현대전자 이천공장 건설 과정과 일치하는 점이었다. 실제 이천지역은 당시 현대그룹의 사업용지 매입이 활발했던 곳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건설 사장과 회장이던 이명박으로부터 미리 개발정보를 입수해 이명박 일가가 땅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둘째, 땅을 매입하기 위해 이상득의 부인이 한때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겼던 사실도 확인됐다(당시는 경자유전 원칙의 농지개혁법이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 즉 위장전입이었다. 셋째, 이명박의 큰형 이상은이 본인 소유의 이천 땅을 집안의 장남인 자기 아들이 아닌 이상득의 아들에게 그대로 증여한 점이었다. 이는 앞서 서울 은평 땅을 이상득 아들에게 몰아준 것과 비슷한 것으로, 차명재산 의혹이었다.
7월 16일, 범여권은 이명박이 93년 공직자 재산공개를 앞두고 비난 여론을 면하고자 당시 건물 공사중이던 서초동의 본인 소유 땅을 헐값에 팔았던 사실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이명박 후보가 민자당(한나라당 전신) 시절 헐값 매각 및 고의적인 재산 축소 신고로 두 차례나 징계 대상에 회부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 후보의 도덕불감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그동안 검찰수사가 진행되어 온 홍은프레닝 의혹(천호동개발특혜의혹)이 7월 중순 들어 언론 취재 결과 사실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의 건물이 있는 지역만 균형발전 촉진지구로 지정해 홍은프레닝이 개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심지어 서울시 조례를 어기면서까지 홍은프레닝이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신속하게 지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홍은프레닝의 천호역 주변 토지매입이 천호뉴타운 지정 불과 2개월 전에 이뤄진 점, 균촉지구 지정이 시공회사와 계약조건이 결정되기 전 이뤄진 점 등은 홍은프레닝이 사전에 개발정보를 입수했음을 보여주었다.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서울시 관계자도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뉴타운 인접지역을 정확하게 골라 토지를 매입한 것은 사전에 개발정보를 입수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로부터 석달 뒤인 10월 15일, <경향신문>은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당시인 2003년, 서울시가 강동구 천호동 일대 집창촌 지역을 뉴타운에 포함되도록 주도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건이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역시 홍은프레닝 의혹의 실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었다. 또 서울시가 뉴타운 지정과 관련한 회의록 중 천호 뉴타운에 대해 논의한 부분이 모두 사라져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8월 초에도 한국방송에 의해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AIG 특혜 의혹'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이 당시 여의도에 건설 중이던 국제금융센터에 입주할 미국 보험회사 AIG에 대해 AIG측이 건물을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엄청난 임대료 특혜까지 주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AIG가 일본에 소재한 아시아 본부를 국제금융센터로 이전하기로 했으며 토지사용계약을 채결할 때 AIG의 조기 매각과 철수를 막고자 최소 20년간 운영을 책임지도록 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것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러면 당시 서울시는 왜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를 주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 9월 19일 대통합민주신당 김종률 의원은 흥미로운 주장을 폈다. 김의원은 이명박 아들이 2006년에 취업한 외국계 금융기업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와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을 폈다. 아무튼 이 사건은 뒷날에도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불리며 간간이 언급됐지만, 검찰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8월 중순 들어 2007년 초 크게 논란이 됐던 이명박 위증교사 의혹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2007년 2월, 이명박 전비서관이었던 김유찬씨는, 96년 15대 총선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명박이 재판정에 섰을 당시 자신이 이명박으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부탁받았다고 폭로했으나 당시 검찰은 오히려 김유찬을 허위사실 공포로 구속시켜버렸다. 그런데 이때 들어 96년 당시 이명박 캠프 사무국장이자 김재정의 처남인 권영옥이 "내가 김유찬에게 위증을 교사했다", "97년 7월 김유찬에게 5500만원을 줬다"며 발언한 내용이 담긴 CD와 녹취록을 <경향신문>이 입수했던 것이다. 다음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주성영을 비롯해 96년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도 잇따라 김씨의 위증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8년 검찰과 재판부는 김유찬의 위증은 사실이나 위증교사는 허위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고 김유찬씨를 구속시켰다.
