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쉼터’를 둘러싼 빛과 그림자 (조수영, 김민서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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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진(box51)등록 2013.02.07 11:28
2년 전 겨울 서울역 공동화장실에서 노숙자 A씨가 동사한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왕년에 야구선수였던 B씨도 거리를 전전한 채 혹한의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동사했다. 최근

에는 인천 재개발 현장에 40대 노숙자 C씨가 사망했으며, 노숙자 D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자신의 삶을 비관해 자살했다.

이처럼 해마다 많은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사고로 사망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지만, 상당수 '노숙자 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쉼터는 노숙

자들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노숙인 돕던 김 목사의 '불편한 진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매년 거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노숙자 수는 3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쉼터 원장들은 벼랑 끝에 몰린 노숙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척하면서 자

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E교회 김철수(가명) 목사는 지난 5년간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김 목사는 사비까지 털어 노숙자를 돕고 있으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김 목사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그는 경기도에 자기 명의의 부지를 10만 평이나 소유하고 있었고, 수억원에 달하는 외제차도 몰고 있었다.

단지 재산이 많아서가 문제는 아니다. 김 목사는 더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여러 법인 교회를 갖고 자신의 재산을 증식하는 데 이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법인이라 신고도 못하는 상

황.

은평구 F교회 이영수(가명) 장로는 후원금으로 들어온 5000만원을 모두 독식했다. 또 노숙인 관련 행사 개최를 명목으로 후원 받은 5억원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노숙

자들에게 점퍼와 담요 등을 나눠주라는 명목으로 들어온 후원금도 3억원에 달했지만, 이 후원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태다.

또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G단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직원'을 등록하고, 쉼터에 있는 노숙자의 수까지 조작해 후원금과 보조금을 횡령해 왔다.

쉼터 환경도 지나치게 열악했다. 각 지역에 있는 쉼터들을 둘러본 결과 심한 곳은 어둡고 케케한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가 끊긴 곳도 있었다.

서대문 근처의 한 쉼터는 포대기로 대충 덮은 정부미가 쌓여있고 불이 제대로 켜있지 않았으며 바닥에 물이 흥건한 채 인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러운 조리실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상상할 수도 없이 비위생적인 쉼터의 모습이었다.

◇쉼터의 비리…정부는 모르쇠로 일관

쉼터에 얽힌 비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성교회 박예수 목사는 "같은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쉼터를 운영하는 일부 교인들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며 "앞에서는 사랑

과 헌신을 외치지만, 뒤로는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박 목사는 "정부는 노숙자 후원금에 대해 수박 겉 핥기 식의 감사를 하고 있다"며 "부정이 적발 돼도 묵인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

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렇게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가 지속된다면 노숙자들은 거리로 계속해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쉼터 일대에서 15년 동안 택시운전을 해 온 김모 씨는 "쉼터 관계자들의 부패가 횡행한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온 사실"이라며 "호의호식하는 목사들을 보면 나 역시 쉼터를 운영

해 보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 노숙자는 "많은 노숙자들이 쉼터 관계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공공연한 알고 있지만, 얻어먹는 처지라 큰 소리치기도 힘들다"고 고백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경숙 씨는 "주변에서 노숙자의 사망사건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며 "이들이 사망한 이유에는 여러 단체가 갖는 '검은돈'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암암리에 이뤄지는 이런 비리를 하루빨리 막아야한다"며 "정부가 방관하지 말고 모든 단체의 비리를 빨리 조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하루빨리 이 땅위의 모든 노숙자들이 홀로 서는 데 좋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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