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와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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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민(attoexa)등록 2013.01.30 14:51
  수서발 KTX 노선의 민영화를 놓고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다투고 있다. 이 다툼의 뒤에는 철도시설공단의 음모가 있다. 그 입지가 불안한 철도시설공단이 국토부를 앞세워 철도공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시설공단의 고위직은 퇴직한 국토부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KTX 수서노선을 탐내는 재벌집단과 건설재벌들의 금권도 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조직이 항구조직으로 살아남아 온갖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철도시설공단을 철도공사와 통합하여 분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나는 일찍이 미국철도와 유럽철도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미국과 유럽의 철도를 개관한 바 있다.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지 않은 미국의 철도는 대단히 효율적이다. 그러나 시설과 운영이 분리된 유럽철도는 비효율적인 데다 문제도 많았다. 유럽연합은 30여개국을 연결하는 범유럽 철도망을 구상하면서 궁여지책으로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던 것이다. 2012년 10월 프랑스는 시설과 운영의 분리가 철도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통합을 선언했다. 통합체제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실증(實證)이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단일국가 한국 철도가 30여 개국 유럽연합의 분리체제를 채택하여 여러모로 부작용이 심각하다. 협력은커녕 견원지간이 되어 서로 으르렁거린다. 일사불란해야 할 하나의 조직이 분리되어 갈등과 불협화음이 심각하다. 하나로 다시 묶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한국은 국토가 좁아 철도가 경쟁력이 없다. 철도는 장거리 수송에 적합하다. 철도, 선박, 항공기 등은 이른바 완결력이 없는 교통수단이다. 사람들은 역, 항구, 공항으로 오고가는 것이 번거로워 웬만하면 자동차를 몰고 나선다.
그동안 국토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건설한 도로가 사방팔방으로 뚫려 체증도 없는 자동차가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왕 건설된 철도는 어쩔 수 없지만 철도의 추가건설은 신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철도의 수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철도공사가 철도의 신설 여부를 판단하게 해야 한다. 현재의 분리체제에서는 시설공단의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에 과잉투자가 되기 마련이다. 재정낭비를 위해서도 시설과 운영의 통합은 반드시 이뤄야 할 절대명제이다.
더욱이 놀랄 일은 국토부가 사고예방을 위해 운영과 관제를 분리해야 한다며 관제업무를 철도공사에서 시설공단으로 변경한다고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이다. 관제는 인체로 말하면 두뇌요, 운영은 손과 발이다. 머리를 떼어내 다른 조직으로 보내면 손과 발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속된 말로 '노가다' 시설공단에게 관제를 맡기겠다는 국토부 관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사고는 더욱 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여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비효율을 제거하고 철도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시설공단과 철도공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에 대해 국토부는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하극상에 해당하며 조직 이기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고유 권한이라고? 이 나라 철도가 한 줌도 안되는 국토부 관료들의 것인가? 하극상이라고? 오만방자한 국토부 관료들에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라는 구호를 100번은 복창하게 해야 한다. 국토부 관료들의 비이성을 방관해서는 안된다.
현재 국토부가 획책하고 있는 KTX 수서노선 민영화와 관제권 변경은 한국 철도를 죽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수서발 노선을 민간기업에 맡기더라도 지역독점으로 독점체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결코 경쟁체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선사후공(先私後公), 멸공봉사(滅公奉私)하는 국토부 관료들의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억지이다. 알짜배기 수서노선을 떼어내 재벌그룹에 안겨주면 코레일의 적자는 더욱 커져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
좁은 국토에 자동차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철도는 구조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어 있다. 그나마 적자를 줄이려면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을 통합하여 조직도 슬림화해야 한다. 과거 철도공사 소속의 건설본부 인원은 400명이었다. 하는 일은 같은데도 현재 철도시설공단 인원은 1,500명이다.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은 철도의 적자가 서로 '네 탓'이라고 싸우고 있다. 일원화되어야 책임소재가 분명하여 경영합리화도 기대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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