10월 18일, 대통합민주신당 강기정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본인 소유의 영일빌딩과 영포빌딩의 임대소득을 낮게 신고해 탈세를 저지르고 아울러 건강보험료 탈루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이 무렵 2년 전쯤 불거졌던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도 다시 불붙었다. 이것은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2년 6월, 서울시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전혀 자격이 없던 ㈜한독산학협동이라는 회사에 외국 기업에만 배당할 수 있던 DMC 땅을 특혜 분양해주었다는 의혹으로, 애초 한독은 서울시와 독일 대학 컨소시엄과 함께 외자 유치 등을 약속했고, 이에 연구시설용의 용지를 공급받았는데, 엉뚱하게도 서울시의 승인을 얻어 내지인을 위한 오피스텔 분양사업을 벌여 무일푼 회사였던 한독이 수천억의 이익을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독의 대표였던 윤모씨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정두언 정무부시장 간의 친분이 주목받았다.(<시사저널> 955호 참조) 10월 26일, 민주신당은 DMC 특혜분양 의혹 관련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3일 뒤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신당 의원들은 무자격 업체에 토지를 공급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뒷날 이 의혹은 '특검'에 의해 수사되었는데 역시 특검팀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11월 9일에는 세간의 분노를 촉발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 내용은 이명박이 자신이 만든 건물의 관리업체에 자녀들을 허위로 직원으로 등재해 월급을 지급해왔다는 것이었다. 이는 횡령과 탈세에 해당하는 범죄로, 통합신당 강기정 의원은 "친·인척을 유령직원으로 올려놓고 수익을 줄이는 게 고소득자들의 대표적인 탈세수법인데, 이 후보의 딸과 아들의 월급으로 누락된 소득신고 금액만 8800만원에 이른다"며 "이 후보는 과거에도 수천만 원대의 임대소득세를 탈루한 데 이어 지금까지도 탈루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이 기사로 알려지자 하루 만에 댓글이 총 2만개가 달려 '인터넷 민란'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고, 특히 누리꾼들은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자녀들이) 상근직은 아니지만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더 분노했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이명박도 할 수 없었는지 미납 세금 4300만원을 한꺼번에 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자인한 것이었다.
11월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명박 후보 소유의 영일빌딩에서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유흥주점이 성업 중이고, 이 업소에선 여성종업원의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영일빌딩의 유흥주점 존재는 이미 한나라당 경선 당시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그곳에서 이루어진 성매매 사실은 이때 처음 보도되었다.
이어 하루 뒤 통합신당 강기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이 자신과 부인의 운전기사를 본인 소유 빌딩관리회사(대명기업)에 위장 채용해 월급을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그는 "대선 예비후보인 이후보가 두 운전기사의 월급을 회계책임자를 통하지 않고 대명기업을 통해 지급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라 지적했다.

한국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이와 같이 2007년 17대 대선 국면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이명박은 '범죄자'였다. 적어도 한국사회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였다면, 그는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고, 설령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할지라도 당선무효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월 1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로 드러날 경우 대통령 당선 무효 사유"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고, 다음 날 통합신당 김종률 의원 역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자로 밝혀져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대통령후보 등록 전 발생한 범죄 사실은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에 효력을 미치기 때문에 당선되더라도 무효에 해당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후보는 역대 대선 후보들 가운데 '최약체 후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경제 대통령' 공약과 이미지가 그의 당선에 결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이 역시 엄연히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따져볼 적에 과연 이게 이 물음의 답이 될 수 있을까?
한편, 이명박의 재산 형성 과정을 보고 있으면, 그의 부동산 재산들은 대개 박정희 유신정권 시기에 형성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이명박이 개발독재시기 성장지상주의의 최대 수혜자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박정희 유신체제는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한 방법으로 70년대 후반 부동산 투기 열풍을 조장했고, 이는 대중들의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한편, 일단 무슨 수를 쓰든 부자만 되면 된다는 윤리관을 이 땅위에 심어놓았다. 이렇게 독재정권이 조장한 성장지상주의, 물신숭배 풍조는 양심과 도덕이 마비된 사회, 계층 격차가 크게 벌어진 사회를 낳았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은 박정희가 조장한 그릇된 탐욕의 진정한 체현자였다. 불행하게도 2007년의 유권자들은 박정희가 조장한 그 그릇된 탐욕의 망령에 포획되어 있었다. 물론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는 서민의 소박한 열망을 탐욕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열망의 뿌리가 독재 권력이 조장한 잘못된 윤리관, 가치관에 근거해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가진 자가 독점하고 독식해서 부가 편중되어도 괜찮다는, 공동체 의식의 부재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면, 분명 반성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2007년 대선에서의 이명박 선택은 우리 공동체의 역사의식과 정의감 부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모두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곧 퇴임하게 된다. 그가 퇴임하더라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이나 혹은 지난 5년 간 재임 시 저질렀던 수많은 불법 비리들은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이것을 굳이 정의니 상식이니 하는 말들로 수식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 투기가 왜 나쁜 것인가? 위장전입이 왜 나쁜 것인가? 세금 탈루가 왜 나쁜 것인가? 단지 오늘 춥고, 배고프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 스스로 농락당하지 않고, 기만당하지 않고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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